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대중소기업 동반성장 추진대책'에 대해 재계 "기업간 자율적 실천이 중요"
[아시아경제 이정일 기자] "상생이 단방향이라면 동반성장은 양방향이다."
29일 정부가 대-중소기업 상생대책을 발표한 이후 재계 관계자들은 한결같이 '동반 성장'에 방점을 찍었다. 기존의 화두였던 '상생'이 시혜적 개념이라면 동반성장은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다 함께 성장하는 진정한 협력 모델이라는 이유에서다.
재계 고위 관계자는 "상생과 동반성장이 비슷하게 들리겠지만 정부 차원의 강력한 제도 개선 대신 기업들의 자구 노력이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상생 → 동반성장'은 대중소기업간 협력이 과거에 전혀 없었던 것도 아니고 지난 수십년간 이어져왔다는 점에서 향후 실질적인 협력모델의 변화를 예고한다. 또 다른 관계자는 "정부 규제나 강제가 겉으로는 가능해보이지만 실질적인 효과는 크지 않다"면서 "형식이 아닌 내용이 중요하다는 인식 전환의 공감대가 사회 전반으로 확산되고 있다"고 말했다.
앞서 이명박 대통령이 지난 8일 중소기업 대표들과 만난 자리에서 "상생은 제도와 규정만 갖고는 할 수 없으며 인식을 변화시켜야 한다"고 밝힌 데 이어 13일 대기업 총수들과 회동에서 "동반 성장하는 데 강제규정으로 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언급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재계도 이같은 인식을 공유하고 있다.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은 일본 와세다대의 명예 법학박사 학위 수여식 참석차 17일 출국하면서 "밑에까지 다 가야지 협력이 된다"면서 동반성장이 형식이 아닌 내용면에서 실질적인 변화를 견인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에 따라 삼성전자는 다음달 1~2일 원주 오크밸리에서 '상생협력 대토론회'를 열고 협력업체와의 새로운 동반성장 방안을 모색할 예정이다. 지금까지 1차 협력사만 참석했던 관행을 깨고 올해는 참석 범위를 2ㆍ3차 협력사로 확대했다. 삼성전자 참석자도 기존의 전무급 구매담당임원에서 올해는 최지성 사장으로 격상했다.
포스코도 지난 27일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관에서 열린 ' 포스코 -협동조합 동반성장을 위한 간담회'에서 대중소기업간 신뢰를 기반으로 한 공동 발전을 역설했다. 정준양 포스코 회장은 일부 참석자들의 껄끄러운 질문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진정성과 지속성이 동반성장의 문화를 한국 사회에 뿌리내리게 한다"고 화답했다.
재계는 삼성전자, 현대차, LG전자 등 대기업들이 협력사를 지원하는 다양한 지원 방안을 이미 발표한 만큼 이제는 이를 추진해가는 실질적인 행보가 중요하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전경련 관계자는 "정부와 재계, 그리고 대중소기업들이 구호가 아닌 실천에 앞장서야 할 때"라면서 "대중소기업간 협력은 양측이 동반자로서 진정성을 가지고 서로 도와야 성과를 낼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정일 기자 jayl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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