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정선영 기자]더블딥(이중침체)의 그림자가 외환시장에도 드리워졌다. 원달러 환율 1200원 하향 돌파가 만만치 않다.
주말 미 고용지표 부진은 미국 주택 지표에 이은 고용 지표 발 충격을 시장에 안겨줬다. 이는 하반기 경제 전망이 그리 좋지 못할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해진 상황에서 시장 심리를 흔들었다.
이번주는 증시와 경제 지표를 눈여겨 봐야할 것으로 예상된다. 원·달러 환율은 1200원대에서 급등락을 거듭할 전망이다. 월말, 반기말이 지나면서 수급이 어느정도 완화돼 변동성이 가라앉을 수 있지만 악재에 반응하는 속도는 여전히 빠를 것으로 보인다.
외환딜러들도 환율 1200원이 지지되는 가운데 위쪽으로 열린 방향성 없는 장세가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주말 역외 차액결제선물환(NDF)환율은 장중 1240원에 고점을 본 상태다.
◆미 더블딥 우려 수면위로
미국 경제지표는 여전히 외환시장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지난 주말 화두였던 미국의 6월 고용지표는 예상보다 좋지 않았다. 민간 고용자수가 예상치를 크게 밑돌면서 시장의 기대를 꺼드렸다.
민간고용자수는 예상치 11만명에 크게 못미치는 8만3000명 증가에 그쳤다. 특히 6월 비농업고용자수은 12만5000명 줄어들며 올 들어 처음으로 감소했다. 6월 제조업 지수 또한 전월 59.7에서 56.2로 대폭 하락하면서 더블딥 우려를 가중시켰다.
뉴욕증시가 7거래일째 하락하면서 연저점을 경신하고 유럽과 중국이 긴축을 하고 있는 만큼 더블딥 우려가 증폭될 경우 외환시장에 악재로 작용할 공산이 크다.
한편 증시가 하락 일로를 걸으면서 반등 기대도 커졌다. 이번주 원달러 환율 변수로 증시가 또 다시 주목을 받을 전망이다.
◆증시 기술적 반등에 기대
증시가 기술적 반등에 나설지가 환시에서도 관심을 끌 것으로 보인다.
지난 주말을 앞두고 투신권 환매 수요가 외환시장에서 눈에 띄게 등장한 점도 유의할 필요가 있다. 중국을 비롯한 국내 증시가 최근 약세를 나타내면서 투신사 해외 자산 헤지 비율 조정이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증시가 저점을 찍고 반등국면으로 전환될 가능성이 있지만 본격적인 반등 재료가 나타나지 않는 한 외환시장이 증시에서 눈을 떼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한 외국계은행 딜러는 "투신사들이 해외 자산 헤징을 해 놓았는데 주식시장 흐름에 따라 헤지 비율을 조정하고 있다"며 "주말을 앞두고 아시아 증시가 하락하면서 투신권의 헤지 물량에 따른 바이 물량이 강하게 유입됐다"고 말했다.
지난주 외국인은 3거래일 연속 8266억원 어치 주식 순매도를 나타냈다.
◆위안화 점진적 절상 지속
위안화는 지난 6월19일 중국 인민은행의 위안화 환율 유연성 조치 이후 점진적 절상을 이어가고 있다. 관리변동환율제 복귀를 선언한 이후 달러화에 대한 위안화 가치는 약 0.8% 절상됐다.
그러나 위안화 환율 변동에 대한 중국 정부는 자주 경계감을 드러내고 있다 .중국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의 후샤오렌(胡曉煉) 부행장은 지난 3일 "위안화 환율이 적정 수준에서 움직이는 것은 좋지만 과도한 움직임은 좋지 않다"고 언급했다. 그는 중국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경상수지 흑자 비율이 줄어들고 있다는 점에 우려감을 나타냈다.
위안화 절상은 시장이 당초 예상했던 것보다는 빠른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그러나 이같은 점진적 절상이 중국 경제와 증시에 대한 부정적 시각을 부추길 수 있어 원달러 환율 하락에 주는 영향은 제한적인 상황이다.
일단 위안화 절상이 아시아통화 절상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남아있는 만큼 중국 정부가 얼마나 빠르게 진행할지, 어느정도 변동폭을 용인할지 여부를 지켜볼 만하다.
◆네고 물량 공급 레벨 상향
수급 측면에서 봤을 때 달러 공급이 그리 녹록치 않은 점이 환율 상단을 약화시키고 있다. 시장 심리가 불안할 수록 섣불리 달러를 팔려는 시장참가자는 많지 않다.
수출업체 네고물량도 차츰 레벨을 높이고 있다. 지난주 외국인 주식 순매도가 이어지면서 주식 자금이 보트(bought)쪽으로 나오고 있는 점도 관건이다.
환율이 1220원에 부딪치고 올라오는 흐름을 나타내면서 수입업체들은 하단에서 지속적으로 결제수요를 내놓고 있다.
◆글로벌 달러 약세에도 기 못펴는 아시아통화
스페인 국채 발행 성공으로 유로달러가 1.25달러대로 반등하면서 유로대비 달러는 약세를 나타내고 있지만 아시아통화는 별로 영향을 받지 못하고 있다.
아시아 주요국 통화는 최근 달러대비 오히려 약세를 나타내고 있다. 지난 주말을 앞두고 달러대비 아시아통화 환율은 상승했다. 원달러 환율은 10원이 넘던 하락폭을 대거 반납하고 마감했다. 홍콩달러, 대만달러, 싱가포르달러, 인도 루피, 필리핀 링기트화 환율은 일제히 오름세로 장을 끝냈다.
한 시장 참가자는 "아시아통화에 유입된 자금 대부분은 유럽 재정악화에 따른 자금 이동과 연계돼 있다"며 "유럽 악재, 미국 더블딥 악재 등으로 위험 회피 심리가 부각될 경우 아시아 신흥국 통화 약세가 더욱 부각될 수 있다"고 말했다.
◆뉴욕 휴장, 1240원 찍은 NDF환율
주초부터 뉴욕시장이 독립 기념일로 휴장하면서 고용 지표 악재의 파급 효과는 제한될 것으로 보인다. 지표 역시 큰 변수가 될 만한 요인은 없다. 미국 시장에서는 6일 공급관리자협회(ISM) 비제조업(서비스업) 지수, 8일 주간 실업수당 청구 등의 지표가 주목된다.
국내에서는 오는 8일 기획재정부의 IMF 세계경제전망 수정발표(12:30)와 한국은행의 2010년 6월중 금융시장 동향(12:00), 9일 한은 금융통화위원회가 주목되고 있다.
특히 오는 9일 예정된 한국은행 금융통화 위원회가 관건이다. 외환시장에서는 물가와 금리 중 당국이 물가, 특히 환율과 연계된 물가 흐름을 조정할 가능성이 클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당장 기준금리를 조정하기에는 위험 부담이 크기 때문이다. 한은 총재의 경기 관련 발언에 유의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주말 역외 원ㆍ달러 환율은 한때 1240원을 찍고 보합권에 머물렀다. 지난 2일(현지시간) 뉴욕차액결제선물환(NDF)시장에서 원ㆍ달러 1개월물은 1229.0/1231.0원에 최종호가되며 거래를 마쳤다. 원ㆍ달러 1개월물은 1227.0원에 저점을 찍은 후 1240.0원에 고점을 기록했다.마감무렵 달러ㆍ엔은 87.82엔, 유로ㆍ달러는 1.2560달러를 나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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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선영 기자 sigum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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