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십니까,
대통령입니다.
올 들어 청와대 홈페이지를 통해
<대통령에게 보내는 편지>를 받았습니다.
국민 여러분의 말씀을
보다 생생하게 듣기 위해서였습니다.
한 달 반 동안
2천통이 넘는 편지가 왔습니다.
일자리와 학업, 민생 문제와 관련한 내용이 많았습니다.
가슴 아픈 사연을 읽을 땐 저도 마음이 아팠습니다.
어려움 속에서도 희망을 이야기하실 땐
저도 함께 기뻤습니다.
사회의 그늘진 곳을 세심하게 챙기고,
국민의 눈물을 닦아주는 정부가 되도록
더욱 노력하겠습니다.
“저는 15년차 환경미화원 김병옥입니다. 가난한 집에서 태어나 중학교까지 마치고, 생활전선에 뛰어들어 안 해본 일이 없습니다. 급기야 오락에 빠져 큰 빚까지 지고 자살까지 시도했었습니다. 다행히 저는 살아났고, 죽을 각오로 일해서 빚을 갚기로 결심했습니다. 그 와중에 환경미화원을 하면서 어렵게 대학을 다녔다는 대통령님의 이야기를 듣게 되었습니다. 그 순간 제 가슴 속에서 큰 희망이 생겼습니다. 저도 환경미화원 일을 하면서 방송통신고등학교를 나오고 결혼해서 세 자녀를 두고 있습니다. 지금은 동부산대학교를 다니고 있습니다. 대통령님, 배움의 한을 품고 주경야독을 하는 만학도들이 당당하게 살 수 있는 나라를 만들어 주십시오. 가능하다면 장학 혜택도 듬뿍 주시면 고맙겠습니다. 대통령님, 사랑합니다!”
김병옥씨, 반갑습니다.
어려움을 이겨내고 이렇게 열심히
살아가고 계신다니, 정말 고맙습니다.
김병옥씨의 경우는
한국장학재단의 일반학자금 대출이 가능합니다.
시중은행 대출 금리보다 훨씬 낮기 때문에
도움이 되리라 생각합니다.
요즘은 인생 3모작 시대라고 합니다.
제2, 제3의 인생을 준비하기 위해서는
평생교육이 필요합니다.
주경야독을 하는 분들이 재교육 받는 데
불편함이 없도록 제도를 보완해 나가겠습니다.
재직자의 직업능력 개발을 돕는
고용보험기금 등을 잘 활용해서,
기회를 크게 늘리겠습니다.
정부에서는 지난 해 10월,
수능시험 없이 입학사정관제로 선발하는
<전문계 고졸 재직자 특별전형>을 신설했습니다.
전문 기술인력에게 맞춤형 교육 기회를
제공하기 위한 것으로, 전문계 고교를 졸업하고
취업한 지 3년만 지나면 응시가 가능합니다.
“안녕하세요. 전 이제 21살 되는 꿈 많은 강원도 소녀 박은수입니다. 제 소개를 더 하자면, 놀라지 마세요, 전 다리가 6개나 된답니다. 제가 연체동물이라서가 아니라 장애가 좀 있어서요. 휠체어를 타고 다닌답니다. 검정고시 평균 90점으로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올해 동해에 있는 대학을 갑니다. 처음으로 하게 되는 사회생활입니다. 동해엔 장애인이 7500명쯤 있다는데요, 장애인 차량이 2대밖에 없어서 외출하기가 어렵습니다. 각종 턱을 3cm만 낮춰도 다니기 쉬울 텐데 하는 안타까움도 있습니다. 과연 제가 동해에서 안전하고 편하게 대학을 다닐 수 있을지 궁금합니다. 대통령님, 아자아자, 파이팅!”
박은수 양,
입학을 축하합니다.
편지를 읽으면서
마음이 아주 밝은 분이라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박은수 양의 지적에 대해서
저 역시 대통령으로서 큰 책임감을 느끼고 있습니다.
당장 급한 통학 문제는
지자체, 대학과 함께 해결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정부는 건축물 출입구나 보도의 턱을
2센티미터 이하로 낮추도록 기준을 개정해서
시행 중에 있습니다.
아직은 기존 시설들이 완전히 개선되지는 못한 것 같습니다.
앞으로는 학교가 바뀌는 모습을
피부로 느낄 수 있게 될 것입니다.
지난 해 5월부터 <장애인 특수교육법>을 시행해서,
모든 대학이 의무적으로 장애학생지원센터를
설치하고, 각종 지원을 하도록 했습니다.
현재 2백여 개 대학, 약 4천여 명의 장애 대학생에 대한
도우미 지원사업도 확대해 나가고 있습니다.
장애인 일자리도 더 많이 만들겠습니다.
국가와 지자체, 공공기관은 올해부터 3% 이상,
민간 부문은 2014년까지 2.7% 이상
장애인을 의무고용하도록 할 예정입니다.
이렇게 해서 3만8천개의 일자리를 새로 만들겠습니다.
선진일류국가라면 마땅히
모든 사람이 살기 편한 나라가 되어야 합니다.
박은수 양도 공부 열심히 하시기 바랍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충남 천안에 위치한 중소기업에서 근무하고 있는 현햇님입니다.
