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선 지자체들 세수 감소에 공무원 월급 줄 돈 없어 은행 빚 낼 판
[아시아경제 김봉수 기자] 최근 박우섭 인천 남구청장은 밤잠을 못 이뤘다.
인천시가 최근 추경 예산을 편성하면서 남구에 내려올 재원조정교부금 규모를 66억원 삭감하면서 구 금고의 잔고가 30여억원에 불과해 공무원들에게 추석 전날 지급할 월급을 줄 돈이 없었기 때문이다.
박 청장은 고민 끝에 새 청사를 마련하기 위해 적립해 놓은 기금을 담보로 은행에서 65억원을 빌리기로 하고 공무원들에게 준비 작업을 지시했다.
결국 시에서 일부 미지급 재정교부금을 내려 보내고, 다른 예산을 줄이고 또 줄이는 등 아낀 끝에 간신히 월급 줄 돈을 마련하게 된 박 청장은 은행 대출 계획을 취소했다.
남구청 관계자는 "시가 세입을 잘 못 예측해 벌어진 예산의 파행이 일선구청으로 번져 직원들 월급 주기도 힘들어졌다"며 "일부 복지예산을 시나 국가에서 지급하는 등 제도 개선 시급하다"고 말했다.
부동산 경기 침체로 취ㆍ등록세 등 세수가 급격히 감소하면서 지자체들의 재정난이 심각해지고 있다. 인천 남구청의 사례처럼 은행 빚을 내 직원들 월급 줄 계획을 짤 정도로 상황이 어려워졌다.
인천의 경우 7월 말 현재 목표 대비 지방세 징수율이 45.29%에 불과해 지난해 같은 시기의 53.48%보다 -7.19%p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시는 지난해 이맘 때쯤 목표액 2조423억원 중 1조924억원을 거둬 목표 대비 징수율 53.48%를 기록했었다.
하지만 올해에는 목표액 2조5117억원 중 절반에 못미치는 1조1376억원을 거둬 전년보다 대폭 감소한 45.29%의 목표 대비 징수율을 기록하고 있다.
결국 시는 세수 부족을 이유로 올해 산하 기초단체에 내려 보낼 재원조정 교부금을 10%씩 일괄 축소했다. 총 4943억6000만원에서 4449억원 6000만원으로 줄였다.
이로 인해 인천 남구청의 경우 시로부터 받을 재원조정교부금 액수가 총 66억원 감소했다. 돈이 내려오는 속도도 더뎌져 3ㆍ4분기까지 총 495억 원을 교부받아야 하나 9월 초 현재 275억 원만 받고 220억 원은 못 받은 상태다. 직원들 월급은 커녕 만 65세 이상 참전유공자 수당도 지급하지 못하는 등 재정난에 시달리고 있다.
인근의 부평구도 상황이 비슷하다. 결국 박우섭 남구청장과 홍미명 부평구청장은 지난 6일 함께 기자회견을 갖고 시에 대책 마련을 호소하는 지경에 이렀다.
서울시 등 다른 지자체들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서울시의 취득세와 등록세 징수 실적은 올해 들어 7월까지 1조7368억원으로 당초 계획보다 15% 가량(2713억원)줄었다.
특히 계획 대비 실제 취득세와 등록세를 징수한 실적은 월별로 2월에는 105.3%로 단 한차례 목표를 달성했을 뿐 3월부터는 줄곧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서울시는 내년도 사업비를 15% 축소하는 등 대비책 마련에 나섰고, 서울시내 구청장들도 지난 14일 한 자리에 모여 지방세 배분 비율을 6대4에서 5대5로 변경해 달라고 요구하는 등 세수 감소에 따른 재정난을 호소했다.
김봉수 기자 bsk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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