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bar_progress

글자크기 설정

닫기

'핫라인' 만들었던 MB, 대기업 연일 질타..왜?

[아시아경제 조영주 기자] 이명박 대통령이 최근 잇따라 대기업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발언을 쏟아내 그 배경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급기야 이 대통령은 지난 23일 청와대 수석회의에서 "대기업 현금보유량이 많다. 투자를 안하니까 서민들이 힘들다"며 경제가 회복되고 있음에도 불구, 서민들의 체감경기가 살아나지 못하고 있는 원인을 대기업에게 돌렸다.

재계는 물론 정치권 일각에서 친서민·친중소기업 행보가 대기업에게만 부담을 지우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를 나타내고 있는 가운데 청와대는 "대기업과 중소기업·서민이 동반성장을 하자는 취지"라고 해명했다.


◆대기업에 '사회적 책임' 강조하는 MB

이 대통령은 지난 22일 현장방문에서도 대기업 캐피탈사의 고금리 대출에 대해 "큰 재벌에서 이자를 일수 이자 받듯이 이렇게 받는 것은 사회정의상 안맞지 않느냐"면서 "이렇게 높은 이자를 받고 캐피탈이 돈을 빌려준다는 것은 상상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과거에 비하면 인프라가 잘 깔리고 있다고 생각하는데, 사회격차가 점점 심해지지 않나"라며 "대기업은 몇 천억 원 이익 났다고 하는데, 없는 사람들은 죽겠다고 하니까 심리적 부담이 되지 않느냐. 그래서 대기업들도 (정부가) 하라니까 하는 게 아니고 사회적 책임을 느껴야 된다"고 강조했다.


김희정 청와대 대변인은 "대통령이 현장방문 과정에서 캐피탈사의 금리를 (40~50%대로) 잘못 알고 금리가 너무 높다고 지적한 바 있다"며 "하지만 (실제 캐피탈사의 평균인) 30%대 금리 역시 고금리라며, 이에 대한 실태조사를 지시했다"고 설명했다.


이 대통령은 "중소기업이나 약자도 자생할 수 있는 독자생존력이 필요하다. 그래서 이 미소금융은 고기 잡는 그물이다"면서 지지부진한 미소금융에 대기업이 적극 나서줄 것을 독려했다.


이 대통령은 지난 13일 녹색성장위원회 보고대회에서도 "중소기업이나 중견기업들이 이 (녹색성장) 분야에 투자해서 10년, 20년 후에는 세계적인 중소기업, 대기업으로 탄생하기를 희망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산업화, 정보화 시대를 거치면서 몇 개의 유수 대기업 중심으로 경제가 이끌어져 온 것이 사실이다"며 "앞으로 녹색성장 시대에서는 새로운 기업들이 많이 탄생해야 한다"며 "정부는 중소기업, 중견기업들이 참여하는데 여러 가지 지원 방안을 강구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 대통령은 이 행사에 대해 사전보고를 받으면서 대기업보다는 중소기업 중심으로 준비할 것을 주문한 것으로 알려졌다.


◆靑 "친서민은 '함께 잘살자'는 국정철학"


재계는 이 대통령의 발언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집권초기 기업과 '핫라인'을 만들어 의견을 수렴했던 이 대통령이 최근 대기업을 질타하고 있어 그 배경을 파악하고 있다"며 "6.2 지방선거 패배와 집권후반기에 접어드는 시기에 대기업에 대한 시선이 급속도로 바뀐 것 같은 느낌도 받는다"고 말했다.


대기업의 한 임원은 "대기업들이 투자를 하지 못하고 현금을 쌓아두는 것은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라며 "그렇다고 아무렇게나 투자를 했다간 낭패를 당할 수 있는 것 아니냐"고 답답해 했다.


청와대는 이에 대해 "대통령의 의지는 경제 생태계의 선순환체계를 만들겠다는 것"이라며 '대기업-중소기업', '부자-서민' 등 이분법적 대결구도로 몰아가는 것에 대해 선을 그었다.


김 대변인은 "일부에서 '너무 대기업에만 어떤 강요를 하고 책임을 맡기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있는데 절대로 그렇지 않다"면서 "한쪽을 때려서 한쪽을 잘 운영하겠다는 취지가 아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시장의 성공을 위해서는 서민도 한 축을 담당해야 한다"며 "상대적으로 수혜를 덜 받았던 서민들을 위해 그동안 수혜를 받아온 대기업과 정부가 함께 힘을 모아 '함께 잘사는 사회'를 만들어가자는 이 대통령의 국정철학이 담긴 것"이라고 덧붙였다.


청와대의 다른 참모는 "집권후반기 국정운영의 화두를 '친서민'으로 정한 것은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강조한 이 대통령의 평소 생각이 반영된 것으로 봐야 한다"며 "이 대통령이 본인의 재산을 사회에 환원하고, 빌 게이츠 MS(마이크로 소프트) 전 CEO의 기부활동에 충격을 받았다고 한 것도 같은 맥락"이라고 알렸다.


이 대통령은 지난달 23일 빌 게이츠가 100억달러를 기부하고 직접 봉사활동을 다니는 모습을 소개하며 "세계적인 부자가 돈만 내놓는 게 아니라 몸도 내놓는 거 보고 감명받았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 대통령은 7.7 청와대 조직개편에서 시회정책수석을 고용복지수석으로 바꾸고 산하에 보건복지, 여성가족, 고용노사와 함께 분야별 서민관련 정책을 발굴하고 점검하는 서민정책비서관을 신설했다.


조영주 기자 yjcho@
<ⓒ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AD
AD

당신이 궁금할 이슈 콘텐츠

AD

맞춤콘텐츠

AD

실시간 핫이슈

AD

위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