저는 학교를 다닐 때 비정규직이나 파견직, 계약직 분을 보면 자기 개발이나 자기 관리가 부족했기에 그런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저도 비정규직으로 근무하고 있습니다. 비정규직의 가장 큰 문제점은 회사에서 소속감을 느낄 수 없고, 언제 잘릴 지 몰라서 벼랑 끝에 선 것처럼 아슬아슬하다는 것입니다. 비정규직 근로자들에게도 손을 내밀어 주십시오.”
현햇님 양,
저 역시 젊었을 때 그런 경험이 많았습니다.
그 심정, 충분히 공감합니다.
정규직과 기간제 근로자의 차별을 줄이고
파견직, 계약직의 근로조건을
개선하는 일에도 더 노력하겠습니다.
가장 좋은 대안은 일자리를
많이 만드는 것입니다.
‘많은 일자리’와 기왕이면
‘좋은 일자리’를 만드는 것이 매우 필요합니다.
우리나라는 작년 금융위기를 세계에서 가장 빠르고
성공적으로 극복했지만, 서민들에게는 아직 그 온기가
충분히 전해지지 않았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일자리가 최대의 복지입니다.
저는 올 한 해 동안 일자리 만들기에
모든 힘을 기울일 것입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대한민국 육군과 함께 살고 있는 군인의 아내 박진영입니다. 결혼한 지 7년 되었고, 7번 이사했습니다. 주변에서 보면 초등학생 자녀들이 6번 전학을 한 경우도 있습니다. 제가 말씀드리고 싶은 것은 군인 월급을 올려달라는 것도 아니고, 이사를 덜 다니게 해달라는 것도 아닙니다. 우리 사회가 어렸을 적 ‘군인 아저씨께’라고 편지를 썼던 그 마음을 회복해주기를 바랄 뿐입니다. 우리나라 군인들은 너무 충직합니다. 그들을 기억해 주십시오. 먼 훗날 제가 대통령님을 만났을 때 ‘군인의 아내였다는 게 행복했습니다’라고 감사인사를 드릴 수 있게 해 주세요.”
박진영 주부님,
결혼 한지 7년만에 일곱 번 이사를 했다니
얼마나 힘드셨습니까?
그런데도 원망 한 마디 없이
군인의 아내라는 긍지를 갖게 해 달라고
말씀하십니다.
고맙고 한편 미안합니다.
그리고 우리 군인 가족 여러분,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높은 자부심을 가져 주셔서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저는 군복 입은 것이 명예롭고
군인의 길이 자랑스럽도록 만들겠다고
약속드린 바 있습니다.
군이 합당한 명예와 대우를 받아야
우리의 번영과 자유도 지킬 수 있습니다.
정부는 나라를 위해 헌신한 분들을
영원히 잊지 않겠습니다.
정부는 2년 전 연평해전 영웅기념비와
흉상을 건립했습니다.
또한 군의 사기를 높이기 위해
병영생활관과 관사, 의료체계를 개선하고 있습니다.
또한 예편하는 직업군인들이
제2의 인생을 성공적으로
살아갈 수 있도록 정부 차원의 지원방안을
강구하고 있습니다.
나라와 국민, 그리고
세계 평화를 지키고 있는
국군 장병들에게 다시 한번 격려를 드립니다.
그 밖에 많은 사연이 있었습니다.
당장 해결하기 힘든 일들도 있지만,
정부는 국민 여러분의
마음을 읽고, 그 바램을 이루기 위해서
최선을 다해 나가겠습니다.
민생 일선에 있는
공직자 여러분,
‘힘들다. 안되겠다’ 하는 말 보다는,
‘좀 더 도울 수 있는게 없을까.
열심히 찾으면
분명히 방법이 있을 것이다 하는 마음으로,
자기 일처럼 보다 적극적으로
챙겨주실 것을 당부드립니다.
우리 국민 모두가
어려움 속에서도 희망을 품고 있습니다.
참으로 위대한 국민입니다.
저는 여러분과 함께
잘사는 국민, 따뜻한 사회, 강한 국가를 만들기 위해
더 많은 땀을 흘리겠습니다.
지난해 대한민국은
경제위기를 세계에서 가장 성공적으로 극복했습니다.
세계가 인정하고 있습니다.
작년 초반에는 경제성장률이 마이너스 3 퍼센트로
예상되었습니다만, 결과적으로 플러스 성장을 달성했습니다.
G20 의장국이 되었고, G20 정상회의를 유치했습니다.
역사상 처음으로 아랍에미리트에
47조원에 이르는 원자력 발전소도 수출했습니다.
이번 동계올림픽에서
우리 선수들이 보인 활약을 보십시오.
정말 뭔가 되는 나라 같지 않습니까?
요즘 많은 분들을 만나면,
"대한민국이 정말 국운이 있는 거 같아요,
희망이 있는 거 같아요" 하는 이야기를 많이 하십니다.
우리가 위기 속에서 기회를 만들었듯이,
이렇게 국운이 융성할 때 함께 힘을 모으면,
반드시 ‘더 큰 대한민국’을 만들 수 있을 것입니다.
새 봄이 오고 있습니다.
환절기에 건강 조심하시고,
활기찬 한 주 되시기 바랍니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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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영주 기자 yjch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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