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황숙혜 기자]'0.01달러' 멀쩡한 기업의 주가라고는 믿기지 않는 숫자가 뉴욕증권거래소에 등장했다. 1센트짜리 휴지조각이라는 오명을 쓴 것은 엑센추어(Accenture)와 보스톤 비어(Boston Beer).
번지점프를 연상케 하는 폭락이었다. 다우존스지수가 탄생한 후 580선을 처음 밟기까지 걸린 시간은 무려 62년. 지난 6일(현지시간) 지수는 불과 20여분만에 580포인트 이상 내리꽂히며 시가총액 1조달러를 태웠다. 시초가 대비 낙폭은 약 1000포인트에 달했다.
한국시간 7일 새벽 3시경, 미 경제전문방송 CNBC를 통해 중계된 뉴욕증권거래소의 플로어는 무척이나 흉흉했다. 세상이 끝난 듯한 비탄과 공포가 짙게 깔렸고, 두 손 놓은 감독당국을 질타하는 앵커는 욕설을 늘어놓지만 않았을 뿐 객관적인 방송 진행자의 면모를 찾기 어려웠다.
시장의 테러를 놓고 갖가지 진단이 나왔다. 그리스 사태의 유럽 확산 우려부터 P&G 주식과 주가지수 선물 주문 실수, 초고속 트레이딩 시스템까지 그럴듯한 근거가 제시됐지만 어느 것 하나 명쾌한 것은 없었다.
1987년 블랙먼데이의 악몽은 공교롭게 미국 은행권이 상당 규모의 유럽 국채를 보유하고 있다는 주장과 함께 재현됐다. 세간의 시선이 온통 유로존에 집중되면서 미국의 부채 문제가 잠시 잊혀진 시점과도 일치했다.
국제통화기금(IMF)의 추정에 따르면 미국의 부채는 2010년 국내총생산(GDP) 추정치의 92.6%에 이른다. 유럽 재정 불량국인 포르투갈(85.9%)과 아일랜드(78.8%), 스페인(66.9%)보다 높은 수준. GDP 대비 부채가 90%를 상회할 때 연간 GDP를 1%가량 떨어뜨린다는 연구 결과를 보더라도 미국의 부채는 결코 무시할 수준이 아니다.
올들어 미국의 회복을 낙관하는 의견이 부쩍 늘었다. 글로벌 경제의 도미노 침체를 일으켰던 대차대조표가 한결 깨끗해졌다는 것. 실제로 연방준비제도(Fed)의 집계를 보면 소비자 부채 총액이 2008년 3분기 이후 1600억달러 감소했고, 기업 역시 같은 기간 1500억달러에 이르는 부채를 털어냈다. 은행을 중심으로 한 금융권 부채는 무려 1조4000억달러 줄었다.
문제는 천문학적인 민간 부채가 고스란히 연방정부의 장부로 자리를 옮겼다는 사실이다. 2008년 9월말 5조8000억달러였던 미 공공 부채는 2009년 말 7조8000억달러로 불어났고, 연초 이후에도 8%가량 증가해 최근 8조4000억달러를 웃도는 것으로 집계됐다.
경기가 살아난다지만 부채가 줄어들 조짐은 전혀 보이지 않는다. 민간 부채 위에 쌓아올렸던 경제가 붕괴됐을 때의 파괴력을 생생하게 기억하는 시장은 걷잡을 수 없는 공공 부채가 공포스러울 수밖에 없다. 부채(Debt)와 재정적자(Deficits)는 결국 경기하강(Downturns)과 신용등급 강등(Downgrades), 심지어 디폴트(Default)로 이어진다는 이른바 '치명적인 D(the deadly Ds)'의 경고가 나온 것도 이 때문이다.
공공 부채 리스크에 대한 불감증은 금융위기 전 버블 경고에도 아랑곳하지 않은 채 '음악이 멈추지 않는 한 춤을 추겠노라'던 오만과 다르지 않다. 오만함의 결과는 동반 침몰하는 유로존에서 어렵지 않게 짐작할 수 있다.
시장은 더 이상 유럽 재정 불량국(PIIGS, 포르투갈 아일랜드 이탈리아 그리스 스페인)과 미국(US)을 별개의 사안으로 보지 않는다. 5개 국가에 미국을 포함시킬 때 성립하는 'PIG IS US'라는 문구가 과연 우연일까. 지난주 월가의 패닉은 '치명적인 D'를 상기시키려는 시장의 경고가 아니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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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숙혜 기자 sno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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