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성곤 기자]6.2 지방선거를 둘러싼 여야의 대결 양상이 '이명박 vs 노무현' 대리전 구도로 급속하게 재편되고 있다. 야권의 경기지사 단일후보로 유시민 전 장관이 확정되면서 이런 경향은 더욱 두드러졌다. 특히 유시민 변수는 지방선거 최대 승부처인 서울, 경기, 인천 등 수도권 빅3는 물론 전체 선거판도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한나라당은 유시민 변수 등 친노세력의 움직임을 평가절하하면서도 여파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민주당 등 야권은 노무현 바람을 최대한 동원, 대역전극을 노리고 있다.
◆지방선거, '이명박 vs 노무현' 대리전 구도 두드러져
13일 민주당과 국민참여당의 경기지사 경선에서 유시민 참여당 후보가 단일후보로 확정되면서 6.2 지방선거 광역단체장의 대진표가 확정됐다. 특히 수도권 선거는 전·현직 정권의 대리전 양상이다.
한나라당은 16개 광역단체장 후보 중 오세훈, 김문수, 안상수 등 수도권 빅3를 포함한 모두 9명이 현역 시장·지사다. 또한 정용화(광주)·정운천(전북)·김대식(전남)·이달곤(경남) 후보 등 이 대통령의 직계인사들도 대거 출격했다.
반면 민주당 등 야권의 경우 친노세력의 등장이 돋보인다. 한명숙 민주당 서울시장 후보는 참여정부 당시 총리를 역임했고 노무현 재단 이사장을 지냈다. 유시민 후보는 설명이 필요없는 친노 핵심이다. 노 전 대통령의 정치적 고비 때마다 몸을 던져 정치적 경호실장이라는 별명까지 얻었을 정도다.
수도권뿐만 아니라 야권의 광역단체장 주요 후보에는 유독 노 전 대통령의 핵심 측근들이 적지 않다. 충남지사와 강원지사에 나선 안희정, 이광재 민주당 후보가 대표적이다. 이들은 '좌희정 우광재'로 불린 노 전 대통령의 핵심 386 측근 그룹이다. 또한 무소속으로 경남지사 선거전에 출마한 김두관 전 행정자치부 장관 역시 '리틀 노무현'으로 불렸다. 아울러 김정길 민주당 부산시장 후보 역시 노 전 대통령과 함께 YS의 3당 합당을 거부했던 정치적 동지였다.
◆여야, 노무현 바람에 촉각 곤두세워
지방선거는 전통적으로 정권에 대한 중간평가의 성격이 짙다. 국민의정부와 참여정부는 지난 2002년과 2006년 치러진 지방선거에서 대패했다. 하지만 이번 선거에서는 정권심판론의 바람이 불지 않고 있다.
천안함 침몰정국의 여파가 장기화된 탓도 있지만 이명박 대통령의 국정수행 지지율은 전국적으로 40%대 중후반에서 50%대 초반을 기록하는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한나라당의 정당 지지도 역시 민주당에 비해 월등하다. 아울러 이명박 심판을 명분으로 내걸었던 야5당의 연대논의 역시 아름다운 그림보다는 크고작은 잡음으로 정권심판론의 분위기를 감소시켰다.
6.2지방선거가 D-19일 앞으로 다가오면서 선거판은 크게 요동치고 있다. 유시민 변수 때문이다. 민주당 등 야권은 단일화를 통한 지지층의 결집은 물론 오는 23일에는 지난해 뜨거운 추모열기를 불러왔던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 1주기 바람이 불 경우 충분히 해볼 만한 승부가 예상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기세를 높이고 있는 야권은 본격적인 선거는 이제 시작이라며 지방권력 탈환을 자신하고 있다. 지난 대선과 총선을 거치며 몰락에 가까운 참패를 당한 만큼 이번 지방선거에서 선전해야 차기 대선에서 정권교체라는 희망의 싹을 틔울 수 있기 때문이다.
정세균 민주당 대표는 이와 관련, "유 후보의 승리를 위해 최선을 다해 야권이 분열하지 않고 통합하는 최선의 상황을 만들도록 노력하겠다"면서 "이명박 정부 심판이라는 국민의 뜻을 받들고 수도권 3곳의 승리를 위해 모든 당력을 투입해 앞장서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반면 한나라당은 유시민 변수의 여파에 촉각을 곤두세우면서도 "실패한 과거 정권으로 회귀하자는 것에 다름 아니다"며 친노세력의 등장을 맹비난했다. 정몽준 대표는 "한나라당은 역사의 물줄기를 과거로 되돌리려는 세력에 맞서 반드시 승리해야 한다"고 강조했고 김무성 원내대표는 "야당은 집권 10년 동안 경제·안보 전반을 어렵게 만든 무능한 세력"이라고 비판했다.
◆수도권 선거판세 요동치나?
수도권 선거구도는 여야의 양자구도다. 한명숙, 유시민 후보의 경우 진보신당의 노회찬, 심상정 후보와의 단일화 과정이 남아있기는 하지만 기본적으로 여야의 1대 1구도가 완성됐다. 서울은 오세훈 vs 한명숙, 경기는 김문수 vs 유시민, 인천은 안상수 vs 송영길 후보와의 대결구도다. 여야 후보들은 이른바 수도권 벨트를 구축, 공동전선을 펼치고 있다.
야권 후보들은 4대강 반대와 무상급식 우호 여론을 내세워 MB정권 심판론을 내세우고 있고 여권 후보들은 친노세력을 무능한 부패세력이라며 반격에 나섰다. 선거판세는 그동안 여당 후보들이 단 한 번도 역전을 허용하지 않았다. 관심은 이러한 흐름이 6월 2일까지 줄곧 이어질 지 아니면 반전의 드라마가 만들어질 지 여부다.
정치컨설턴트인 이경헌 포스커뮤니케이션 대표는 '유시민 변수'와 관련, "기존의 정권심판론 대 국정안정론 대립구도 이외에 전현직 정권의 대리전이라는 구도 형성해 유권자들의 관심을 제고시켰다"면서도 "노무현 추모정국이 선거에 영향을 미칠 지는 별개의 문제"라고 분석했다.
또한 "수도권에서는 이 대통령의 지지율은 50%를, 한나라당은 40%를 넘어서고 있다는 점에서 야권이 주장하는 정권심판론의 파괴력은 여전히 회의적"이라면서 "다소 잠잠해졌지만 천안함 침몰원인이 공식 발표되면 결과에 따라 선거막판 판세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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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곤 기자 skzer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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