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박수익 기자] # 이란-이라크전쟁이 막바지에 달하던 1988년 6월. 대림산업이 건설하고 있던 이란 캉간 가스정제공장이 이라크 공군의 폭격을 받아, 근로자 12명이 사망하는 참사가 발생했다. 하지만 대림산업은 공사를 중단하지 않고 끝까지 완료한 뒤 철수했다. 이후 대림산업은 이란으로부터 '신뢰할 수 있는 파트너'라는 인식을 얻게 됐고, 이후 3억달러 규모의 이란 카론댐 토목공사 등 대규모 수주계약을 연이어 따냈다.
미국이 '포괄적 이란 제재법안'을 통과시킨데 이어, 한국은행들도 대(對) 이란 금융거래를 중단하는 등 제재조치가 본격화되면서, 이란과 거래하는 한국기업들이 '딜레마'에 빠졌다. 이란과 거래를 중단할 경우 중동국가 중 우리나라의 최대교역국인 이란시장을 포기해야하고, 반대로 거래를 지속하면 국제적인 제재 조치를 주도하고 있는 미국과의 거래시 불이익을 감수해야하기 때문이다.
무역전문가들은 이란을 비롯한 중동국가들의 특성상, 이번 사태로 이란과의 거래를 단절할 경우 사실상 반영구적으로 거래 재개가 어려울 수 있다고 지적한다. 무역업계 고위관계자는 "중동내 최대교역국인 이란은 그동안 한국기업들과의 거래시 대금결제에 문제를 일으킨 적이 단 한번도 없었던 국가"라며 "대신 자존심이 강하기 때문에 한번 거래를 단절하면 다시는 파트너로 인정하지 않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때문에 가장 큰 피해를 보는 곳은 이란을 비롯해 중동지역에 특화된 중소기업들이다. 코트라와 한국무역협회 등 무역유관기관에 따르면, 이란과 거래하고 있는 중소기업들 다수가 금융거래 중단으로 수출대금을 받지 못하면서 심각한 자금압박을 받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김용석 코트라 중동·아프리카·CIS 팀장은 "이란 등 특정국가에 특화된 제품은 다른 곳에 팔기도 어렵기 때문에 중소기업들의 피해가 클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건설업계의 고민도 마찬가지다. 미래에셋증권 분석에 따르면 올해 중동지역의 화공플랜트 시장 규모는 2039억달러이며, 이중 44%인 882억달러를 이란이 차지한다. 북아프리카시장까지 합치더라도 이란의 비중은 32%에 달한다. 이에따라 한국 건설업체들이 이란 플랜트 시장에서 철수할 경우, 빈 자리는 고스란히 이란의 최대교역국이자, 미국 주도의 이란제재에서 상대적으로 자유로운 중국이 차지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반면 이란과의 거래를 지속하면, 최대시장인 미국과의 거래가 사실상 중단될 수 있다는 점이 기업들의 또다른 고민이다.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지난 1일 서명한 '포괄적 이란 제재법안'에 따르면, 에너지·자원분야에서 연 2000만달러 이상을 이란에 투자한 기업들에게 대(對)미 수출금지 등 기존 제재는 물론 미국내 외환시장과 은행시스템 접근금지, 자산거래 금지 등을 적용하는 방안이 추가됐다.
지금 뜨는 뉴스
무역업계 관계자는 "미국의 이번 조치는 과거 '이란제재법'에 비해 강도가 훨씬 높다"며 "향후 제재 범위 등에 대한 명확한 판단이 내려지기 전까지 수출기업들의 어려움이 지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include $docRoot.'/uhtml/article_relate.php';?>
[아시아경제 증권방송] - 무료로 종목 상담 받아보세요
박수익 기자 sipark@
<ⓒ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