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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보민, 그녀의 두번째 월드컵 이야기(인터뷰)


[아시아경제 조범자 기자]그녀에겐 벌써 두번째 월드컵이다. 4년 전엔 연인 사이를 숨긴 채 마음 졸이며 남자친구를 응원했다면, 올해는 사랑하는 가족의 이름으로, 아내의 이름으로 그 누구보다도 힘차게 남편을 응원하고 있다.


2010 남아공월드컵 국가대표팀 간판 미드필더 김남일(33ㆍ톰 톰스크)의 아내 김보민(32) KBS 아나운서가 남편과 함께 맞는 두번째 월드컵을 가슴 설레며 기다리고 있다.

김보민은 2006 독일월드컵 직전 김남일과 2년 간 열애 중인 사실이 알려지며 축구팬 뿐 아니라 전국민을 깜짝 놀라게 했다. 그러나 열애 사실에 대해 긍정도 부정도 하지 않았기에 당시 마음 속으로만 조용히 남자친구의 파이팅을 외쳐야 했다.


하지만 2007년 12월 결혼 후 행복한 가정을 꾸린 지금은 세살박이 아들 서우와 함께 신나게 남편을 응원한다. "아빠 볼 뻥 하러 갔어?" 하며 씩씩하게 볼 차는 시늉을 하는 20개월 서우는 이제 김보민과 함께 '아빠' 김남일의 든든한 '빽'이자 희망이다.

"그저 건강하게 잘 다녀왔으면 좋겠어요. 결혼 후 항상 '난 이제 그라운드에서 혼자가 아니다. 너와 서우와 함께 있으니 힘내서 뛴다'고 말해요. 고맙죠. 다치지 말고 좋은 결과 내고 왔으면 좋겠어요."


김보민 아나운서는 남편이 장도에 오르기 직전 이틀간 외박 나왔을 때 직접 요리를 해주며 힘을 북돋웠다.



파주NFC(대표팀트레이닝센터)에서 만난 김남일은 겉으로는 특유의 시크한 표정을 지은 채 "안그러던 사람이 굳이 집에서 먹어야 한다며 된장찌개, 청국장찌개, 돼지두루치기 같은 걸 만들어주더라고요. 맛이요? 뭐, 맛있다고 해줘야죠" 하면서도 싫지 않은 기색이 역력했다. 이 얘기를 전하자 김보민은 "러시아리그에서 뛰는 남편 한번도 못챙겨줬는데 집에 있을 때만은 맛없더라도 제가 만들어줘야죠. 그런데 얘기를 들어보니 러시아에서 사골국도 직접 끓여먹고 했더라고요. 때문인지 얼굴 살은 좀 빠졌지만 몸은 더 좋아졌어요. 하하."


2002 한ㆍ일월드컵서 '진공청소기'라는 별명으로 일약 스타플레이어로 떠오른 김남일은 벌써 3회 연속 월드컵 출전이다. 스스로는 "대표팀에서 내가 나이로 넘버3다. 벌써 노장이 된 기분이라 썩 좋지 않다"고는 하지만 지난달 24일 한일전에서 보여준 그의 플레이는 여전히 녹슬지 않았다. 김 아나운서는 "노장 됐다고 걱정 많이 해요. 그래서 제가 그랬죠. 지금 팔팔 뛰는 선수들도 다 나이 먹는다. 노장은 죽지 않는다고요" 하며 남편에게 힘을 불어넣었다.


김보민 아나운서는 지난해 가을, 입사 8년 만에 처음으로 스포츠 프로그램을 맡았다. 매일 저녁 8시35분 생방송 '스포츠타임'을 진행하고 있다. 때문에 이번에도 남아공에 가서 직접 가는 대신 TV를 통해 응원해야 한다. 김 아나운서는 "남편이 운동선수라고 금방 스포츠 프로그램을 맡기지는 않더라고요.(웃음) 스포츠 프로그램은 처음이라 더 씩씩하고 힘차게 하고 있어요. 제 프로그램을 통해서 직접 남편의 좋은 소식 전하고 싶네요."


김 아나운서는 김남일을 가리켜 "한국 축구를 정말 사랑하는 사람"이라고 말한다.


"후배들 몸에 좋은 것도 많이 사주고 집에 데려와서 용돈도 주고 그래요. 띠동갑인 기성용도 불러서 사주고 그래요. 나이 차이 많이 나는 형을 어려워할까봐 먼저 다가가는 거죠. 그러면서 하는 말이 '후배들이 잘 돼야 우리가 걸어온 길이 빛나는 거야'라고 해요. 깜짝 놀랐죠. 그래서 저도 아나운서 후배들 한 명 씩 모두 1대1로 만나 같이 점심도 먹고 작은 선물도 건네주는 게 올해 목표가 됐어요."(웃음)


김남일은 일본에서 잦은 부상과 대표팀 탈락 등으로 스스로도 "살면서 가장 힘든 순간"이라고 했다. 처음으로 은퇴를 심각하게 고민하기도 했다. 김보민 아나운서는 "평생 받을 시련 한 번에 다 받고 있다고 생각하자고 했어요. 가족의 힘으로 버틴 거죠. 4년 전 독일월드컵 때와 달라진 점이요? 그때에 비해 많이 성숙해졌어요. 강한 카리스마가 부드러운 카리스마로 바뀐 느낌? 가정도 꾸렸고 일본 J리그 있을 때 슬럼프도 겪고 하다보니 그랬나봐요."



건강하게 좋은 경기 하고 돌아왔으면 하는 바람이 가장 크다지만, 작은 욕심도 숨기지 않는다.
"제가 좋은 꿈을 꾸면 남편에게 다 팔아요. 일본 J리그 때도 좋은 꿈을 꾸고 팔았는데 골을 넣었거든요. 이번에도 출국하기 전에 꿈을 팔았어요. 믿을 만해요. 하하." 그녀의 두번째 월드컵은 이제 시작됐다.




조범자 기자 anju1015@
사진 박성기 기자 musiktok@
<ⓒ아시아경제 & 스투닷컴(stoo.com)이 만드는 온오프라인 연예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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