[아시아경제 조해수 기자] 중국과 센카쿠 열도 영토분쟁을 벌이고 있는 일본이 이번엔 쿠릴 열도를 놓고 러시아와 일전을 벌일 태세다.
29일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마에하라 세이지 일본 외상이 일본주재 러시아 대사를 불러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러시아 대통령의 쿠릴 열도 방문은 양국 관계에 큰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경고했다.
메드베데프 대통령은 이날 쿠릴 열도를 방문할 계획이었으나 악천후 관계를 캄차카 반도를 방문하는데 만족해야 했다. 그러나 그는 “일본과 영유권 분쟁이 일어나고 있는 쿠릴열도는 러시아에게 매우 중요한 지역”이라면서 “가까운 시일 내에 반드시 쿠릴 열도를 방문하겠다”고 밝혔다.
또한 러시아 외무부는 마에하라 외상의 발언에 대해 큰 유감을 나타내며 “러시아 대통령은 원한다면 러시아 영토 어디든지 방문할 수 있다”면서 “쿠릴 열도는 분쟁 지역이 아닌 러시아 영토일 뿐”이라고 잘라 말했다.
반세기에 걸쳐 계속된 쿠릴 열도 영토 분쟁이 갑자기 재점화된 것에 대해 일본 정부는 적잖이 당황하고 있다. 자민당을 비롯한 야당들은 “중국과의 영토분쟁에서 사실상 패배함으로써 주변 강국들이 또다른 영토 분쟁을 재기할 것”이라고 경고한 바 있다.
또한 러시아와 중국의 연합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메드베데프 대통령은 지난 26일부터 사흘간 중국을 방문했는데, 이 기간 중 2차대전 종전 65주년 기념식에도 참석했다. 당시 메드베데프 대통령과 후진타오 중국 국가주석은 ‘2차대전의 역사를 왜곡하려는 시도를 규탄한다’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공동 성명서를 발표했다. 일본 정부는 성명서가 일본을 정조준한 것으로, 영토 분쟁지역에서 일본 정부가 물러날 것을 요구한 것이라고 해석했다.
조해수 기자 chs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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