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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니아]아이티와 충청도 잉글리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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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니아]아이티와 충청도 잉글리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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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티 지진참사로 전 세계가 슬프다. 하지만 세상에서 가장 먼 거리는 머리에서 가슴까지라고 했던가. 지구 반대편의 일이고 우리는 평소 지진피해 경험이 전무 하다시피하기에 머리로는 "안됐다"는 생각이 들지만 가슴으로는 애끊는 고통을 느끼는 이들이 많지는 않을 것 같다. 그러나 현장에서 가슴 미어지는 아픔을 느꼈을 한국인이 하나 있다. 바로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다.


"The heartbreaking scenes I saw yesterday compel us to act swiftly and generously, today and over the longer term. The Haitian people need to see that today is better than yesterday. They need to believe that the future will be better than the past. That is our universal responsibility. It must be our global commitment."(어제 제가 본 가슴 아픈 광경은 우리가 오늘뿐만 아니라 앞으로도 장기적으로 신속하고 폭넓게 행동해야 할 것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아이티 국민들이 어제보다 나은 오늘을 볼 수 있어야 합니다. 그들이 미래가 과거보다 나을 것이라고 믿을 수 있어야 합니다. 이것은 전 세계의 책임이자 의무입니다.)

반 총장은 아이티 참사에 대해 외신 기자들에게 이같이 말했다. 강진으로 붕괴한 유엔 현장사무소에서 직원들의 시신을 수습하여 돌아온 후였다. 아이티 현장을 수행한 일부 유엔 직원들은 하염없는 눈물을 흘렸다. 반 총장 일행이 동료들의 시신을 수습하고 도탄에 빠진 아이티 국민들을 보면서 어떤 생각을 하고 아픔을 느꼈을지 짐작이 간다. 그러나 그 짐작도 단지 머리로만 하는 짐작일 뿐이다.


'강 건너 불구경'이 아니라 '지구 건너 지진 구경'을 하고 있을지도 모르는 전 세계의 많은 이들에게 반 총장은 현장의 느낌을 담아 도움을 호소했다. 특유의 충청도 잉글리쉬로 말이다. 수려한 발음과 화려한 언변이 필요한 게 아니었다. 무너진 건물더미에서 동료직원의 시신을 수습하고, 울며 매달리는 아이들의 손을 잡아주던 절박함과 무참한 심경으로 깊은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었다.


영어를 하려다보면 유려하고 멋있게 해보고 싶다는 강박증에 시달리기 쉽다. 하지만 그러지 않고도 세계 외교가를 한국인이 주름잡고 있는 걸 우리는 보고 있다. 버터발음이 아니면 지는 거라고 생각할 필요가 없다. 문제는 메시지이다. 혀에 옥구슬이 굴러 가는듯한 발음으로 영어를 한다고 할지라도 내용이 형편없다면 아무 쓸모없다.
세계 만국 공통어는 아이들 울음소리라는 말을 들었다. 한 구호운동가가 한 말이다. 정교한 영어로 쓰여진 아이티발 외신기사보다도 잿더미 속에서 구조되어 나오는 아이의 사진기사가 훨씬 큰 울림을 가지고 있음을 이번에 알았다. 충청도 잉글리쉬건 교양있는 원어민 기자의 잉글리쉬건 사람의 마음과 생각을 나누는 게 중요하다는 걸 새삼 깨달았다.


"너 영어 어디서 배웠니?"라고 물으며 자기 영어지식만 늘리려고 할 게 아니라 "너 영어 어떻게 써먹을래?"라는 물음도 함께 마음에 품고 세계인과 소통하겠다는 자세로 영어공부를 계속해야 한다. 그 첫 실천으로 유엔 홈페이지 우측 상단에 있는 "In Focus, Haiti"(초점, 아이티)에 들어가 기부라도 해야 한다. 영어로 설명된 기부절차를 따라가 보며 영어도 공부하고 지구 반대편의 아픔에 조금이라도 동참해보자. 잠시라도 머리와 가슴 사이의 거리가 좁아질지 모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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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대진 '개천에서 용 나지 않는 시대에 고함'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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