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투데이 조범자 기자]한국 축구가 '중동의 강호' 이란에 무릎을 꿇었다. 4개월 앞으로 다가온 2011 아시안컵(카타르 도하) '모의고사'에서 내용과 결과 모든 면에서 아쉬운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조광래 감독이 이끄는 한국 축구 대표팀은 7일 오후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벌어진 이란과 평가전에서 전반 35분 이영표의 실책으로 쇼자에이에게 뼈아픈 선제 결승골을 내줘 0-1로 패했다.
이로써 조광래호는 출범 후 첫 패배를 맛봤고 한국은 역대 전적에서 호각세를 보였던 이란과 A매치 경기서 8승7무9패를 기록하며 균형이 깨졌다. 이란은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65위로 한국(44위)보다 아래지만 늘 한국을 괴롭혀온 까다로운 상대여서 중동팀에 번번이 고전한 한국에게는 아시안컵에 대비한 좋은 적수였다. 하지만 조광래호는 지난달 11일 나이지리아전보다 다시 한걸음 뒤처진 듯한 경기력으로 아쉬움을 샀다.
◇결정적인 실책, 곧바로 실점으로 연결
한국은 전반 2분 박주영이 오른쪽의 이청용에게 기막힌 패스를 내주며 이청용이 골키퍼와 일대일 상황을 맞았으나 슛이 골키퍼 발에 맞고 나가 아쉬움을 자아냈다. 전반 32분에 또한번 결정적인 찬스를 맞았지만 이또한 득점으로 연결되지 못했다. 오른쪽 윙백 최효진이 재치있게 오프사이드 트랩을 뚫고 박지성에게 날카로운 땅볼 패스를 연결했지만 박지성의 슛이 수비수를 맞고 굴절됐다.
그러나 3분 후 백전노장 이영표의 뼈아픈 실책으로 선제골을 내줬다. 이영표가 수비수 김영권에게 백패스를 하다 어정쩡하게 볼이 흘러갔고 이란 공격수들이 이를 놓치지 않고 낚아챈 뒤 빠르게 역습을 전개, 쇼자에이의 선제골로 이어졌다.
조광래 감독은 후반 기성용-윤빛가람을 빼고 김정우-김두현을 투입해 노련함에 기대했지만 김정우가 오히려 후반 시작과 동시에 문전 실책으로 상대 선수에 볼을 뺏기는 장면을 연출, 간담을 서늘케 했다.
한국은 후반 30분 이청용이 페널티박스 오른쪽에서 박주영에게 그림같은 스루패스를 찔러준 것을 박주영이 논스톱 슛으로 연결했지만 골키퍼 맞고 튕겨나갔다. 이청용-박주영의 콤비플레이가 모처럼 빛을 발했지만 고대했던 골은 나오지 안았다. 한국은 이어 박주영의 프리킥, 후반 교체돼 A매치 데뷔한 석현준의 과감한 공격 등을 앞세워 총공세를 펼쳤지만 무위로 돌아갔다.
◇'조광래호'의 진화, 보이지 않았다
조광래 감독은 이날 평가전을 앞두고 나이지리아전과는 또다른 공격패턴을 시험하겠다고 공언했다. 박주영과 이청용을 전방 오른쪽 공격에 치우치게 하고, 박지성으로 하여금 2선 미드필더와 최전방 공격수의 중책을 맡긴 것. 전반 초반엔 약속된 움직임이 살아나는 듯 보였지만 이내 급격히 무너졌다. 이란의 예상 밖 압박에 허둥대는 모습이었다.
조 감독이 누누히 강조하던 패싱게임은 시간이 흐를수록 사라졌고 상대 공격에 대한 압박, 공간창출, 골 결정력 모두 기대 이하였다. 나이지리아전서 보여준 빠른 패싱을 중심으로 한 아기자기한 축구는 보이지 않았다.
특히 대표팀의 허리인 중앙 미드필더에서 원활한 볼 배급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자 조 감독은 '신예 조합'인 기성용과 윤빛가람을 빼고 김정우 김두현을 투입해 '경험'에 기댔지만 이마저도 별무소용이었다.
껄끄러운 상대 이란과 평가전을 통해 2011 아시안컵에 대비한 숙제를 한아름 받아든 조광래호. 과연 어떤 해법으로 한발짝 뒷걸음친 대표팀을 새롭게 다듬을 지 기대된다.
한국은 오는 10월12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숙적 일본과 평가전을 갖는다.
스포츠투데이 조범자 기자 anju1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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