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신범수 기자]2000년 이후 고속성장을 거듭해 온 한미약품이 최근 들어 시장에서 맥을 못 추고 있다. 달라진 제약산업 환경 탓도 있으나, 카피약 회사에서 신약개발사로 넘어가는 과정이 순탄치 않기 때문으로 보인다.
한미약품이 29일 발표한 1분기 실적에 따르면, 매출액은 1502억원으로 전년 동기 1492억원에서 0.6% 늘어난 데 그쳤다. 영업이익은 78.8%나 급감한 29억 500만원, 순이익은 81.0% 줄어든 26억 6500만원을 기록했다.
더불어 주가도 폭락해, 현재 52주 최저가 수준을 맴돌고 있다. 지난 26일 10만원 밑으로 내려간 후 29일엔 8만 6700원까지 곤두박질했다가 9만원으로 장을 마쳤다. 12만 7000원이던 올 초 수준 대비 30% 가량 하락한 수치다.
한미약품 관계자는 "영업이익 하락은 해외 임상시험 비용 등 연구개발비가 증가하며 생긴 일시적인 현상"이라고 설명했다. 올 1분기 한미약품은 매출액 대비 15.4%에 달하는 232억원의 R&D 비용을 지출했다. 15.4%는 업계 평균치의 세 배 가량 높은 수준이다.
국내 영업 부진에 대해선 별다른 대답을 내놓지 못했다. 2008년부터 시작된 매출 정체 현상은 달라진 제약산업 영업환경 때문이란 설명 정도다. 하지만 같은 상황에 놓인 동아제약, 유한양행 등 경쟁사에 비해 영향을 더 크게 받고 있는 이유는 불분명하다.
주가하락에 대해선 해외 수출이 더딘 점을 꼽았다. 당초 올 1분기로 예상했던 비만약 슬리머의 유럽 및 호주 진출이 계속 늦어지고 있다. 슬리머의 성분인 '시부트라민'이 유럽에서 퇴출되고, 각 국 정부가 안전성을 재검토하는 돌발 변수 때문이다.
기대를 모았던 위장약 에소메졸의 미국FDA 승인도 안개속이다. 미국 보건당국의 임상시험 기준강화에 따라 임상시험 기간을 늘려야 하는 처지다. 한미약품은 에소메졸의 FDA 최종 허가 시점을 올 3분기 정도로 재조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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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범수 기자 answ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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