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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강승훈 기자]
'진보를 꿈꾸는 CEO'
이계안 우석훈 지음/ 레디앙 펴냄/ 1만3000원
40대에 한국의 대표적인 재벌인 현대그룹 ‘종합기획실’의 최고운영책임자를 맡고, 현대자동차 최연소 사장과 현대캐피탈 회장 등을 지내다가 정치에 입문한 이계안.
저자는 돈과 승진, 현대와 삼성론, 정치와 경제 등 다양한 이야기를 경제학자 우석훈과 함께 풀어냈다.
이계안은 이 책에서 그의 체험론적 CEO론, 기업관, 기업문화 등을 솔직한 목소리로 말하고 있다.
‘재벌’이라는 이름으로 불리는 한국의 대기업 집단에 대한 일반인들과 연구자들의 평가는 서로 다르다. 이 책은 한국의 대표적 재벌기업인 현대그룹의 핵심 수뇌부 역할을 한 저자가 내부자의 시각으로, 때로는 객관적 관찰자의 모습으로 재벌 속내를 기록한 일종의 ‘기업사’라는 점에서 소중한 자료적 가치를 가지고 있다.
이와 함께 이명박 대통령을 배출한 현대그룹의 고 정주영 전 회장이 대통령 선거에 뛰어든 배경과 뒤이은 아들 정몽준의 대통령 도전 등 한국 사회에서의 재벌과 정치의 내밀한 관계를 ‘핵심 관계자’의 시각에서 서술했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적지 않은 책이다.
한국 사회에서 재벌의 핵심부에서 일하고, 민주당이 여당인 시절 정치에 입문한 저자가 ‘진보’를 꿈꾼다는 것은 흔치 않은 일이며, 그에게 진보는 수사적 표현에 불과한 것이 아닌가 하는 의심을 품는 것은 이상한 일이 아니다.
시장주의자인 그가 진보를 꿈꾸는 까닭은 무엇일까. 저자 이계안은 한국 사회에서는 교과서에서 말하는 것과 근접한 자유 시장이 없다고 단언한다. 있었지만 죽었고, 만약 지금 있다고 누가 주장한다면 그건 병든 것이라고 말한다. 한때 현대그룹의 중심에서 ‘정씨 일가의 재산 지키는 일’의 중심에 있던 그가 시장은 죽었다고 선언한 것은 매우 의미심장하다.
재벌 중심의 한국 경제 체제가 갖는 부조리와 불합리를 날카롭게 지적하고 있는 저자는 이 체제가 계속된다면 폭력 혁명이 일어날 것이라고 경고하면서, 이를 걱정하고 두려워한다. 그가 ‘시장’이라는 현실에 발을 딛고 있으면서 ‘진보’를 꿈꾸는 이유이기도 하다.
이와 함께 이 책은 가난한 어린 시절과 장기 복역수 아버지를 둔 가난했던 대한민국의 젊은이가 살아온 모습의 진솔한 기록이기도 하다.
연좌제에 걸린 저자가 현대에 입사할 수 있게 된 배경, ‘승진의 달인’인 그가 밝히는 승진 전술, 부동산 투기를 하지 않고 큰 부자가 된 경로, 돈에 영혼을 빼앗기지 않고 사는 방법 등도 재미와 함께 적지 않은 의미로 다가온다.
진보를 꿈꾸는 시장주의자 이계안. ‘가장 더러운 상전이며, 가장 비싼 종’인 돈에 영혼을 빼앗기지 않은 갑부가 돈, 승진, 정치, 재벌, 언론 등 사회 전반에 관해 자신의 생각을 진솔하게 담아낸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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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승훈 기자 tarophin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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