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진단
[아시아경제 오진희 기자]'이자 노예'인 하우스 푸어의 고통이 길어질 전망이다.시장에선 집값이 하락할 것이란 기대심리가 지배적이다.거래부진, 공급 과잉 등으로 부동산 침체는 내년까지 이어질 것이라는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지난 2008년 금융위기 직전 집값이 최고점을 찍을 시기에 집을 구입한 인구는 대략 260만가구가 이에 해당되며, 이들의 이자 부담고는 심각한 수준이다.
전문가들은 아직까지 일본식의 집값 폭락과 버블붕괴처럼 극단적인 상황까지는 이르지 않을 것이라 예상하면서도 '하우스 푸어'의 확산으로 양극화 문제가 더 심화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부동산 불황의 골이 깊어지면서 하우스 푸어의 연쇄적 파산으로 중산층이 무너질 수 있다는 것이다.
김희선 부동산114 전무는 "일본 버블붕괴 시기와 지금 한국의 상황은 경제성장률과 대출규제 면에서 볼 때 현재 한국의 사정이 훨씬 나아 일본식의 급격한 붕괴는 오지 않을 것"이라면서도 "다만 거래부진이 장기적으로 지속되고, 경기가 여기서 더 안 좋아진다면 그러한 가능성도 완전히 배제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양극화가 심화될 것이란 전망에 대해 김 전무는 무주택 서민이 집을 마련하는 것과 여유자금이 있는 자산가들이 부동산에 투자하는 것은 엄연히 다르고 손실에 대한 체감과 정도도 크게 차이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여유자금이 있는 이들의 경우 당장 집을 팔지 않고 경기가 좋아질 때를 기다리면 되는데, 무주택자들이 대출받아 집샀다가 경기가 나빠져 소득원이 차단되는 등 문제가 생기고 갚을 능력이 없게 되면 이게 부실로 이어지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대출의 목적이 시세 차익인지, 내집 마련인지에 따라 하우스푸어들을 바라보는 시각도 다양하다. 무리한 대출로 리스크를 안고 투자입장에서 집을 구입했다면 손절은 어쩔수 없다는 개인책임론이 있다. 그러나 한편에서는 대출없인 내집마련이 불가능한 사회적 구조하에 실거주 목적으로 집을 산 이들을 고려해야한다는 입장이다.
특히 이자노예로 전락한 1주택자들에 대해 정부차원의 구제책이 필요하다는 주문이 쏟아진다.
함영진 부동산써브 연구실장은 "초기 부담이 적은 계약금으로 분양권 전매 등을 통해 시세차익를 노리고 투자에 뛰어들어 손절매를 해야하는 사람들까지 정부가 구제할 수 없겠지만, 1주택자들이 짊어진 이자고통을 덜어줄 수 있을 것"이라면서 "주택담보대출 구조가 변동금리 3년거치 15년 상환이 보통인데, 고정금리로 바꾸거나 장기대출로 전환할 수 있도록 하는 방법들을 제시할 수 있을 것"이라고 언급했다.
이외에도 시장에서는 '하우스 푸어' 양산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장기적으로 제도와 인식을 변화시켜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기존 집이 안 팔려서 입주를 못하는 사태를 미리 방지하기 위해 준공후 분양하는 '후분양제'를 도입시키고, 부동산 불패신화로부터 벗어나 재테크로서의 집을 보수적으로 봐야한다는 것이다.
집값 하락 분위기로 지금이 바로 집을 마련해야할 시기로 보고, 또다시 무리한 대출을 통해 집을 사는것을 삼가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한다. 특히 내년 역시 미분양 물량과 보금자리 주택, 재건축 물량, 급매물 등이 수도권 내에서 늘어날 것이란 지적이다.
@include $docRoot.'/uhtml/article_relate.php';?>
오진희 기자 valere@
<ⓒ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