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안혜신 기자] '백약이 무효' 최근 유럽 재정위기 상황과 꼭 어울리는 말이다. 유럽연합(EU)는 7500억유로의 구제금융을 끝으로 사실상 꺼낼 수 있는 카드를 소진했다. 하지만 재정위기는 좀처럼 진정되지 않는 모습이다.
금융시장에서는 그리스의 디폴트를 기정사실화하는 의견이 확산되고, 재정불량국의 국채 발행 금리는 상승일로다. 유럽 은행권도 채권 발행이 사실상 마비 상태. 여기에 독일을 포함한 각국 정부는 긴축에 돌입했고, 유럽중앙은행(ECB)은 금리인상을 경고했다.
◆ 포르투갈 국채 발행금리 급등 = 유럽 재정불량국가 중 하나인 포르투갈이 9일(현지시간) 발행한 국채 금리가 큰 폭으로 상승, 부채 위기에 대한 우려를 고조시켰다. 이날 포르투갈은 8억1600만유로 규모의 10년물 국채를 5.225%에 발행했다. 이는 지난달 10년물 발행금리 4.523%에 비해 70bp 가량 뛴 것.
시장 전문가는 4400억유로의 금융안정기금이 작동할 경우 예상되는 대출 금리보다 높은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이날 발행한 3년물 국채 역시 수익률이 큰 폭으로 상승했다. 7억100만유로 규모의 3년물 국채 발행 금리는 3.597%로 불과 2개월 전 1.715%에서 두 배 이상 치솟았다.
패드라익 가르비 ING파이낸셜마켓 선진국 금리 전략 부문 대표는 "채권시장에서 자금 조달이 아직 가능하다는 점에서 포르투갈 정부는 안도할 것으로 보이지만 절대적인 수익률 측면에서 본다면 우려스러운 상황"이라고 전했다.
◆ 유럽 금융권 자금조달 '마비' = 유럽 지역 심각한 재정난은 비단 포르투갈 등 재정불량국만의 문제가 아니다. 유럽 은행권 역시 채권 발행에 난항을 겪으면서 극심한 돈가뭄이 우려된다.
지난주까지 6주간 유럽 은행권이 발행한 채권 규모는 총 117억달러. 딜로직에 따르면 이는 지난 10년간 평균치의 15%에 불과한 수준이다. 뿐만 아니라 금융위기가 한창이던 지난해 같은 기간 1450억달러의 10%에 그쳤다.
통상적으로 기업들이 5~6월 사이 1년간 조달하는 자금 중 20%가량을 확보한다는 점에 미루어 볼 때 이는 향후 기업들이 극심한 돈가뭄에 시달릴 수 있다는 신호로 풀이된다.
스키 만 소시에떼 제네럴 신용전략 부문 대표는 "시장이 유럽 정부의 잠재적 구조조정 가능성에 대해 우려하고 있다"면서 "이러한 상황 속에서 시장이 회복되고 안정된다 해도 회사채 발행 수요가 몰리면서 금융시장이 제 기능을 하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채권 시장이 마비된 가운데 은행권은 상대적으로 안정성이 높은 커버드본드 시장과 단기 자금시장으로 몰리는 상황이다.
◆ 부채 위기 금리인상 압박 = 유럽의 재정난이 진정되지 않는 가운데 유럽중앙은행(ECB)이 금리인상 가능성을 언급했다.
악셀 베버 ECB 정책위원은 "각국의 부채가 지속적으로 늘어나면서 물가 안정에 중점을 두는 통화정책 기조를 흔들고 있다"며 "부채 수준이 높으면 저금리로 인한 인플레이션 리스크를 진정시키기 위해 금리 인상 압박을 받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그리스와 스페인 포르투갈의 최근 긴축 움직임에 대해 바람직한 결정이라고 평가한 반면 독일은 추가적인 조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베버는 "독일의 재정적자는 단순히 경기 회복을 통해 해소될 문제가 아니며, 국채시장에서 적정 수준의 금리로 자금을 조달하려면 추가적인 긴축이 단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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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혜신 기자 ahnhye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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