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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컵] 팀 플레이가 실종된 카메룬


[아시아경제 이상철 기자]전 세계가 놀란 일본의 깜짝 승리였다. 10경기를 치른 현재 남아공월드컵 최대 이변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만큼 어느 누구도 일본의 승리를 예상치 못했다.


일본은 14일(한국시간) 블룸포테인 프리 스테이트 스타디움에서 치른 2010 남아공월드컵 E조 1차전에서 카메룬을 1-0으로 이겼다. 일본으로선 2002 한일월드컵 조별리그에서 튀니지를 2-0으로 꺾은 지 정확히 8년 만에 기록한 감격적인 승리였다. 그리고 사상 두 번째 월드컵 16강 진출의 희망을 쏜 귀중한 승리였다.

일본의 착실한 준비 그리고 파격적인 전술 운용이 빛났다. 일본은 오랫동안 카메룬에 대한 정밀 분석을 통해 측면 크로스 수비가 취약하다는 점을 파악해 이를 집중 공략했다.


이에 활동량이 많은 선수들을 미드필드에 배치하고 최전방에 미드필더인 혼다 게이스케(CSKA 모스크바)를 투입하는 강수를 뒀다. 나카무라 슌스케(요코하마), 나카무라 겐고(가와사키), 오카자키 신지(시미즈) 등 기존의 주축 선수들을 선발 라인업에서 과감히 제외했다.

전반 중반 이후 마쓰이 다이스케(그르노블)와 오쿠보 요시토(고베)의 측면 돌파가 잘 이뤄졌고 전반 39분 마쓰이의 크로스에 이은 혼다의 슈팅으로 결승골을 터뜨렸다. 카메룬의 약점을 정확히 짚어 내 거둔 큰 수확이었다.


그러나 승리가 전적으로 일본이 잘 해서 얻었다고 하기 어렵다. 일본은 수비에서 볼을 차단한 이후 역습을 전개하는 과정에서 잦은 패스 미스로 스스로 흐름을 깼다. 일본답지 않게 미드필드에서 짧은 패스 플레이도 정확도가 매우 떨어졌다.


하지만 팀 플레이에서 희비가 엇갈렸다. 일본은 미드필드에 배치된 5명의 선수가 하프라인에서부터 볼을 잡은 선수에게 재빠르게 2,3명씩 달라붙어 상대를 곤욕스럽게 만들었다. 미드필더의 간격도 상당히 좁으며 빠른 커버 플레이로 카메룬과의 중원 싸움에서 이겼다. 카메룬은 미드필드 플레이가 실종되면서 수비에서 공격으로 한 번에 넘어오는 부정확한 긴 패스로 일관했다. 이에 카메룬은 경기 내내 답답한 공격만 펼쳤다.


카메룬은 팀 플레이조차 보이지 않았다. 폴 르갱 감독의 경험 부족과 사뮈엘 에토오(인터 밀란)의 대표 거부 논란이 화를 불렀다. 처음 대표팀을 맡은 르갱 감독은 국제대회에서 선수단을 이끄는 능력이 부족했다. 선수들을 하나로 묶고 팀 전술 및 조직력을 완성해 나가야 했으나 카메룬은 일본전에서 개인 전술에 의존하는 플레이만 펼쳤다. 한 선수의 볼 소유 시간이 지나치게 길었으며 약속된 플레이가 거의 없었다. 공격 전개도 측면에서 크로스를 띄우면 공격수가 골문 앞에서 알아서 슈팅으로 연결하는 단조로운 패턴이었다. 주장 완장을 찬 에토오도 한때 대표팀 합류를 거부하면서 팀 분위기를 흐렸다. 구심점을 잃은 카메룬 선수들은 일본의 거센 압박에 힘없이 무너져 내렸다.


일본이 잘 했다기보다 카메룬이 너무 못했다. 모래알 조직력으로는 어떤 성과도 이뤄낼 수 없다는 자명한 진리가 두드러진 경기였다.



이상철 기자 rok1954@
<ⓒ아시아경제 & 스투닷컴(stoo.com)이 만드는 온오프라인 연예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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