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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리공관 현장검증서 '서랍장 카드' 꺼내든 검찰

총리공관 검증서 '서랍장 보관' 가정 재연
공소장에 없는 내용..한 前총리 "서랍장 쓴 적도 없는데.."


[아시아경제 김효진 기자] 한명숙 전 국무총리를 뇌물수수 혐의로 기소한 검찰이 총리 공관 현장검증에서 공소내용에 포함되지 않은 상황을 가정해 직접 재연했다. 뇌물을 건넸다는 곽 전 사장이 법정에서 '딴 소리'를 하고 재판부가 '공소장의 허술함'을 지적한 상황에서 돌파구를 찾기 위한 행보였다는 설명이다. 재판부 지적을 따르지 않고 나름의 방식으로 공소사실을 유지하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한명숙 재판'을 맡은 서울중앙지법 형사27부(김형두 부장판사)는 22일 오후 서울 삼청동 총리공관 현장검증을 실시했다. 이 자리에서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부장 권오성)는 돈이 오갔다는 오찬 당시 상황에 맞춰 검사 4명을 투입, 곽 전 사장과 한 전 총리가 돈을 주고받는 상황을 연출했다.

곽 전 사장 역할을 맡은 검사는 오찬이 막 끝난 상황을 가정해 한 전 총리에게 "잘 부탁드린다"고 인사하며 고개를 숙인 채 각각 2만 달러와 3만 달러가 든 봉투 2개를 자신의 의자에 얹어뒀고, 한 전 총리 역할을 한 검사가 이를 챙겨 테이블 옆 서랍장에 넣었다. '서랍장 상황'은 검찰의 공소내용에 언급되지 않은 부분이다.


곽 전 사장은 검찰 조사 때 구체적인 설명 없이 한 전 총리에게 돈을 '건넸다'고 진술했고, 검찰은 이를 바탕으로 한 전 총리를 기소했다. 곽 전 사장은 재판이 시작되자 "봉투를 의자에 두고 나왔다. 한 전 총리가 챙기는 건 못 봤다. 미리 돈 얘기를 하지는 않았다"고 거듭 증언했고, 검찰은 엉뚱한 내용으로 기소를 한 셈이 돼버렸다.


이와 관련, 재판부는 지난 18일 열린 6차 공판에서 "공소사실이 특정되지 않았다. 구체적인 범죄행위가 특정돼야 한다"며 공소장 변경을 검토하라고 검찰에 권고했다. 김 부장판사는 "변호인은 검찰의 공소사실에 따라 방어를 해야 한다. 오찬장 테이블 위에 놓고 나왔을 수도, 비서 등을 통해 건네줬을 수도 있는데 이걸 모두 '건네줬다'고 하면 공소사실이 특정되지 않는다"고 권고 배경을 설명했다.


곽 전 사장이 '입장'을 바꾸고 재판부마저 공소사실을 꼬집으면서 검찰로서는 난처한 상황이 됐고, 혐의 입증을 위해 '서랍장 카드'란 자구책을 꺼내들었다는 설명이 가능한 대목이다.


'공소장 변경은 없다'는 입장을 재확인한 것이란 추측도 무리는 아니다. 재판부가 변경을 권고했을 때, 검찰은 "'건네줬다'는 말에는 의자에 놓고 나오는 방법도 포함돼 있다"며 변경을 검토할 의사가 없다고 밝혔다.


결국 이번 검증에서의 '서랍장 재연'은 의자에 봉투를 얹어둔 행위나 이를 받아 서랍장에 넣는 행위 모두 돈을 '건네는' 방식 중 하나이므로 기존 공소장을 유지하면서도 얼마든지 주장이 가능하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란 설명이다.


이에 대해 한 전 총리 변호인은 "한 전 총리가 봉투를 챙기지 않았기 때문에 검찰이 가정한 상황은 중요치 않다"고 설명했다. 검찰이 재연을 하자 한 전 총리는 "난 저 서랍장을 쓴 적도 없는데"라고 작게 말했다.


한 전 총리는 2006년 12월 서울 삼청동 총리 공관 오찬 때 곽 전 사장으로부터 대한석탄공사 사장으로 임명될 수 있도록 정세균 당시 산업자원부 장관에게 힘을 써달라는 부탁과 함께 5만 달러를 받은 혐의(특정범죄 가중처벌법상 뇌물수수)로 기소됐다. 곽 전 사장은 뇌물을 건넨 혐의(뇌물공여) 등으로 함께 기소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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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효진 기자 hjn2529@asiae.co.kr
<ⓒ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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