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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명근 "수술 못하게 하면 조용히 떠나겠다"

계속되는 심장수술법 논란.. "그럼에도 카바가 최고임을 의심 않는다"
"수술중단 권고 복지부가 사실상 반려.. 4월말 중요 발표로 논란 끝낼 것"


[아시아경제 신범수 기자]흉부외과 의사 송명근. 심장분야 세계 최고라 불리는 수술의 천재. 드라마 '뉴하트'의 실제 주인공. 사후 전 재산 기부 의사를 밝혀 '노블레스 오블리주'의 상징으로 떠오른 존경받는 의사.

이야기는 어디서부터 잘못된 것일까. 그에게 명예와 부를 모두 안겨준 획기적 심장수술법은 거꾸로 그의 의사인생 최대 시련이 되고 있다. 일명 '카바(CARVAR)' 수술법. 이 수술법에 문제가 있다며 심장 전문가들이 그를 집단 공격하고 있다. 제보, 해임, 검증, 폭로 등이 이어졌다. 너무 잘 나가는 동료에 대한 '시기심' 쯤으로 여기는 목소리도 있었지만, 정부단체까지 나서 수술을 중단하라고 권고하면서 송 교수는 코너에 몰린 듯하다. 거탑은 이대로 무너지는 것일까.


지난 1일 대한심장학회가 카바수술의 문제점을 조목조목 지적한 보도자료를 낸 후, 송명근 교수는 곧장 반박 기자회견을 열었다. 하지만 특유의 "그 사람들이 몰라서 그래"란 화법은 기자들을 더 혼란스럽게 했다. 좀 더 차분한 이야기를 듣기 위해 2일 건국대병원에서 송 교수를 만났다. 분노에 휩싸여 있을 줄 알았으나 그는 의외로 차분했다. 때때로 회심의 미소를 지으며 "게임은 끝났어"란 말을 하기도 했다.

-요즘도 카바수술은 계속 하시나요.
송명근(이하 송) : 오늘 3명 했습니다. 내 환자는 정말 목숨을 걸고 나에게 오는 거라, 신문기사 몇 개에 영향 받지 않습니다. 카바수술을 시작한지 13년에 환자만 1만 명이에요. 문제가 있었으면 환자들이 난리를 쳤지 이렇게 조용하겠습니까.


-혼자서 정부단체, 대형 학회와 맞서고 계십니다. 위기감이 느껴지지 않나요.
송 : 전혀 안 느낍니다. 역사적으로 봐도 혁신적 의학기술은 항상 저항을 강하게 받아요. (유사한 사례를 정리한 자료를 내밀며) 때론 의사가 죽을 수도 있지요. 하지만 이번은 아닙니다. 전 혜성처럼 등장한 사람이 아니에요. 수십 년간 모든 심장수술을 완성한 사람입니다. 날 비판하고 경쟁할 사람이 나올 수 있는 상황이 아닙니다.


송 교수는 자신이 세운 다양한 업적을 설명하는 데 10여분을 소비했다. 정리하면 자신은 너무 앞서간 것이라, 이를 이해하지 못하는 다른 의사들이 공격할 수 없는 대상이란 것이다. 그리고 자신에 대해 '질투심'을 느낀 부류가 말도 안 되는 논리로 비방하고 있지만, 정작 그들은 카바수술을 알려고 시도도 안했던 사람들이라고 비난했다.


-안전성을 검증하는 과정이 '불공정하다'고 줄곧 주장해오셨죠.
송 : 검증이 '카바수술을 못하게 하자'는 취지에서 시작됐으니 공정한 심판이 이뤄지겠습니까. 위원 11명 중 10명이 원래 이 수술을 반대하는 사람입니다. 찬반이 토론하고 제3자가 심판을 봐야 하는데 그게 아니죠. 물론 그 쪽 분들도 의사고 의사들은 순진해요. 어떤 목적을 갖고 거짓말을 하는 사람들이 아닙니다. 하지만 그들이 이렇게 나오는 데는 뒤에 어떤 세력이 있기 때문입니다. 바로 외국기업입니다.


