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지원式 뚝심경영의 결정판 두산重 인수 1년 성적표
통합 후유증 없이 공장 가동률 100%..발전설비 경쟁력 높여
[아시아경제 채명석 기자] 두산중공업이 체코 스코다파워를 인수한 지 딱 1년이 됐다.
지난해 9월 14일 4억5000만유로에 인수 후 '글로벌 두산'의 일원으로 성공리에 편입시키며 빠르게 정상궤도에 올라서고 있다.
스코다파워는 150년 역사를 자랑하는 체코 스코다 그룹 계열로 터빈 원천기술을 보유한 세계 유수 업체 가운데 하나다. 지난 1904년부터 터빈 생산을 시작해 전 세계 62개국에 450여기의 터빈을 공급한 실적을 보유하고 있다.
회사측에 따르면 두산으로 편입된 후 스코다파워는 2009년 4.4분기 수주액이 1억9500만파운드, 올 1분기 900만파운드, 2분기 2700만파운드 등을 올렸으며 매출도 같은 기간 7100만파운드, 6700만파운드, 5000만파운드 등을 기록했다.
유럽국가의 대형 프로젝트 발주가 더디게 진행되는 과정 속에서도 서비스 부문의 안정적인 수주로 경쟁사들에 비해 안정적인 실적을 거뒀다는 게 회사측의 설명이다.
특히 인수 후 통합 과정의 후유증을 전혀 거치지 않고 올 상반기 공장 가동률이 100%를 넘어설 만큼 생산 활동도 정상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지난 여름 스코다파워를 방문한 박용만 ㈜두산 회장도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스코다파워의 공장을 둘러본 후 자랑스러워 했을 정도다.
두산그룹의 인수ㆍ합병(M&A)을 진두지휘하는 박 회장은 사실 지난해까지 스코다파워 인수에 신중한 자세였다. 글로벌 금융위기의 여파 속에 기 추진한 대형 M&A의 여파가 적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이 때 박지원 두산중공업 사장이 강력히 스코다파워를 인수하자고 박 회장을 비롯한 두산그룹 오너 경영진들을 설득했다.
두산그룹은 발전설비 부문을 그룹의 핵심 사업을 키우기 위해 지난 2001년 한국중공업(현 두산중공업)을 인수한 뒤 2006년에는 발전소 보일러부문 원천기술을 갖고 있는 영국 미쓰이밥콕(현 두산밥콕)을 각각 인수했다. 이를 통해 발전설비 3대 핵심기술 가운데 보일러와 발전기의 원천기술은 보유하게 됐지만 터빈의 경우 GE 등 해외 기업에 의존하고 있었다.
발전시장의 꽃이라 불리는 터빈 원천기술 부재의 아픔은 컸다. 유럽 발전시장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보일러-터빈-발전기(BTG)' 패키지 사업에 참여할 수 없어 뛰어난 기술력에도 불구하고 영업에 상당한 제한을 받았던 것.
특히 전 세계 시장에서 85%(유럽, 인도, 동남아, 중동, CIS 등)를 차지하고 있는 50Hz 타입의 스팀 터빈 기술을 갖고 있지 못해 해외 발전 엔지니어링ㆍ자재조달ㆍ건설(EPC) 사업 확대에 제약이 있었다.
발전 사업을 총괄하는 박 사장으로서는 M&A시장에 나온 유일한 터빈 원천기술 보유업체인 스코다파워를 인수하지 못하면 BTG 시장 참여는 불가능할 수도 있다는 위기감이 컸다.
결국 박 사장의 뜻은 받아들여졌고, 이제 두산그룹은 스코다파워 인수가 성공적이라고 평가하고 있다.
두산그룹측은 "하반기에는 경기 회복 분위기에 편승해 그동안 지연됐던 대형 발전 프로젝트들의 발주가 증가할 것"이라면서 "유럽과 미국 등은 물론 최근 연이은 수주를 올리고 있는 중동지역에서도 인수 시너지를 올릴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전했다.
채명석 기자 oricm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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