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애틀=아시아경제 김철현 기자] 한국의 온라인게임들이 북미시장에서 입지를 넓혀가고 있다.
지난 5일 사흘간의 일정을 마무리하고 폐막한 북미 최대 게임쇼 '팍스2010(PAX2010)'은 성장하는 한국 온라인게임의 위상을 다시 한 번 확인시킨 자리였다. 온라인게임, 콘솔게임, 보드게임 등을 총망라한 전시장에서 새로운 온라인게임을 즐기기 위해 늘어선 줄은 그 어느 때 보다 길었다.이에 따라 콘솔게임이 강세를 이루고 있는 북미시장에 대한 국내 업체들의 공략도 본격화할 태세다.
◆북미 온라인 게임 시장 급성장=7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국내 게임업체들이 콘솔게임이 강세인 북미 시장 진출을 서두르는 이유는 북미시장의 잠재력 때문. 한국콘텐츠진흥원의 '해외 콘텐츠 시장 조사' 자료에 따르면 북미 전체 게임 시장은 지난해 361억1900만 달러 규모로 추산됐다. 이 가운데 콘솔게임이 61.7%를 차지한 반면, 온라인게임은 5.5%에 그쳤을 만큼 북미시장에서 온라인게임의 시장점유율은 아직 미미한 편이다.
그러나 온라인게임의 성장 가능성은 매우 크다. 진흥원에 따르면 오는 2014년까지 북미 시장에서 콘솔게임의 성장률은 4.8%에 머물 것으로 예측되는 반면, 온라인게임은 2008년 17억1200만 달러에서 지난해 19억8300만 달러로 15.8% 성장한 데 이어 2014년까지 연평균 12.5% 성장해 35억6900만 달러 규모에 이를 것으로 전망됐다.
온라인게임의 급성장은 미국의 인터넷 보급률 확대가 한몫을 한다. 온라인게임의 확산은 초고속 인터넷 이용률과 직결돼 있기 때문이다. 미국연방통신위원회(FCC)는 2012년까지 모든 가정에 100Mbps(초당 100만 비트) 용량의 브로드밴드를 설치, 인터넷 서비스 부문에서 세계 1위가 되는 것을 정책 목표로 하고 있다. 이에 따라 미국의 브로드밴드 개선과 보급은 상당한 탄력을 받을 것으로 보이며 온라인 게임시장도 크게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북미 온라인게임 상위 톱10 중 5개는 한국 게임=이 같이 성장하고 있는 북미 온라인게임 시장에서 한국 게임은 10위권 내에 무려 5개를 올려 온라인게임 종주국의 위상을 입증하고 있다. 북미 온라인게임 커뮤니티 'Xfire.com'의 집계에 따르면 엔씨소프트의 '아이온', '길드워', 넥슨의 '메이플스토리'를 비롯해 '실크로드 온라인', '카발 온라인' 등이 다중접속(MMO) 게임 10위권 내에 자리 잡고 있다.
블리자드의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WOW)'가 1위를 수성하고 있지만 국내 게임들의 추격이 본격화되고 있는 것이다. 이는 지난해 온라인게임 매출 순위에서도 확인된다.
정보통신(IT) 컨설팅업체인 스트라베이스의 집계에 따르면 지난해 WOW는 10억 달러의 매출을 올리며 전 세계 온라인게임 중 1위를 기록했지만 엔씨소프트의 '리니지' 시리즈가 2억7000만 달러, '아이온'이 2억3000만 달러, 넥슨의 '메이플스토리'가 2억 달러 등 국내 온라인게임도 괄목할 만한 성장을 보여줬다.
이번 '팍스2010'에서 엔씨소프트가 신작 '길드워2'를 공개한 것을 비롯해 블루홀스튜디오, 웹젠 등이 북미 사용자 공략에 공을 들이고 있는 것은 이처럼 그간 국내 업체들이 북미 온라인게임 시장의 가능성을 확인했기 때문이다.
'길드워2'를 개발하고 있는 '아레나넷'의 마이크 오브라이언(Mike O'brien) 대표는 "북미에서는 콘솔게임이 약해지고 있는 상황이인 반면 온라인게임은 성장하고 있는데, 이는 인프라나 다운로드 같은 온라인게임의 편리함 때문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콘솔에서 경험하지 못하는 것들을 온라인에서는 경험할 수 있다"면서 "현재 많은 개발자들이 온라인게임에 뛰어들고 있어 그만큼 온라인게임 시장은 성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YELINE>
시애틀(미국)=김철현 기자 kc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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