언론이 송 교수와의 인터뷰에 조심하는 까닭은 그가 너무 '심증'에 의존해 주장을 펼친다는 것이다. 그는 '믿는 대로 말하는' 타입이다. 사실관계를 확인하지 않고 그대로 썼다간 낭패 보기 일쑤다. 이런 지적에 대해 그는 "심증이 아니라 피해의식"이라고 표현했다. 자타공인 '모범 직장인'이 상사의 노골적 뇌물요구를 거부한 후, 곧 이은 인사평가에서 최하점을 받았다. 그의 항변을 증거 없는 심증이라며 무시해버릴 수 있냐는 정도로 비유할 수 있다.


-증거가 없는 주장을 하시면 위험하지 않겠습니까.
송 : 물론 증거는 없습니다. 하지만 의학역사를 보면 알 수 있어요. 내가 인공심장할 때 어느 누구도 공격하지 않았어요. 아무도 사망률이 얼마냐고 묻지 않았어요. 왜 그렇죠. 손해 보는 사람이 없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이번엔 손해 보는 사람이 너무 많아요. 외국 판막회사 사장이 찾아와 "망하게 생겼다. 기술을 우리에게 팔라"고 말하더군요. 저는 거절했고 이 후 일들이 생기기 시작했어요. 돌아가는 상황이 이런 식인데, 제가 피해의식을 갖지 않을 수 있습니까.

-송교수 말대로 불공정한 게임이라면 결국은 질 수도 있겠네요.
송 : 원치 않는 일이 생기면 조용히 떠나면 됩니다. 하느님이 허용하는 데가 거기까지란 거죠. 나중에 내가 옳았음이 밝혀지면 될 뿐입니다. 그래서 재산기부도 사후가 아니라 조금 앞당길 생각입니다. 그러면 내가 카바수술을 돈 벌려고 하는 게 아니냐는 유언비어도 사라질 것 아닙니까.


-결국 위기감을 느끼시긴 하는군요.
송 : (웃으며) 며칠 후 있을 파티에 꼭 오세요. 초청장 보내겠습니다. (비서에게 서류를 가져오라고 하며) 게임은 끝났습니다.


송 교수가 말하는 것이 유럽CE 인증임을 이미 알고 있었다. 송 교수는 기자들에게 '처음 공개하는 것'이라고 말하는 습관이 있다. 솔깃해진 기자는 큰 기사를 쓴다. 송 교수가 기자를 영리하게 이용할 줄 아는 것인지 혹은 순수한 의도에서 그러는지 분간하기 쉽지 않다.


송 : 카바수술의 우수성을 유럽이 인정했다는 것이죠. 이것을 첨부해 카바수술을 건강보험에 등록시킬 겁니다. 논란의 종지부가 찍힌다는 겁니다.


-이런 것은 카바수술에 사용하는 '의료기기'를 인증한다는 것이지 수술행위가 안전하고 효과적이란 말은 아니지 않습니까.
송 : 식약청 허가와 유럽CE는 달라요. 의료기기 그리고 그것을 이용해 하는 수술법을 모두 아우르는 것입니다.


비서가 유럽CE 서류를 갖고 들어왔다. 송 교수와 머리를 맞대고 읽어 내려갔다. 서류는 송 교수가 개발한 'CARVAR SET'란 의료기기(Medical Device)를 심사했다는 것이었다. 반면 기기를 이용한 '수술법'에 대한 언급은 서류에 없었다. 이 사실을 서로 확인하자, 송 교수는 안경을 벗고 공문을 몇 초간 뚫어지게 바라봤다. 그리고 말했다.


송 : 여기 봐요. '임상적 관점에서 볼 때 이익 대비 위험비는 긍정적으로..(중략)..'라고 돼 있자나요. 의료기기를 인증하려면 기기를 이용해 시행된 수술자료를 검토하지 않습니까. 그를 통해 기기의 안전성과 유효성을 인정하는 것이죠. 이게 수술법을 인증한 것과 뭐가 다릅니까. 기기로 수술을 하지 뭐 다른 것을 하나요.


-의미상으론 그렇게 받아들일 수 있겠으나 서류가 인증하는 것은 의료기기 그 자체로 국한시키는 게 맞는 것 같습니다만.
송 : 유럽CE는 수술법까지 인증한 게 맞습니다. 식약청도 신 기자처럼 말하고 있지만, 그들이 몰라서 하는 소리에요. 우리나라가 의료기기 갖고 이런 이슈를 처음 겪어보기 때문입니다.


송 교수는 유럽CE 공식 인증서가 도착하는 4월 중순, 대대적 반격에 들어갈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유럽CE 인증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건강보험 적용의 근거로 활용할 수 있는지 등에 대한 논란은 거세질 것이 뻔하다.


