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달중 기자] 한때 스스로를 '폐족(廢族·조상이 큰 죄를 지어 벼슬을 할 수 없게 된 후손)'이라 일컫던 '친노(친노무현)·386'이 6.2 지방선거를 무대로 정치권에 화려하게 재등장했다. 한나라당이 선거 초반 주장한 '전 정권 심판론'은 전혀 먹히지 않았다. 오히려 이들은 한나라당 텃밭에 깃발을 꽂으며 '정권 심판론'을 확산시키는 '첨병' 역할을 해냈다.
3일 새벽 1시 현재 개표결과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의 '정치적 경호실장'으로 불리던 유시민 국민참여당 후보가 경기지사 선거에서 석패하는 반면, 노 전 대통령의 '좌희정과 우광재'로 불리던 참모 출신인 안희정 후보와 이광재 후보가 각각 충남지사와 강원지사에 나란히 당선할 가능성이 매우 높아지고 있다.
여기에 선거운동 기간 동안 고전을 면치 못했던 한명숙 후보의 극적인 역전드라마를 펼치고 있고, 한나라당의 텃밭을 공략한 김두관 무소속 후보도 당선 가능성을 높이면서 친노 세력의 '화려한 부활'에 정점을 찍었다. 김정길 민주당 후보는 부산시장 선거에서 허남식 한나라당 후보를 상대로 40%대의 득표율로 석패, 부산에서 의미 있는 성과를 거뒀다.
친노 세력들의 정치무대 복귀가 주목을 받고 있는 것은 이들이 당선된 지역이 한나라당 텃밭이거나 민주당에게는 불모지와 다름없다는 점 때문이다.
'리틀 노무현'이라고 일컫는 김두관 후보가 영남지사 당선에 한발짝 다가선 게 대표적이다. 이 지역은 한나라당의 텃밭으로 이명박 정부에서 행정자치부 장관을 지낸 이달곤 한나라당 후보가 당선이 유력했던 곳이다.
또 전통적으로 한나라당의 주 무대였던 강원지사 선거 역시 초반 여론조사에서 20% 안팎으로 밀렸던 이광재 후보가 막판 뒷심을 발휘해 여당 후보를 누르고 역전승을 거둘 것으로 예상된다.
충남도는 안희정 후보가 자민련 이후 지역의 맹주로 자리 잡은 자유선진당 후보를 여유 있게 앞섰다. 지역조직이 없었던 안 후보는 10%에 불과했던 자신의 지지율을 40%대로 끌어올렸다.
때문에 '지역주의' 극복을 우선 과제로 꼽았던 참여정부 출신들이 노 전 대통령 서거 1주기를 발판으로 그 가능성을 직접 보여줬다는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다.
이에 따른 친노 인사들에 대한 재평가 움직임도 감지된다. '노무현의 참모'라는 그늘에서 벗어나 스스로 굵직한 정치인으로 발돋움했다는 것이다. 김민석 당 선거대책본부장도 이들을 '차세대 리더'라고 후한 평가를 내리기도 했다.
특히 한 후보의 경우 검찰의 뇌물수수 의혹 수사라는 정치적 위기를 극복하고 서울시장에 당선된다면 차기 대권후보 반열에 확실히 올라설 수 있다.여론조사회사인 리얼미터가 최근 벌인 차기 대권주자 여론조사에서 박근혜 한나라당 전 대표에 이어 2위를 기록하는 기염을 토하기도 했다.
민주당 한 핵심 관계자는 이에 대해 "정권에 대한 견제론에 동의하는 유권자들의 민심이 친노 후보들을 통해 드러났다"면서 "또 그 이면에는 친노 후보들의 인물 경쟁력을 유권자들도 인정한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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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달중 기자 da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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