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똑똑한 병원, 즐거운 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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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신범수 기자, 강경훈 기자]#10년째 당뇨로 고생 중인 박아퍼 씨는 달력을 보더니 "아차, 오늘이 진료날이었네"하고 무릎을 친다. 컴퓨터 앞에 앉아 프로그램에 접속하니 주치의가 화상통화로 연결돼 있다. 혈당, 혈압, 콜레스테롤 수치 등이 연결된 진단장 치를 통해 병원으로 전송된다. "요새 식사 조절 안하시나 보네요." 의사가 핀잔을 주더니 이내 "약 바꿨습니다. 빼먹지 말고 드세요"라며 처방전을 박 씨 프린터로 인쇄한다. "경동맥 초음파를 찍은 후 결과를 전송해주십시요"란 메시지가 뜨더니, 검사가 가능한 주변 병원 리스트가 뜬다. 그 중 하나를 클릭해 예약했다.


#서울 한 대학병원 흉부외과 의사로 근무하고 있는 김고쳐 씨. 학회 참석 때문에 제주도에 와 있다 메시지 한 통을 받았다. 엊그제 관상동맥우회술을 받은 환자가 어지럼증을 호소한다는 내용이다. 스마트폰을 이용해 곧바로 병원 전산망에 접속, 이 환자의 심전도, 맥박, 혈압, 체온 등 바이탈사인(vital sign)을 검토했다. 환자가 30년 째 당뇨병을 앓고 있다는 것을 상기한 김 씨는 환자의 혈당을 그래프로 변환시켰다. 저혈당 쇼크를 의심하고 간호사실에 응급처치를, 내분비내과 의사에게는 환자를 모니터링 해달라는 메시지를 보냈다.

◆사람이 아니라 '정보'가 움직인다


모든 것이 IT와 첨단 기술로 점철된 의료환경은 더 이상 '미래'의 일이 아니다. 위 사례엔 일부 '가상'이 들어있긴 하지만 불과 수년 내 한국 의료현실은 상상하기 힘들 정도로 진화할 것이란 데 이견이 없다. 실제 각 병원들도 최신 등장한 '똑똑한' 기계들을 진단과 진료에 적용하는 노력을 다양한 방식으로 시도하고 있다.

가톨릭중앙의료원은 이미 온라인 전문 당뇨관리 서비스 실시하며 이 분야에 투자를 아끼지 않고 있다. 환자가 하루 3~4차례 혈당, 혈압, 운동량, 식사량 등을 입력하면 주치의와 간호팀이 분석해 바로 지침을 전달하도록 하고 있다. 이는 병원 전자의무기록과 연결돼 환자가 병원에 왔을 때 그 간 상황을 한 눈에 파악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한림대성심병원은 급성 환자를 위한 시스템을 이미 갖춘 상태다. 뇌졸중환자가 발생하면 의료진에게 휴대전화로 정보가 전달돼, 환자가 병원에 도착하기 전 의료진이 대기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했다. 1분이 아쉬운 급성 뇌졸중, 심근경색 환자에게 매우 유용한 장치다.


한국보건산업진흥원에 따르면 외래 진료의 50%가 U-헬스케어로 전환될 경우, 연간 의료비용 3517억원이 절감될 것으로 추정했다. 특히 당뇨, 고혈압 같은 고비용 만성질환 비율 늘고 있는 상황에서 이는 매우 의미 있는 분석이다.


◆IT로 연결되는 의료 세상


이미 일반화된 스마트폰은 의료 영역에서도 제 빛을 발하고 있다. 스마트폰으로 트위터에 올라온 건강고민을 상담해주는 모델은 이미 많은 의사와 병원들에서 시도되고 있다. 합법성 논란이 없는 것은 아니나, 논란이 무색할 만큼 이 분야에 참여하는 의사나 단체 등이 많아지고 있다.


병원 차원에서 혹은 의사 개인 차원에서 트위터(twitter)를 이용, 건강정보를 쏟아내는 초기단계 '코뮤니케이션'은 이미 일반화 됐다. 국내 한 조사결과에 따르면 세브란스병원은 국내 병원 중 SNS(Social Network Service) 활용도 1위를 기록했다. 서울성모병원, 서울아산병원, 경희대 동서신의학병원 등 굴지의 병원들이 뒤를 잇는다.


용량이 큰 MRI나 CT 정보를 스마트폰으로 전송해 판독하는 시대도 다가오고 있다. 판독결과를 듣기 위해 병원 이곳저곳 다닐 필요가 없어지는 것은 물론, 판독까지 걸리는 시간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다.


영상정보의 디지털화는 1,2,3차 병원간 정보교환을 용이하게 하고 불필요한 재검을 막아 의료자원의 낭비를 예방한다. 복약지도, 산모수첩, 예방접종 등 정보를 담은 '앱'이 개발돼 환자에게 정보를 제공하는 정도는 이제 '기본'이 됐다.


분당서울대병원 소아청소년과 황 희 교수는 "MRI 결과를 설명하기 위해 환자를 외래로 부르거나 컴퓨터가 있는 스테이션까지 가야 했지만, 이제는 의료진이 환자가 있는 입원실에서 사진을 띄워놓고 설명할 수 있는 시대"라며 "편리함과 동시에 환자의 심리적 안정을 얻는 효과도 누리고 있다"고 말했다.


모든 걸 기계가 대신해주니 '의료 질의 하락'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올 법 하다. 하지만 세브란스 심장혈관병원이 고혈압환자 50명을 홈헬스케어 서비스로 관리한 결과, 24%가 8주만에 목표혈압에 도달했다고 한다. 실시간으로 혈압을 모니터 하기 때문에 오히려 철저한 관리가 가능하다는 이야기다.


◆시대의 칼잡이는 바로 '로봇'


현재 전립선암 등 일부 영역에 국한돼 있는 IT기반 최첨단 로봇수술도 그 영역을 넓히며 의료의 한 축으로 자리 잡고 있다.


의사는 환자에서 몇 미터 떨어진 조종석에 앉아 수술을 집도한다. 조이스틱을 이용해 로봇팔을 이리저리 움직이자 암 조직이 떨어져 나오고 수술시간은 짧아졌다.


연세대 세브란스병원 로봇수술센터는 2005년 국내 첫 로봇 수술 성공 이후 지난해 10월까지 3000건을 돌파했다. 이 분야에서 한국의 발전속도는 비약적인데, 병원 측에서는 이 기록이 비공식 세계 2위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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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봇수술 도입 초기에는 손이 닿지 않는 부위나 난이도가 높은 수술에 사람의 손을 대신하는 차원이었으나, 지금은 절제부위가 작고 회복이 빠르다는 측면이 강조되고 있어 활용도가 넓어지는 추세다.


분당서울대병원 이학종 의료정보센터장은 "시범사업 결과 의료와 IT를 접목하는 것에는 법적으로, 현실적으로 아무 문제가 없다는 판단이 섰다"며 "다만 환자 정보를 안전하게 관리할 수 있는 장치 및 제도를 마련하는 것이 선결돼야 할 과제"라고 말했다.




신범수 기자 answer@
강경훈 기자 kwk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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