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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안게임 주경기장, 인천판 '세종시' 되나?

지역간 대결, 거짓말 논란, 정치권 책임회피...'사회적 합의기구' 필요 주장도

[아시아경제 김봉수 기자] 2014 인천아시안게임 주경기장 신축을 둘러 싼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소외론 및 균형 발전론, 역차별론 등이 나오며 지역 대결로 확산되는 형국, 정치권 책임 회피 등 전개되는 상황이 마치 세종시 수정안 당시의 상황과 비슷하다는 지적까지 나오고 있다.


▲ 지역간 대결로 확대돼

송영길 인천시장은 취임하기도 전인 지난달 30일 전격적으로 중동을 방문해 알 사바 아시아올림픽평의회(OCA)회장을 만나 주경기장 신축 여부를 전적으로 인천시의 재량 하에 진행하겠다고 양해를 구하고 돌아왔다.


이후 파문이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되고 있다.

특히 경기장 신축 예정이었던 인천 서구 지역과 그 밖의 지역간의 대결로 확대되는 양상이다.


서구 주민들은 "왜 서구만 미워하냐"며 지역 소외론ㆍ균형발전론을 들먹이며 강력 반발하고 있다.


이들의 논리는 다음과 같다. 그동안 인천 지역이 주로 경인고속도로 남쪽을 축으로 발달하는 바람에 북쪽에 있고 교통이 불편한 서구 지역은 제대로 된 상권도 발달하지 못하는 등 소외돼 왔었다.


하지만 최근 청라지구, 검단신도시, 가정오거리 루원시티 등의 개발 사업이 이어지고 있어 간신히 지역이 활기를 띄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아시안게임 주경기장의 경우 인천지하철2호선 신설과 더불어 한창 진전되고 있는 서구의 도시 발전에 '화룡점정' 역할을 해 줄 메인 인프라이므로 반드시 필요하다는 게 주민들의 주장이다.


특히 이들은 최근 들어 주춤하고 있는 각종 개발 계획을 성사시키기 위해서라도 아시안게임 주경기장 신축이 꼭 필요하다는 주장을 하고 있다.


이에 대해 서구 출신 한 시의원은 "서구 전체에 진행 중인 각종 개발 계획이 부동산 경기 침체로 주춤하고 있는데, 아시안게임 주경기장까지 무산되면 걷잡을 수 없는 상황이 될 것"이라며 "지금도 아파트들이 미분양되고 1~2억원씩 가격이 떨어져 주민들이 난리다"고 말했다.


반면 다른 지역 주민들은 '냉담'하다. 아예 "재정적자도 심하다는 데 서구에 왜 그렇게 퍼줘야 하느냐"며 역차별론을 제기하는 이들도 많다.


이들은 "막대한 예산이 들어가는 인천지하철 2호선 사업과 아시안게임 주경기장 건설이 모두 서구 지역에 집중돼 있다"며 "인구도 별로 없는 곳에 빚을 내가며 지하철을 깔고 경기장을 세우는데 돈을 쓸 필요가 없다"는 반응이다.


특히 낡은 주택과 공장이 밀집돼 있어 주거 환경이 열악한 구도심 지역 주민들일 수록 주경기장 신축에 반대가 심하다. 안상수 전 시장 대신 송 시장을 택한 이유가 "구도심에서 거둔 세금을 송도에만 쏟아 부었다"는 것에 대한 반발이었는데, 5000억원 대의 세금을 이번에는 서구에 쏟아 부으려 한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 남구 출신 김기신 인천시의회 의장은 14일 기자간담회에서 "문학경기장을 지어놓긴 했지만 지역 경제가 나아졌다는 얘기를 들어 본 적이 없다"고 말했다.


▲ 정치권 책임 회피 공방


아시안게임 주경기장 신축 논란은 지역 정치권에도 주요 화두가 되고 있다. 문제는 여야간 힘을 모으는 것이 아니라 서로 책임을 회피하고 있다는 것이다.


송영길 인천시장과 민주당 인천시당 쪽에선 한나라당 쪽에게 책임을 떠넘기고 있다.


지역 국회의원 12명 중 9명이 여당인 한나라당 소속인 만큼, 한나라당 소속 지역 국회의원들이 국회에서 국비 30%를 확보해 오면 신축할 수 있다는 것이다.


반면 한나라당 쪽에선 "먼저 송 시장이 신축 방침을 확정해라"며 반격하고 있다.


한나라당 한 국회의원은 최근 기자회견에서 "국비 보조를 따내려면 경기장 신축 계획이 확정되어야 하는 것 아니냐"며 "우리도 노력해야 하는 것은 맞지만 송 시장이 재검토 방침을 밝히는 바람에 할 수 있는 게 없게 돼 버렸다"고 말했다.



