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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경청과 목계' 경영철학

삼성 계열사의 구매 및 상생협력 관계자들은 최근 쏟아지고 있는 대기업 비난 여론, 특히 그 중심에 삼성이 서 있는 것에 답답한 심정을 감출 수 없다. 이건희 회장이 강조한 데로 협력사들과 상생구조를 '예술의 경지'로 끌어 올리기 위해 지속적인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 마당에 마치 삼성이 한국경제의 '공적(公敵)'처럼 비쳐지자 어디에 '하소연'이라고 하고 싶은 심정이다.


이 같은 상황에서 삼성그룹이 사내 인트라넷인 '마이싱글'을 통해 고 이병철 선대 회장이 이건희 회장에 내려준 경영철학 '경청과 목계(木鷄)'를 우회적 방법을 통해 직원들에게 재강조하고 나서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일부 당국자가 '삼성'을 직접 언급할 만큼 대기업 비난 여론의 중심에 위치해 있지만 이에 반발하기 보다는 지적을 마음에 새기고 진실된 상생협력 방안을 조용히 준비해 나가자는 뜻을 내포한 것으로 풀이된다.


10일 삼성그룹은 '마이싱글' 메인 화면으로 '아나그램'이라는 게임을 소개했다. 아나그램은 영어 단어의 철자를 재배열해 새로운 단어를 만들어 내는 두뇌게임이다.
이 날 삼성이 제시한 단어는 'L I S T E N'이다. 우리말 '경청(傾聽)'으로 해석되는 이 단어는 고 이병철 회장이 이건희 회장에 직접 써 준 휘호다.

또 아나그램을 통해 나온 정답은 'S I L E N T'(침묵)으로 고(故) 이병철 회장이 이건희 회장에게 내려준 나무로 만든 닭 즉, '목계(木鷄)'의 의미로 받아들여진다.


장자 달생편에 나오는 목계 고사는 투계(鬪鷄)를 좋아하는 주나라 임금 선왕이 '기성자'라는 당대 제일의 조련사에 최고의 투계를 육성해달라고 한 후 기성자가 닭을 조련한 후 "마치 목계와 같이 덕을 완전히 갖춰 어느 닭이라도 그 모습만 봐도 도망칠 것입니다"라고 답한 일화에서 유래했다. '교만을 떨치지 않고 마음의 평정을 찾아야 진정한 승자가 된다'는 의미다.


삼성의 한 고위관계자는 "수년 전부터 협력사와의 상생시스템 구축을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해 왔고 앞으로도 제도적, 행태적 측면에서 개선해야 할 점을 깊이 들여다 볼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비난을 잠재우기 위한 미봉책 정도라면 언제든 상생대책을 발표할 수 있지만 일회성이 아닌 시스템전반에 대한 개선책을 추진하고 있기 때문에 적지 않은 시간이 소요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삼성이 이같이 단기대책보다는 상생구조의 체질적 개선을 위한 장기대책을 마련 중인 만큼 대기업, 특히 삼성에 대한 비난이 당분간 지속되더라도 임직원들이 이를 감내할 수 있는 태도를 갖춰야 한다는 의미로 '경청과 침묵'을 다시 한번 강조하고 나섰다는 것이 업계의 분석이다.


박성호 기자 vicman1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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