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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서울인]이애란 북한음식문화연구원장

"통일은 밥상에서부터.탈북자들 배먼저 불려야"

[아시아경제 김도형 기자]이애란. 그는 평양 출신 탈북자다. 그러나 보통 탈북자가 아니다. 북한 음식문화 연구로 탈북여성 최초로 박사학위를 딴 사람이다. 대학강단에 서는 것도 모자라 아예 북한음식문화연구원을 차려 원장이 된 당찬 사람이다.
 
지난 달 31일 서울 종로3가 낙원동의 북한음식문화연구원에서 만난 이 원장은 "교육을 통해 북한 음식을 널리 알리고 탈북자들이 홀로 서는데도 도움을 주기 위해 지난 해 12월 연구원을 열었다"고 말했다.


실제로 이날 연구원들은 강의 준비로 매우 바쁜 모습이었다. 이 연구원에는 이 원장을 비롯,탈북자 5명을 포함해 13명의 직원이 근무하고 있다.이 가운데 8명이 식품영양학 전공자다. '음식'에 관한한 도사들이 모여 있는 셈이다.

연구원은 32명이 함께 교육받을 수 있는 실습실을 갖추고 조리법을 가르치고 있다.


이 원장이 내건 슬로건은 '통일은 밥상에서부터'.이 원장은 "해주비빔밥, 도루묵 식해, 명태 식해, 양배추 김치 등 남한에서는 생소한 음식들을 우리 연구소에서 맛볼 수 있다"면서 "특히 밥과 내용물을 모두 살짝 볶고 간장으로 비벼먹는 해주비빔밥은 전주비빔밥 보다 비비기도 쉽고 맛이 산뜻하다"고 자랑했다.

 그는 또 "제 고향인 평양에서는 숭어를 비롯한 어류를 이용한 요리가 발달돼 있다"고 소개했다.


 이 원장은 또 탈북자들이 북한음식 조리법 등 '자신만의 기술'을 가지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 원장은 "탈북자들에게 북한음식 조리법을 가르쳐서 자기만의 기술,능력을 배양하는 일을 돕는 게 저의 임무"라면서 "이곳에서 기본 조리법을 배우고 추가로 북한음식 조리법까지 익혀 음식점에서 능력을 인정받으면서 일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이 원장이 이런 생각을 품은 것은 탈북자 정책에 대한 아쉬움 탓이 크다. 안정적으로 일할 수 있는 직업교육이나 취업지원이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는 게 그의 판단이다. 안정된 직장을 가지고 있는 탈북자들은 10% 미만일 것이라고 그는 추정했다. 바로 이런 이유에서 이 원장은 "선취업ㆍ후교육 등의 방안을 통해서라도 우선 일을 하도록 만들어 주는 것이 큰 힘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통일을 생각한다면 2만명 탈북자들을 먼저 잘 보듬어야 하지 않겠느냐"고 묻고 "탈북자들을 잘 정착시키는 것이 통일을 앞당기는 좋은 방법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 원장은 1964년 평양에서 태어났다. 그러나 많은 고초를 겪었다. 그러나 6.25때 할머니가 월남한 사실이 뒤늦게 드러나 1974년 온가족과 함께 양강도 삼수군 두메산골로 추방됐다.여기서 1997년 탈북할 때까지 살았다.돌도 안된 아들을 엎고 부모와함께 남한 땅을 밟았다. 이 원장은 "신분은 나빴으도 머리가 좋았던 덕분에 신의주경업대학에서 식품공학을 공부했다"고 회고했다. 그는 2001년 이화여대에 입학해 무려 8년간 식품영양학을 공부했다. 그리고 2008년에는 드디어 석사와 박사 학위를 받았다. 이 원장은 지금 경인여자대학 식품영양조리학과 겸임교수로 강단에도 서고 있다


 고진감래일까. 이 원장은 지난달 10일 미국에서 '용기있는 국제여성상(Award for international Women of Courage)'을 수상하기도 했다. 미 국무부가 매년 세계 여성의 날(3월8일)를 전후해 여성 인권, 정의 실현에 공로가 세계 각지의 여성 지도자들을 뽑아 수여하는 상이다. 올 해는 이 원장을 비롯해 10명이 상을 받았다.


 이 원장은 "앞으로 다른 탈북자들과 북한 여성들에게 희망과 용기를 보태줬으면 한다"며 환하게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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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도형 기자 kuerte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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