효성 재추진 소문도
[아시아경제 고은경 기자]하이닉스가 새 주인을 찾지 못하고 또다시 '고배'를 마셨다. 이에 따라 채권단은 블록세일(경영권 프리미엄을 포기하고 정해진 가격에 지분을 쪼개서 파는 것)을 진행할 것으로 보인다.
29일 외환은행 등 하이닉스 채권단은 오후 3시까지 하이닉스 반도체 매각을 위한 인수의향서(LOI)접수를 마감한 결과, 인수의향서를 제출한 기업이 한 곳도 없었다고 발표했다.
채권단은 그러나 인수 제안 기업이 있다면 검토하겠다는 입장이어서 사실상 마감기한을 연장한 셈이다.
채권단은 다음주 초 운영위원회를 열어 경영지배구조 유지방안을 협의하고 협의방안 가운데 누가 제의를 한다면 그것도 수용가능하다는 입장을 전했다.
경영지배구조 유지방안을 추진해가지만 최종적으로는 하이닉스를 매각해야 하므로 마감 후라도 관심있는 기업이 있다면 채권단에서 검토, 논의가 가능하다는 게 채권단의 설명이다.
외환은행측은 "최대한 빠른 시일 내 자문사단 및 주주협의회와 협의를 거쳐 안정적 경영과 지배구조가 유지될 수 있는 방법으로 지분 일부 매각 등 모든 방안을 검토해 진행방향을 결정할 예정이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채권금융기관 한 관계자는 "인수희망 기업이 나타나지 않았기 때문에 총 28% 지분 중 일부는 각 주주별로 안분해서 블록세일로 넘겨 일단 주주들의 반발을 무마해놓을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이에앞서 지난 28일 정책금융공사 유재한 사장도 채권단 내에서 매각에 대한 회의론이 제기되고 있는 사실을 공개하며 "매각이 또다시 무산되면 은행들의 보유 지분을 더 이상 묶어둘 수 없어 채권단 전체의 이익이 될 수 있는 새로운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블록세일에 들어가면 외환은행(6.4%)과 우리은행(6.3%), 정책금융공사(4.9%) 등 채권단을 구성하는 9개 금융기관 중 일부 금융회사가 보유 지분에 따라 일정비율로 돌아가면서 지분을 시장에서 매각할 공산이 크다.
우선 물량에 대해선 채권단 지분 28% 중 기업지배력을 확보할 수 있는 최소치인 15%를 뺀 최대 13%까지 매각이 가능하다. 하이닉스는 국민연금(5%), 미래에셋(5%) 등 우호지분으로 볼 수 있는 세력이 10%가 있어 채권단 지분 15%와 합쳐 일종의 안전망이 되는 셈이다.
지분 매각을 위해서는 6개 채권은행이 주주협의회의 동의를 거쳐야 한다. 다만, 시장에 충격을 주지 않기 위해 각자 보유비중에 맞춰 공개매각에 나설지, 별도 주간사를 정해 블록세일에 나설지 등 세부적인 매각형식을 조율해야 한다.
이번에도 하이닉스를 인수할 기업이 나오지 않은 것은 지난해 4ㆍ4분기 2조7990억 원의 매출을 올리며 단위로는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지만 하이닉스 인수 이후에도 해마다 2조원 가량의 시설투자 비용이 들어가고, 반도체가 경기에 매우 민감한 업종인 만큼 앞으로는 좋은 실적을 유지할 수 있을지 장담할 수 없다는 우려가 발목을 잡은 것으로 풀이된다.
채권단은 지난달 21일 국내 기업을 대상으로 공개경쟁입찰을 위한 인수의향서 제출 공고를 내고 인수ㆍ합병(M&A)을 위해 태핑(사전수요조사)을 하는 등 물밑 작업까지 벌였지만 결국 헛수고가 된 셈이다.
일각에서는 해외에서 하이닉스 지분 인수관련 관심이 높은 만큼, 지분의 상당분이 해외로 넘어가면서 경영권이 해외로 넘어가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한편 직전 인수전에는 효성이 단독으로 LOI를 내고 인수전에 뛰어들었지만 각종 특혜 시비에 휘말리면서 중도에 인수 포기를 선언했었다. 그러나 시장에서는 효성이 재무적투자자(FI)를 모집해 인수를 재추진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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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은경 박수익 기자 scoopko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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