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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스트셀러' 엄정화, 경직된 히스테릭 연기에 관객은 피곤


[아시아경제 고경석 기자]남자 주인공 위주의 스릴러 영화 홍수 속에서 여배우를 전면에 내세운 독특한 스릴러 한 편이 개봉한다. 지난해 국내 문화계의 뜨거운 이슈였던 표절을 소재로 한 엄정화 주연의 스릴러 '베스트셀러'가 4월 15일 관객과 만난다.


'베스트셀러'는 표절을 소재로 호러와 스릴러를 접목해 신선한 인상을 남겼다. 영화 '추격자'의 대대적인 성공 이후 추격극과 복수극이 스릴러의 주를 이루고 있는 상황이기에 이러한 시도는 더욱 눈에 띈다. 그러나 작품 자체가 참신한 구성을 갖고 있는 것은 아니다.

영화는 표절 논란 이후 2년간 슬럼프에 빠졌던 베스트셀러 작가 백희수(엄정화 분)가 딸과 함께 시골의 외딴 별장으로 내려가는 것으로 시작한다. 으스스한 분위기의 2층 저택에서 딸 연희는 '언니'라고 불리는 정체 불명의 존재와 대화를 시작하고, 희수는 연희에게 들은 이야기로 소설을 완성해 다시 한번 베스트셀러 작가의 반열에 오른다.


'베스트셀러'는 이 시점에서 방향을 튼다. 희수의 소설이 10년 전 발표된 소설과 내용은 물론 세부 사항까지 같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영화는 표절 자체보다는 별장에서 일어났던 과거의 사건에 집중한다. 희수는 표절 혐의를 벗기 위해 다시 별장이 있는 마을로 내려가 감춰진 진실을 좇아 필사적으로 추적한다.

이 영화는 소재 면에서 '1408' '사일런트 힐' '미스틱 리버' 등을 연상시키지만 특정 작품과 비슷하다기보다는 익숙한 장르적 관습 안에 있는 구성을 보인다는 말이 맞을 것이다. 주인공이 초현실적인 존재를 통해 특정 공간과 관련된 과거의 비밀을 찾아간다는 내용은 이러한 장르의 영화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패턴이다.


'베스트셀러'가 아쉬움을 남기는 것은 장르적 관습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하는 극적 구성 때문만은 아니다. 주연배우 엄정화의 시종일관 경직된 히스테릭 연기도 영화를 관습적으로 보이게 한다.


영화 속에서 두 번 연속 표절논란에 휩싸인 베스트셀러 작가 백희수를 연기한 엄정화는 인물의 히스테리컬한 면에 집중한 나머지 입체적인 인물을 만들어내는 데 실패한 듯한 인상을 남긴다.



극중 백희수는 분노와 불안함, 두려움, 히스테리를 과도하게 표현하느라 일상의 자연스러움을 보여줄 틈을 적절히 만들어내지 못한다. 장르적 특성상 크게 문제가 있는 연기는 아니지만 과잉의 피로감을 주는 연기는 스릴러 영화에서 독이 될 수도 있다.


'베스트셀러'에서 가장 눈에 띄는 점은 조연배우들의 뛰어난 연기다. 특히 최근 '추노' '신이라 불리는 사나이' 등에서 열연을 펼친 조진웅과 연극배우 이도경의 호연은 미스터리 장르 내에서 기대 이상의 역할을 소화해내며 극의 완성도를 끌어올린다. '베스트셀러'가 여러 가지 장점들을 갖고 있음에도 이러한 것들을 극대화시키지 못했다는 것은 아쉬움으로 남는다. 15일 개봉. 15세 이상 관람가.

고경석 기자 kave@asiae.co.kr
<ⓒ아시아경제 & 스투닷컴(stoo.com)이 만드는 온오프라인 연예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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