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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니아]136살 단팥빵이 술독에 빠진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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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니아]136살 단팥빵이 술독에 빠진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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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송화정 기자] 요즘 대한민국은 단팥빵에 취했다. 그리고 단팥빵은 술에 취했다.


바로 시청률 40%를 넘으며 인기 고공행진 중인 드라마 '제빵왕 김탁구' 때문이다. 항상 우리 곁에 있어서 흔하게 느껴졌던 단팥빵이 넘쳐나는 화려한 빵과 디저트 속에서 이처럼 인기를 끄는 것을 보면 드라마의 힘이란 정말 대단하다는 생각이 절로 든다.

특히 드라마에서 줄거리를 이끌어가는 중요 역할을 했던 팔봉선생의 '봉빵'이 화제다. 최근 한 유명 제과점에서 이를 실제로 재현한 '주종봉단팥빵'을 선보이자 불티나듯 팔려나갔다. 한발 늦은 사람들은 빈손으로 돌아설 수밖에 없을 정도였다고 한다. 또한 그동안 봉빵이 어떤 맛일까 궁금해하던 수많은 사람들을 위해 이 제과점의 빵을 맛본 사람들은 너도나도 블로그에 봉빵 리뷰를 올리기도 했다.


[마니아]136살 단팥빵이 술독에 빠진 날 드라마 '제빵왕 김탁구'의 인기에 힘입어 단팥빵, 특히 주종으로 만든 단팥빵이 화제가 되고 있다.

단팥빵의 이같은 인기는 물론 드라마의 공이 가장 크지만 무엇보다 '단팥빵'이었기 때문에 가능했을지도 모른다. 누구나 단팥빵에 얽힌 기억을 가지고 있을 법한, 말 그대로 추억의 빵이기 때문이다. 드라마가 사람들의 향수를 제대로 건드린 셈이다. 물론 와플이니 컵케이크니 화려하기 그지없는 요즘 빵이나 케이크에 익숙한 어린 세대에게 단팥빵은 그저 시덥잖은 싸구려 빵에 지나지 않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대부분의 어른들에게 단팥빵이 최고의 간식거리였던 시절이 있었다. 나 역시 어린 시절 엄마의 손을 잡고 빵집에 가면 주저없이 단팥빵 봉지를 가장 먼저 집어들곤 했다. 빵집이 유일한 모임장소였던 시절 고등학생들의 수줍은 미팅에 단팥빵은 빠지지 않았고 데이트에도 단골 메뉴였다.


세상에 태어난 이후 사람들의 지속적인 사랑을 받고 있는 단팥빵은 몇 살이나 됐을까? 단팥빵은 1874년 일본에서 탄생했다. 벌써 136살이나 먹은 셈이다. 재미있는 것은 단팥빵이 탄생한 과정과 제빵왕 김탁구의 봉빵 탄생 과정이 매우 닮았다는 점이다. 일본에 빵이 들어온 것은 16세기경이었으나 쌀을 주식으로 삼았던 일본인들에게 빵은 그저 외국에서 온 이상한 것에 지나지 않았다. 이후 그 편리한 휴대성 때문에 군용 식량으로 이용되긴 했지만 일반 서민들에게 여전히 빵은 낯선 물체였다. 빵에 대한 그런 인식을 바꾼 계기가 바로 단팥빵의 탄생이었다.


[마니아]136살 단팥빵이 술독에 빠진 날 단팥빵은 1874년 일본에서 탄생했다. 단팥과 잘 어울리는 녹차를 넣어 만든 단팥빵.


기무라 야스헤에라는 한 일본인은 우연히 서양의 빵을 접하게 되고 일본인들이 즐겨먹을만한 것으로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는 빵을 발효시키는 데 쓰이는 이스트 냄새를 싫어하는 일본인들이 중국서 들어온 팥소가 들어간 찐빵(바오즈, 包子)은 좋아한다는 점을 감안해 바오즈를 만들 때 쓰는 술누룩으로 빵을 만들기로 했다. 바로 주종이다. 김탁구의 봉빵 역시 주종으로 빵을 만든다. 하지만 주종으로 빵을 만드는 것은 생각보다 쉽지 않았다. 적당한 발효점을 찾기가 어려워 반죽이 풀려버리거나 구웠을 때 딱딱하기 일쑤였다. 이 대목 역시 김탁구와 닮았다. 팔봉선생도 주종으로 빵을 만드는 과정에서 발효점을 찾지 못해 실패를 거듭하다 동료였던 춘배의 도움으로 7년만에 간신히 봉빵 을 만드는 데 성공했다. 시행착오를 거듭하던 야스헤에도 결국 6년만에 일본인의 입맛에 맞는 빵을 개발해낸다.


