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회장 '천안함' 등 주요 키워드 제시...완급조절에 대한 아쉬움 커
[아시아경제 이정일 기자] 정부와 대립각 논란을 일으켰던 전국경제인연합회 하계포럼 개회사는 조석래 전경련 회장이 주요 키워드를 제시하고 전국경제인연합회 산하 국제경영원(IMI)이 전체 내용을 작성한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조 회장은 천안함 사건 등을 거론하며 "정부가 중심을 잡아야 한다"고 직접 언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명박 대통령의 사돈이기도 한 조 회장은 병환으로 치료 중이어서 포럼에는 참석하지 못하고 정병철 부회장이 개회사를 대독했다.
이번 개회사를 작성한 IMI측은 "조 회장이 개회사 내용에 대해 몇가지 키워드를 제시했으며, 이를 기반으로 재계의 뜻을 반영해 최종 문구를 작성했다"고 설명했다.
IMI 관계자는 "조 회장이 천안함 사태를 언급하면서 '정부나 정치권이 국가적 위기를 제대로 알리지 못해 국민들이 위기를 위기인지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는 우려를 내비쳤다"고 덧붙였다.
개회사 서두에 나오는 '나라가 올바르게 나아가려면 정부와 정치권이 중심을 잡아 장차 국가가 어떻게 나아가야 할지 방향을 명확하게 제시해야 한다'는 대목도 직접 발언한 것으로 전해졌다.
조 회장은 정부와 정치권은 물론 기업과 국민 모두가 자기 위치에서 제 역할을 해야 한다는 대목도 언급했지만 이 부분은 개회사에서 빠졌다.
전령련은 사태가 확산되자 "정부와 대립각을 세우려는 의도는 아니다"고 적극 해명했다. 전경련 관계자는 "천안함 사태 등으로 국론이 분열되는 현상을 두고 국민적 단합이 필요하다는 경제계의 우려를 담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전경련은 개회식 직전 일부 민감한 표현을 삭제하거나 수정하기도 했다. 당초 원고에 있던 '국정을 책임지는 리더들이 장차 국가가 어떻게 나아가야 될지 방향을 명확하게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는 부분은 최종 원고에서 빠졌고, '4대강 사업도 반대 세력의 여론몰이로 인해 중단될 위기에 있다'도 '…여론몰이로 인해 혼선을 빚고 있다'로 수정됐다.
정병철 부회장은 "개회식 전 (최종) 원고를 읽어봤지만 별 문제를 못 느꼈다"면서 "언론이 일부 부분만 떼어내 정부와 싸움을 부추키고 있다"며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타이밍'과 '완급조절'을 아쉬워하는 목소리도 흘러나온다.
전경련의 한 관계자는 "다른 때 같으면 별 탈이 없었겠지만 대통령이 대기업을 겨냥해 연일 쓴소리를 내뱉고 있는 시점인 것이 문제였다"면서 "재계의 뜻을 좀더 완곡하게 표현하지 못한 측면도 있다"고 꼬집었다.
재계 관계자도 "전경련이 해명 자료를 낸 것 자체가 개회사 내용이 문제가 있음을 자인하는 꼴"이라면서 "전체적으로 조율되지 못하고 우왕좌앙하는 모습에서 회장의 부재가 아쉬웠다"고 토로했다.
한편, 이명박 대통령은 이번 개회사 발언이 공개된 후 "전경련도 대기업의 이익만 옹호하려는 자세를 가져선 곤란하며 사회적 책임도 함께 염두에 둬야 한다"며 불편한 감정을 숨기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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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일 기자 jayl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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