▲ 거짓말 논란까지


아시안게임 주경기장 신축을 둘러 싼 논란은 거짓말 공방으로까지 이어지고 있다. OCA 규정에 있는 '주경기장 관람석 규모 7만석' 조항이 의무 규정이냐 임의 규정이냐에 대한 공방이다.


송 시장 쪽은 지난달 30일 알사바 OCA회장을 만난 자리에서 임의 규정임을 확인받았고, 안 전 시장도 송 시장과 독대했을 때 이 사실을 인정했다는 주장이다.


송 시장 쪽 한 핵심인사는 최근 이와 관련 "안 전 시장이 주경기장 신축을 하겠다는 욕심 때문에 임의 규정을 의무 규정으로 속여왔다"고 주장했다.


반면 이학재 서구 국회의원은 의무 규정이라고 반박하고 있다.


그는 "2008년 OCA가 정부의 공식적인 질의에 대해 '의무규정이며 어길 경우 개최권을 박탈할 수 도 있다'는 답변을 보내왔다"며 지난 13일 관련 문건 사본을 공개하기도 했다.


▲ 예산 추산도 제각각


주경기장 신축 또는 문학경기장 재활용 등에 따른 예산 절감 여부에 대한 주장도 제각각이다.


송 시장 측은 주경기장을 신축하면 5600억원이 드는 반면 문학경기장을 7만석 규모로 증축할 경우의 추가 비용은 650억원에 불과하다고 주장했다. 5000억원 가량을 절약할 수 있다는 것이다.


반면 서구 주민들은 주경기장 신축 비용이 5600억원이긴 하지만, 이미 토지 보상비용 1860억원이 지출됐고 또 포스코건설이 1200억원을 대기로 한 만큼 시 예산은 2540억원만 들어가면 된다는 주장이다.


아울러 주경기장 신축 대신 문학경기장 리모델링시 별도의 육상 경기장 신설도 필요해 1500억원의 비용이 추가 지출되는 만큼 신축과 리모델링 사이에는 540억원 정도의 차이밖에 나지 않는다고 반박하고 있다.


하지만 토지보상비용의 경우 지출된 만큼 해당 토지가 시 재산으로 잡혀 있어 비용으로 보기 어렵고, 포스코건설이 1200억원을 비용하는 대신 30년간 경기장 운영권을 갖게 돼 그만큼 시 입장에선 손해라는 점을 간과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특히 아시안게임 주경기장 신축은 현재 건설 중인 인천지하철2호선의 노선 수정, 미디어촌ㆍ선수촌 건설 등 엄청난 추가 비용 지출을 요구한다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는 분석이다.


▲ 세종시 수정안 닮은 '루원시티 행정타운'


이와 관련 최근 인천시가 당초 남구 도화도시개발구역에 설치하려던 행정타운을 서구 가정오거리 루원시티로 옮기겠다는 제안을 해 주목을 받고 있다.


인천도시개발공사, 인천발전연구원, 인천관광공사, 상수도사업본부, 시설관리공단 등 5개 공공기관이 입주할 예정인 행정타운은 상주인구를 유입시키고 상권을 활성화시키는 등 도시 발전의 촉매제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인천시는 전임 시장 시절 남구 도화구역 개발 촉진을 위해 기존에 흩어져 있는 공공기관을 모아 행정타운을 설치하기로 했었다.


하지만 송 시장은 행정타운을 서구 가정오거리로 옮기고 대신 도화구역엔 교육청과 시립도서관을 이전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송 시장 측은 특히 주경기장 신축이 취소될 경우 주민들이 느낄 상실감을 달래주는 방안의 하나로 이를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서구 주민들은 "행정타운이 주경기장을 대신할 수 없다"며 만족할 수 없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 대안은 '소통'뿐


이처럼 파문이 확산되자 '소모적 논란'에 대한 인천 시민사회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김송원 인천경실련 사무처장은 "어떤 결정이 됐든 시민들이 피해를 볼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송 시장과 지역 정치권이 주민들과의 적극적인 소통을 해야 하며, 국비 확보 노력, 재정 부담 최소화 등을 감안해 주민들의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는 방안으로 결정을 내려야 한다"고 말했다.


시민들의 의견을 모으고 객관적 사실 파악과 의사 결정을 할 수 있는 사회적 합의 기구를 통해 이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장금석 인천연대 사무처장은 "지역주의로 치닫고 있고 이성적이지 못한 분위기로 가는 속에서는 어떤 결론이 나와도 양쪽 모두 수용할 수 없을 것"이라며 "전문가, 시민단체 대표, 지역 주민 대표, 공무원 등이 참여하는 사회적 합의기구를 통해서 결정을 내리고 송 시장도 이를 수용하는 방안이 바람직하다"고 주장했다.


김봉수 기자 bsk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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