일본인에게 익숙한 일본술의 향이 감도는 그 빵에 야스헤에는 일본인이 좋아하는 단팥소를 넣어 완벽히 일본인의 입맛에 맞는 일본식 빵을 만들어낸 것이다. 단팥빵의 탄생은 쌀로 인해 주식으로서의 빵을 받아들이지 못하던 일본인들에게 간식으로 서의 빵을 즐기게 만들었고 그 결과 오늘날 일본은 단빵의 왕국이 될 수 있었다. 일본의 농업학자 나카오 사스케는 '요리의 기원'에서 "중국의 바오즈나 고기소를 넣어 구운 러우빙 (肉餠)에서 온 단팥소를 서구식 빵 안에 넣어 만들었다"며 "중국문화와 서구문화의 결합물인 단팥빵이 생겨난 곳이 중국도 서양도 아닌 일본이라는 점이 재미있다"고 평가했다.


[마니아]136살 단팥빵이 술독에 빠진 날 한국의 전통적인 단팥빵인 황남빵


136살이나 먹은 단팥빵도 오랜 세월을 지나면서 여러 가지로 진화했다. 먼저 팥소를 싸고 있는 피가 얇아 구우면 과자와 같은 느낌이 드는 황남빵이 있다. 황남빵은 우리나라에서 탄생한 전통적인 단팥빵으로 70년의 역사를 가지고 있다. 이 빵은 1939년 최영화옹이 경주시 황남동에서 만들기 시작해 황남빵이라 부르게 됐다. 단팥빵과는 다른 식감과 달큰한 맛이 별미다.


또 다른 형식의 단팥빵으로 일본의 도라야끼를 들 수 있겠다. 이것은 밀가루, 설탕, 달걀 등을 섞어 묽은 듯이 반죽을 해 팬케이크처럼 부쳐낸 후 두 장의 빵 사이에 팥소를 넣은 것이다. 일본의 만화 주인공인 도라에몽이 즐겨 먹었던 간식으로도 유명하다. 도라야끼는 스펀지케이크처럼 부드러운 빵과 단팥의 어울림이 절묘한 맛을 낸다.


[마니아]136살 단팥빵이 술독에 빠진 날 인기 만화 캐릭터인 도라에몽이 좋아했던 간식 도라야끼. 두 개의 부드러운 빵 사이에 팥소를 넣은, 단팥빵의 변형된 형태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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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주말 집에 들어오는 길에 맡았던 빵 굽는 냄새가 코끝을 계속 맴돌고 있는 와중에 김탁구의 재방송을 보게 됐다. 마치 마법처럼 반죽을 쥔 손을 이리저리 움직이니 단팥빵, 소보로, 크림빵이 뚝딱 탄생한다. 다 구워진 빵들을 오븐에서 꺼내려고 문을 여는 순간에는 마치 고소한 빵냄새가 화면 밖까지 전해지는 듯 했다. 못참고 부엌으로 달려가 밀가루를 찾는다. 반죽을 해주는 제빵기에 밀가루, 드라이이스트, 설탕, 소금, 달걀, 우유, 물 등을 넣고 돌린다. 1차 발효까지 마치고 나온 반죽은 아기 엉덩이마냥 통통하고 매끄럽게 부풀어 있다. 반죽을 꺼내 가스를 빼주고 분할해 둥글게 만든 후 젖은 면보 등을 덮어 반죽을 쉬게 하는 벤치타임을 준다. 적당히 휴식을 취한 반죽에 팥소를 넣고 모양을 만들어 다시 2차 발효. 구운 후 맛깔스러운 색을 위해 달걀물을 살짝 발라 준 후 예열해둔 오븐에 구워낸다. 집안 가득 빵 굽는 냄새가 퍼진다. 오븐에서 갓 꺼낸 빵을 반으로 가르니 훅하고 올라오는 김과 함께 달달한 팥의 향기가 코를 간지른다. 정끝별 시인의 단팥빵2의 한 구절이 떠오른다.


"뭉클한 단내에 숨통을 풀어놓고 칠흙같은 저 단팥 속에 주저앉고 싶다"






송화정 기자 yeekin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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