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달중 기자] 민주당 차기 당권을 놓고 주류와 비주류 간의 갈등이 격화되면서 손학규 전 대표가 다시 주목 받고 있다. 주류와 비주류의 반목이 커질수록 손 전 대표의 몸값도 상승하는 분위기다. 특히 손 전 대표의 8월 전당대회 출마 여부는 민주당 당대표 후보들의 명암도 크게 갈릴 수 있다.
손 전 대표의 측근들은 7.28 재보선을 기점으로 침거생활을 끝낼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자신의 정치 활로와 당의 비전을 구상하기 위해 강원도 춘천으로 떠났던 그가 2년 만에 다시 여의도로 돌아온다는 것이다.
그는 그러나 전대 출마 여부에 대해서는 뚜렷한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고 한다. 한 측근은 "결심은 끝난 것 같지만, 우리들에게 별다른 말씀을 하지 않았다"며 "다만 재보선에서 당 선거운동을 도우면서 자연스럽게 복귀할 것"이라고 말했다.
당 안팎에서는 손 전 대표의 출마를 권유하는 분위기가 확산되고 있다. 주류와 비주류 간의 내전이 심해질 경우 자칫 지방선거에서 힘을 실어준 민심이 다시 등을 돌릴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손 전 대표의 전대 출마를 권유해온 한 측근은 "2년 동안 민주당을 어떻게 변화시킬지 고심해왔는데, 이제 그 뜻을 펼쳐야하지 않겠나"라며 "당선 여부와 상관없이 민주당의 비전을 제시하고 당원들에게 새로운 길을 제시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한 측근도 "지금처럼 주류와 비주류가 당의 정책과 비전을 보여주지 못하고 계파 싸움을 벌이는 상황에서 손 전 대표의 출마는 권력투쟁 논쟁의 구도에서 노선과 정체성에 관한 논쟁으로 한 단계 업그레이드 시킬 수 있다"고 긍정적으로 전망했다.
손 전 대표의 전대 출마 여부에 따른 주류와 비주류의 셈법도 복잡해진다. 먼저 정세균 대표가 가장 큰 타격을 입게 될 것으로 보인다. 정 대표는 손 전 대표와 지난 2007년 전대에서 느슨한 연대를 해온데다 당내 지지기반이 486 그룹이라는 점도 비슷하다. 때문에 손 전 대표가 출마할 경우 정 대표의 지지층 일부가 이탈할 수 있다.
비주류측도 마찬가지다. 정동영 의원을 중심으로 연대의 틀을 구축하고 있지만, 손 전 대표의 출마는 다자구도로 상황을 변화시킬 가능성이 높다. 이 경우 비주류 연대의 결속력이 약화되면서 비주류 내부의 후보 정리가 난항을 겪게 돼 4자구도 이상으로 복잡해질 수 있다.
그러나 손 전 대표가 전대에 출마하지 않을 것이라는 의견도 만만치 않다. 민주당 한 재선 의원은 "손학규의 가치는 권력투쟁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일정한 거리를 두고 정치 영향력을 더 키울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지난 대선에서 손 전 대표를 지원한 486그룹의 한 관계자도 "대표경선이 분리되어 있어 1등을 하지 못할 경우 오히려 출마 의미가 퇴색될 수 있다"며 "당권경쟁보다 다른 방안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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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달중 기자 da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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