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임혜선 기자]아역배우 심은경이 7여 년간의 짧지 않은 연기 생활을 접고 오는 9월께 유학길에 오른다.
심은경은 그동안 브라운관과 스크린 그리고 광고 속에서 종횡무진 활약해 왔다. 수 많은 작품 속에서 여러 캐릭터를 연기하는 동안 인간 관계를 배웠고 밝은 성격을 선물 받았다.
◆ 18과 심은경
"저의 출연작이 그렇게 많아요?"
유학가기 전까지 드라마와 영화를 통틀어 18 작품에 출연한 것이 맞냐고 물어보니 심은경은 깜짝 놀라며 이같이 반문했다.
초등학교 3학년, 소극적인 성격을 치유하기 위해 어머니 손에 이끌려 연기학원에 다니기 시작해 지금까지 연기와 연을 맺고 있는 심은경은 사실 자신도 이렇게까지 연기에 매력을 느낄 지 몰랐다.
어릴 적 심은경은 엘리베이터 안에 있으면 어머니 뒤에 숨을 정도로 사회성이 부족한 아이였다. 때문에 처음으로 수 많은 스태프와 배우들 앞에 선 심은경은 온 몸이 얼어붙어 '얼음'이 됐었다.
그의 첫 작품은 '장길산'. 연기 못한 아이가 왔다며 온갖 구박을 받았다. '단팥빵'에 출연했을 때도 그의 연기력은 여전히 부족했다.
"많은 스태프들과 제작비를 투자해 작품을 만드는데 계속 NG를 내 너무 창피하고 미안했어요. 그때부터 따로 연기를 배웠죠. 자신감이 생기더라고요."
이후 드라마 '황진이', '태왕사신기', '태양의 여자', '경숙이, 경숙이 아버지', '거상 김만덕', '나쁜 남자', 시트콤 '태희혜교지현이', 영화 '헨젤과 그레텔', '불신지옥', '반가운 살인자' 등 많은 작품에서 다양한 캐릭터를 그 만의 색으로 개성 있는 연기를 펼쳤다.
◆ '불신지옥'과 심은경
심은경은 가장 기억에 남는 작품에 '불신지옥'을 꼽았다.
"제가 너무 정의로운 캐릭터만 연기했어요. 사실 악역도 하고 싶었는데.."
순수하고 착한 이미지때문인지 심은경은 주로 착한 캐릭터를 연기해왔다. 사실 그의 실제 성격은 사차원에 가깝다. '불신지옥'에서 심은경은 신들린 소녀 역을 맡았다.
"'불신지옥' 시나리오를 보고 '어려운 역할이지만 출연하지 않으면 후회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소진은 비중이 크지는 않지만 영화에서 핵심적인 인물이에요. 내면적인 연기를 해보고 싶었거든요. 그리고 '불신 지옥'에서의 연기가 가장 마음에 들어요."
대중들도 '불신지옥'에서의 그의 연기를 인정했다. 무표정으로 "저 아저씨 오늘 죽을거야"라고 말하는 그의 모습에서 소름이 끼친다고 관객들은 말했다. 그의 연기 내공이 빛을 발하는 순간이었다.
◆ 유학 그리고 미래
올해 심은경은 드라마 '거상 김만덕' '나쁜 남자', 영화 '반가운 살인자' '퀴즈왕' 등 미련없이 떠나는 사람처럼 꾸준히 연기 활동을 했다. 올 초 떠나려던 유학도 하반기로 미뤘다.
"어렸을 때는 잘 몰랐는데 지금은 책임감이 많이 생겨요. 자신감요? 예전에 비하면 자신감도 많이 늘었죠. 하지만 자신감보다는 책임감이 더 생긴 것 같아요. 연기는 저에게 있어 하고 싶고 재미있는 분야에요."
심은경은 오는 9월 미국 피츠버그로 유학을 떠난다. '반가운 살인자'에서 심은경은 백수 아빠의 천덕꾸러기 딸 하린 역으로 출연했다. 극중 하린은 자신의 인생을 스스로 개척하기 위해 미국 유학길에 오른다. 심은경으로선 영화를 찍으며 유학 출국 예행연습을 한 셈.
"한국으로 돌아올 땐 아역 배우로서의 이미지를 벗고 오고 싶어요. 많이 보고 배우고 멋진 성인으로 돌아오겠습니다."
심은경은 도전을 즐기는 배우다. 앞으로 당분간은 심은경의 연기를 볼 수 없다. 대중들은 기대할 것이다. 성인이 된 그의 모습을 말이다.
임혜선 기자 lhsro@
사진 박성기 기자 musicto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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