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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주택시장 '흔들' 07년 위기 '데자뷰'

[아시아경제 공수민 기자] # 주택 가격 하락 및 연체율 상승으로 은행권 부실 여신이 증가한다. 금융권 시스템이 흔들리면서 유동성 경색이 심화되고, 파장은 실물경기로 확산되면서 경기 침체로 이어진다.


2007년 미국을 필두로 확산된 금융위기가 재현될 조짐이다. 정부의 세제 혜택으로 간신히 회생 신호를 보냈던 미국 주택시장에 다시 적신호가 켜졌고, 영국 역시 가격 하락 경고가 나왔다. 특히 영국 부동산시장은 유럽 지역의 금융위기가 가시화된 가운데 위험 징후를 보여 주목된다.

여기에 중국의 주택 버블까지 가세, 가뜩이나 'D(더블딥, 단기 경기 회복 후 침체)의 공포'에 숨죽이는 글로벌 경제를 벼랑끝으로 몰아가는 양상이다.


◆ 美 주택시장 더블딥 우려 '고개' = 최근 발표된 미국 주택시장 지표가 잇따라 악화되면서 최근 시장에서는 주택시장 더블딥을 우려하고 있다.

미국의 5월 신규주택판매는 전월 대비 32.7% 급감한 연율 30만채(계절조정)로 사상 최저 수준으로 추락했고, 기존주택판매는 증가할 것이란 시장 예상을 깨고 전월 대비 2.2% 감소했다. 또한 5월 주택압류건수는 전년 동기 대비 44% 증가한 9만3777채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S&P/케이스-쉴러 주택가격지수 공동 창안자인 칼 게이스 이코노미스트는 “공실률이 신규주택착공 속도를 앞지르고 있다”며 “미국 주택시장은 여전히 바닥에서 헤매고 있다”고 평가했다. 미국의 신규주택착공은 지난 18개월간 15년래 최저 수준을 이어가고 있는 반면 공실률은 점점 더 높아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미국 정부의 최초 주택 구매자를 위한 8000달러 규모의 감세 혜택 종료를 앞두고 있어 주택수요가 급감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정부의 감세 혜택을 받기 위해서는 4월말까지 매매 계약을 하고, 이달 말까지 매매 거래를 완료해야 한다. 때문에 신규 매매 수요가 크게 줄어들었다는 것.


MFR의 조슈아 사피로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실업률은 여전히 높고, 주택가격이 모기지 대출규모보다 낮아진 주택소유자는 늘어나고 있다”며 “이 역시 향후 주택시장을 위협할 것”이라고 말했다.


주택시장에 대한 우려가 가중되자 29일 미 하원은 투표를 통해 8000달러 규모 세제 지원을 3개월 더 연장하기로 했다. 이날 하원은 찬성 409표 대 반대 5표로 주택시장 세제지원을 8월30일까지 연장하는 방안을 승인했다.


◆ 英 모기지 대출 부진 ‘위험 징후’ = 주택 가격이 위기전 고점에 근접하는 등 회생 기대를 모았던 영국 주택시장도 위험 신호를 보내고 있다.


최근 영국의 모기지 금리가 7년래 최저 수준으로 하락하며 모기지 대출을 늘릴 것으로 기대됐다. 이번주 영국의 2년물 고정 모기지금리는 2003년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그러나 5월 모기지 승인건수는 오히려 줄어들었다.


29일 영란은행(BOE)에 따르면 영국의 5월 모기지 승인건수는 4만9815건으로 전달의 4만9828건(수정치)보다 소폭 하락했다. 이는 또한 시장 예상치 5만1000건을 밑도는 것이며 15년 평균치의 절반 수준인 것이다.


BOE는 “모기지 금리 하락에도 모기지대출 수요가 증가하지 않고 있다”며 “주택시장 위험 신호”라고 판단했다. 언스트앤영 아이템클럽의 헤탈 메타 수석경제고문도 “이는 주택시장에 좋지 않은 현상”이라고 말했다.


총 모기지 대출 규모는 122억9000만파운드로 올해 최고 수준에 도달했다. 그러나 모기지 대출은 여전히 부동산 취득세 면제 혜택 중단을 앞두고 모기지 대출이 급증했던 지난해 말보다 낮은 수준이다.


IHS글로벌인사이트의 하워드 아처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이 같은 데이터는 향후 몇 달간 주택가격이 크게 상승하기는 어려울 것이란 우리의 전망을 뒷받침해 준다”고 말했다.


캐피탈이코노믹스의 빅키 레드우드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주택가격 상승세가 활기를 잃고 있다는 일시적인 신호를 보이고 있다”며 “올 하반기에는 주택 시작이 약세를 보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 中 주택가격 버블 '시한폭탄' = 중국 주택가격 버블에 대한 우려가 진정되지 않는 가운데 중국 정부의 각종 규제에도 불구하고 중국의 주택가격은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중국의 주택가격은 지난 4월 12.8% 급등, 사상 최대 상승폭을 기록한데 이어 5월에도 전년 동기 대비 12.4% 상승했다.


중국 정부가 버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부동산 시장 규제를 강화하면서 중국 경제성장세를 저해할 것이란 우려도 지속되고 있다. 이에 중국 주식시장도 약세를 이어가고 있다. 상하이 종합지수는 연초대비 26% 급락했으며, 29일 중국증시는 14개월래 최저치로 떨어졌다.


호주뉴질랜드은행(ANZ)의 리우 리강 이코노미스트는 “중국의 주택가격 상승세는 지속될 것”이라며 “정부의 규제 영향은 주택 거래량을 줄이는데 한정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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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수민 기자 hyunh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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