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투데이 이종길 기자]그룹 NRG 출신 방송인 이성진이 고개를 숙였다. 사기 및 도박 혐의를 묻는 질문에 “후회하고 있다. 죄송하다”는 말만 거듭했다.
이성진은 9일 오후 서울 양천구 신정동 서울남부지방법원에서 열린 1심 재판에 출두했다. 그는 지난해 6월 필리핀 마닐라에 위치한 한 카지노에서 피해자 오모 씨에게 두 차례에 걸쳐 빌린 돈을 모두 탕진하고 이를 갚지 않은 혐의를 받고 있다. 액수는 무려 2억 3300만원인 것으로 밝혀졌다.
사건이 불거진 뒤로 두문불출했던 그는 재판정에서 도박한 사실은 인정했으나 사기 혐의에 대해서는 부인했다. 변호사 없이 재판관의 질문에 답한 이성진은 “돈을 가로챌 생각은 없었다”며 “돈이 아닌 카지노 칩으로 받았다. 돈을 잃고 이성을 잃어 그런 방법으로 빌리게 됐다”고 진술했다.
이에 재판부는 “정황상 도박자금을 빌린 것이 명백해 보인다”며 “민법상 갚지 않아도 되는 돈 때문에 형법상 처벌을 할 수 있는 지에 대한 판례를 찾아볼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빌린 돈을 도박 자금으로 규정한 셈이다. 민법상 도박 자금은 변제할 의무가 없다.
이로써 사건은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게 됐다. 일각에서는 “도박자금을 돌려주지 않은 것에 대해 무혐의가 내려질 수 있다”고 점치고 있다. 물론 원정 도박 혐의에 대해서는 계속 재판이 이뤄질 가능성이 크다.
한편 모자를 눌러쓴 채 법원을 빠져나온 이성진은 마주친 취재진의 질문에 “후회하고 있다. 죄송하다”며 고개를 숙였다. “다음에 정식으로 말씀드리겠다”며 “죄송하다”는 거듭 남긴 채 법원을 빠져나갔다.
스포츠투데이 이종길 기자 leeme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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