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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대우의경제레터] 螢雪之功

시계아이콘02분 07초 소요

[권대우의경제레터] 螢雪之功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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螢雪(형설)의 功(공)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반딧불의 빛과 흰 눈에 반사되는 빛으로 책을 읽어 성공한다는 말입니다. 어릴 때 부모님으로부터 자주 들었던 얘기입니다.


50~60대이면서 농촌에서 성장했던 분들 가운데는 책상 머리맡에 이 글을 써붙여 놓고 공부했던 기억이 있을 겁니다. 전기가 보급된 농촌이 그리 많지 않았고, 그래서 당시 대부분의 농촌에서는 어둠을 밝히는 수단으로 호롱불을 사용했습니다.

그러나 석유 한 방울 나지 않는 나라인데다, 농촌의 1인당 국민소득이 100달러에 미치지 못했으니 마음 놓고 호롱불을 켜놓고 있기조차 어려웠던 시절입니다. 그만큼 호롱불을 켜는데 필요한 석유값 부담이 만만치 않았다는 얘기일수도 있죠. 이웃집들 가운데 밤엔 아예 불을 켜지 않은 채 생활하는 경우도 적지 않았습니다.


그러니 당시 부모님들 입장에선 이 얘기라도 들먹거리며 자녀들이 더 열심히 공부하도록 충동을 느끼게 하고 싶었을 겁니다. 공부하는 서재나 학문을 닦는 곳을 螢窓雪案(형창설안)이라하는 말도 그래서 나온 것 같습니다. 피눈물 나는 노력에 고생을 보태 진정으로 값진 成功(성공)을 이룬 경우가 우린 주변에는 생각보다 많지요.


螢雪之功(형설지공). 명나라 때 출판된 笑林(소림)에는 이 고사와 관련된 주인공을 풍자하는 이야기가 실려 있습니다. 중국의 고전 유머집으로 보면 됩니다.


위진남북조시대에 두 선비가 있었습니다. 車胤(차윤)과 孫康(손강)이 바로 그들입니다. 이 두 선비는 힘든 상황에서도 열심히 공부를 했던 모양입니다. 그들은 너무나 가난해 호롱불을 밝힐 기름을 살 돈이 없었습니다.


그러니 당연히 밤에 공부를 할 수가 없었겠지요. 공부는 해야 하는데 어둠을 밝혀줄 등불이 없는 상황. 이때 이들이 동원한 지혜가 있었습니다. 반딧불과 눈(雪)을 활용하는 것이죠.


그래서 차윤은 반딧불을 잡아 주머니에 담아 걸고는 그 불빛으로 책을 읽었습니다. 한편 손강은 白雪(백설)에 반사되는 달빛으로 책을 읽었습니다. 이렇게 불철주야 열심히 공부한 결과 이들은 명성을 얻었습니다.


결국 손강은 어사대부라는 높은 관직에 오를 수 있었고, 차윤 역시 이부상서라는 관직을 차지했습니다. 그런데 그 다음에 전개되는 얘기가 재미있습니다.



하루는 손강이 차윤을 찾아갔습니다. 그런데 차윤은 마침 집에 없었습니다.


가족들에게 물었습니다.


“이 칠흙 같은 밤에 어디를 가셨답니까?”


가족들이 대답했습니다.


"반딧불을 잡으러 나갔답니다."


며칠 후 차윤이 손강을 답방했습니다. 그런데 손강이 마당에 나와 하늘을 바라보며 어슬렁거리고 있었습니다.


차윤이 물었습니다.


"책은 안보고 뭐 하시오?"


손강이 대답했습니다.


“오늘은 하늘을 보니까 눈이 내릴 것 같지가 않구먼.”



두 선비가 어려움을 극복하고, 명성을 얻은 것 자체는 매우 바람직한 현상입니다. 그런데 반딧불이나 백설은 그저 수단이나 도구에 불과할 뿐 본질은 공부를 하는 것입니다. 문제는 공부로 인해 얻은 명성이 사람을 구속하는 것입니다.


‘장자에게 배우는 행복한 인생의 조건’(도서출판 SAEVIT)을 쓴 이인호 한양대 교수는 이 고사를 통해 이런 지혜를 깨닫자는 제안을 하고 있습니다.


“당장 반딧불이나 백설이 없으면 얼마든지 그냥 누워서 상념에 잠긴다거나 가족과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눌 수도 있습니다.


문제는 공부를 통해 얻은 명성을 유지하기 위해 무리를 하는 것입니다. 수단이나 도구에 불과한 반딧불을 잡기위해 위험하게도 칠흙 같은 야밤에 야외로 나가거나, 멍청하게도 하늘을 뚫어지게 바라보며 언제 눈이 내리나 걱정하고 있지 않습니까?


언제 어디서나 틈이 날 때마다 책을 읽는다는 본래의 목적에서 벗어난 것입니다. 단지 도구나 수단에 불과한 반딧불과 백설에 집착하고 있지 않습니까?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사회도 그렇습니다. 명성에 만족하지 않고, 재물이나 권력에까지 유혹돼 집착하는 것-그게 문제입니다. 최소한의 수단과 도구에 만족하는 지혜가 평안과 자유를 가져다줍니다."



긴 한가위 연휴가 끝났습니다. 일터는 다시 분주해졌습니다. 그토록 따갑던 햇살은 멀리 가버렸고, 찬바람이 났으니 螢雪之功(형설지공)을 위해 반딧불과 白雪(백설)을 찾아나서는 사람들도 있을 겁니다. 바람직한 일입니다. 현대판 형설지공의 주인공들이 많이 나타날수록 훌륭한 인재가 그만큼 배출되는 셈이니까 말입니다.



그러나 여기서 잠시 호흡을 한번 더 조절해 보시면 어떨까요? 과도한 욕심이 禍(화)를 자초할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과욕은 금물입니다. 양보는 미덕이지만 포기할 줄 아는 것은 지혜라는 말이 있습니다. 포기가 단순히 의욕상실을 의미하는 것은 아닙니다. 지나치게 집착하지 말고, 일을 순리대로 풀어나가라는 것입니다.


대장장이가 쇳덩이를 녹여 연장을 만들려 했습니다.


그런데 쇳덩이가 튀어 오르며 요구했습니다.


“나를 보검으로 만들어주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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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장장이는 불길한 쇠붙이라 여겨 던져 버렸습니다.


잘난 체하지도 말고, 못난 사람이 교만해 하지도 말며, 과욕을 부리지 말라는 재치있는 莊子(장자)식 권고 아닙니까?






권대우 아시아경제신문 회장 president@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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