-카바수술에 대한 자부심이 너무 커서 스스로 '완벽하다'고 믿게 된 것은 아닐까요.
송 : 내 나이가 예순이고, 먹고 살만합니다. 저는 우암 송시열의 11대손으로서 목에 칼이 들어와도 떳떳하게 살라고 배웠습니다. 0.1%라도 사심, 일말의 불안감이라도 있다면 내가 왜 이것을 하겠습니까. 돈, 명예? 내가 죽어도 나중에 다 밝혀질 것을, 그런 바보가 어디 있습니까.


-환자들이 불안해하지 않습니까.
송 : 솔직히 있습니다. 제 눈치를 보느라 말 못한 사람까지 생각하면 더 많겠죠. 전 불안하면 기다리라고 합니다. 환자가 확신이 서야 수술을 할 수 있어요. 하지만 다음 주만 20명이 대기하고 있습니다. 우수한 성공률 때문이에요. 제가 봐도 완벽한 수술법입니다. 국민 여러분들이 걱정하시겠지만 4월 중 좋은 소식이 올 거라고 믿고 논란은 끝날 것이라고 봅니다. 우리의 의료기술이 세계 무대를 주름잡는 시기가 올 것이고 카바가 그 선봉에 설 것이라 자신합니다.


송 교수를 황우석 사례와 연결 지어 바라보는 시각이 간혹 있다. 묻지도 않았는데 그는 "황 교수는 참 안된 케이스다. 국민들이 카바를 통해 우리 과학도 무언가 해낼 수 있다는 것을 확인하면 그 기억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이란 취지로 말했다. 2시간에 걸친 인터뷰를 마친 송 교수는, 자신이 쓴 책에 사인을 해서 기자에게 건네주고 서둘러 연구실로 되돌아갔다. 밖에서 기다리던 홍보실 직원과 잠시 이야기를 나눴다. 세 평 남짓 조그만 연구실 문틈으로 이 시대 최고의 명의(名醫)가 무언가 생각에 잠겨 서성이고 있는 게 보였다.

<송명근은 누구>
송명근(59) 건국의대 흉부외과 교수는 서울대 의과대학을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이후 부천세종병원 과장, 서울아산병원 심장센터 소장을 거쳐 2007년 건국대병원으로 자리를 옮겼다. 1992년 국내 최초로 심장이식에 성공했고 5년후에는 인공심장을 최초로 이식했다. 2003년 심장과 신장을 동시에 이식하는 수술에 성공했다. 역시 국내 최초다. 논란이 된 카바수술은 1997년 개발했다. 당시 50년간 전세계 의사들이 풀지 못한 심장병의 난제를 해결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자신이 개발한 카바수술용 의료기기로 큰 재산을 모았다. 2007년 전재산 약 200억원을 사후 사회기부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카바수술과 안전성 논란>
심장판막에 이상이 생긴 사람은 통상 '판막치환술'을 받는다. 판막치환술은 장기간 효과가 검증됐다는 장점이 있으나 평생 약을 먹어야 한다는 점, 출혈위험을 철저히 관리해야 한다는 불편함 등이 있다.


반면 종합적 대동맥 근부 및 판막 성형술(CARVAR)은 인공판막 대신 '고리(ring)'를 넣는다. 송명근 교수 말에 따르면 항응고제를 평생 먹을 필요가 없으며, 수술 후 생존율 등이 우수하다. 현재 전체 판막수술의 20% 정도를 차지한다. 인공판막은 전량 수입되므로 카바수술은 인공판막 수요감소와 연결된다. 전 세계 인공 심장판막 시장은 1조5000억원 규모다.


지난해 건국대병원 심장내과 교수들은 카바수술의 문제점을 정리한 논문을 발표했다. 송 교수는 반론을 제기했고 건국대병원은 석연치 않은 이유로 심장내과 교수 2명을 해임했다. 이들은 대한심장학회로 뭉쳐 카바수술의 문제점을 계속 지적하고 있다. 논란이 지속되자 보건복지부는 산하단체에 수술법 검증을 의뢰했다. 검증을 진행한 한국보건의료연구원은 지난 2월 "카바수술은 중대한 이상반응과 사망률이 기존 시술과 비교해도 상당히 높음에 따라 (안전성이 확보될 때까지) 시술을 잠정 중지하는 의견을 복지부에 건의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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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범수 기자 answer@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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