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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달리는 시내버스가 폭발하다니

시계아이콘00분 59초 소요

[아시아경제 ]달리던 버스에서 갑자기 '펑'하는 폭음이 났다. 버스 아래쪽 한가운데가 부서져 나갔다. 그 충격으로 근처 상점과 자동차 창문이 산산조각 났고 도로에는 핏자국, 벗겨진 운동화가 뒹굴었다. 승객들이 피를 흘리며 버스에서 빠져나왔다. 창문으로 탈출하는 승객도 있었다. 모두 17명의 승객이 크고 작게 다쳐 병원으로 긴급 이송됐다.


폭탄테러가 일어난 도심 현장의 긴박한 상황이 아니다. 어제 오후 서울 시내를 달리던 압축천연가스(CNG) 시내버스에서 일어난 폭발사고 현장의 모습이다. '시민의 발'이라는 시내버스가 운행 중 폭발사고로 인명피해를 내는 일이 어떻게 일어날 수 있는가. 시민들은 놀랍고 불안할 따름이다.

경찰은 버스에 장착된 CNG 용기 중 하나가 폭발해 사고가 난 것으로 보고 있으나 왜 용기가 폭발했는지는 아직 불분명하다. 전문가들은 폭염만으로 가스통이 폭발하는 일은 없다고 입을 모은다. 뭔가 구조적인 결함이 있다는 것이다. 연료통이 균열됐으리라는 주장이 있는가 하면 엔진과열에 따른 열기가 호스를 타고 연료통으로 들어갔으리라는 의견도 있다. 겨울철에 뿌린 염화칼슘이 연료통을 부식시킨 것은 아닌가 하는 시각도 있다.


문제의 심각성은 이번 폭발 사고가 처음이 아니라는 점이다. CNG버스가 등장한 후 비슷한 사고가 주기적으로 일어나고 있다. 2005년 전북 완주에서 처음 발생한 후 지금까지 CNG 버스 폭발사고는 7건에 이른다. 잇단 사고에도 불구하고 제대로 대책을 마련치 않아 빚어진 '예견된 참사'인 셈이다.

CNG버스에는 120ℓ의 압축천연가스가 들어 있는 연료 탱크가 한 대에 8개나 실려있다. 서울시는 CNG 차량이 환경오염을 낮추고, 액화천연가스(LPG) 등에 비해 안전하다는 이유로 올해 안에 모든 시내버스를 CNG 차량으로 바꿀 계획이다. 이번 사고를 떠올리면 위험한 가스통을 8개나 매단 CNG버스가 서울시내 도로를 점령한 채 달리게 된다는 얘기다.


당국과 버스회사는 이번 사고의 원인을 철저히 조사, 재발을 막아야 한다. 가스용기의 안정성은 물론 안전점검의 문제, 버스의 구조에 이르기까지 전면적으로 원점에서 짚어보고 완벽한 안전대책을 세우기 바란다. 시민의 발이 시민의 불안을 불러와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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