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 국민의 관심이 월드컵에 집중돼 있던 지난 6월 말 건설업체들의 구조조정방안이 발표됐다. 뒤이어 지난 9일에는 한국은행이 기준 금리를 전격 인상했다. 이로써 지난해 초 단행된 구조조정으로 어려움을 겪어온 건설사들은 다시 한번 고초를 겪게 됐다.
정부는 금융위기를 성공적으로 극복해 자신감을 회복했지만 건설업체들은 지난해보다 상황이 그다지 개선되지 않고 있다고 느끼고 있는 탓에 최근 단행된 일련의 조치들에 매우 힘들어 하고 있는 게 사실이다. 그러나 언제까지나 어렵다는 말만 되풀이해서는 우리 건설업계가 재도약할 수 없다. 과거 여러 차례 구조조정과 미분양대책이 발표되거나 단행됐는데도 건설업계가 여전히 어려움에 처한 이유를 따져보고 구조조정의 실효성을 극대화할 수 있는 방안을 고민할 때라고 본다.
우리나라 건설사들의 위기는 사실 외환위기 이후 구조조정 과정에서 그 원인을 찾을 수 있다. 당시 시공사들의 부채비율을 제한하면서 시행사 위주의 사업방식이 나타났고, 그 결과 우리나라 주택개발사업은 시행과 시공이 분리되면서 사업방식이 바뀌었다. 외부감사대상 시공사의 부채비율이 외환위기 당시 600%에서 200%까지 낮아지는 등 2000년대 중반까지 이런 정책들은 실효성이 있는 것처럼 보였다. 또한 주택경기 활황에 힘입어 많은 시행사와 시공사가 큰 이익을 봤다. 그러나 이러한 사업방식은 영세한 시행사의 신용을 보강하기 위해 시공사인 건설회사의 책임준공과 지급보증을 필요로 했고, 시행사는 지속적인 이익창출을 위해 사업성을 철저하게 분석하지 않고 무분별하게 신규 사업을 추진하는 결과를 낳았다. 주택경기가 침체된 2008년 이후 시행사와 건설사 모두 큰 어려움을 겪으면서 건설업계의 위기가 시작됐다. 이러한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해서 지난해 1월과 3월에 건설사 구조조정을 단행했으나 시공능력 100위권 내에서는 대주건설 1곳만 퇴출됐을 뿐이었다.
미진한 구조조정의 결과는 좋지 않았다. B등급 이상을 받은 건설사 중 신창건설과 현진건설, 성원건설과 남양건설이 워크아웃(기업회생절차)에 들어가면서 구조조정의 실효성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기 시작했다. 이어 지난 6월25일에 3차 구조조정이 단행됐다. 이에 따라 워크아웃 대상인 C등급 9개사, 퇴출대상인 D등급 7개사가 선정됐다.
엄격한 구조조정으로 당장 많은 건설업체들이 고통을 받을 수밖에 없다. 그러나 주택건설산업의 새로운 시작을 위해서는 반드시 필요한 과정이라고 본다. 구조조정이 미진한 가운데 실행된 정부의 미분양 대책과 건설업체에 대한 유동성 지원은 당연히 그 실효성을 깎아먹었다. 정부 지원정책의 핵심은 수요증가를 위한 조세감면과 건설사 등의 유동성 지원을 위해 공적자금을 활용하여 미분양물량을 매입하는 것이다. 이런 정책은 건설사들 중 옥석을 가린 후에 추진했어야만 회생 가능한 기업을 살리는 등 실효성을 거둘 수 있었음은 두 말할 나위도 없다.
지난 1997년 외환위기 때도 많은 건설회사가 구조조정으로 시장에서 사라졌다. 그러나 구조조정은 건설산업이 활성화되는 밑거름이 됐다는 점을 잊어서는 안된다. 물론 건설사 구조조정은 단기적으로는 많은 사람들에게 고통을 주게 마련이다. 그러나 고통을 감내하고 시장을 정상화시켜야만 새로운 기회를 만들 수 있다. 이번 기회에 새롭게 합리적인 프로젝트 파이낸싱(PF) 관행을 마련하고, 금융권도 개발사업 대출을 위한 합리적인 사업평가 시스템을 개발한다면 우리나라 부동산 건설사업이 새롭게 도약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이경환 가우법률사무소 대표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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