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성곤 기자]이명박 대통령은 19일 국제적 영문 계간지 '글로벌 아시아(Global Asia)'에 '패러다임의 전환: 글로벌 녹색성장으로의 길(Shifting Paradigms: The Road to Global Green Growth)'이라는 제목의 글을 기고했다.
이 대통령은 기고문을 통해 "녹색성장은 산업과 기술 뿐 아니라 라이프스타일, 사회, 문명적인 패러다임의 전환을 수반하는 것"이라면서 "패러다임의 전환에 녹색 기업가정신(Green Entrepreneurship)과 글로벌 파트너십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다음은 이명박 대통령 기고문 전문.
패러다임의 전환 : 글로벌 녹색성장으로의 길
이명박 대통령
2008년 8월 15일 대한민국 건국 60주년 기념식에서 나는 “저탄소 녹색성장”이라는 한국의 새로운 국가 비전을 선포하였다.
한국은 지난 60년간 다른 어떤 나라보다 많은 것을 성취해왔다고 말할 수 있다. 한국전쟁의 폐허 속에서 시작했지만, 세계 13위의 경제대국으로 성장하였다. 많은 한국 기업들이 자신의 분야에서 세계 1위를 차지하고 있으며, 그들의 브랜드는 이제 전 세계인이 아는 유명 브랜드가 되었다. 1997년에서 1998년에 걸친 아시아 금융 위기, 2008년의 세계 경제 위기를 제외하고 한국은 수 십 년간 꾸준하게 성장해왔다. 그러나 일반적으로 성숙기에 접어든 경제가 그렇듯이, 한국의 성장률 또한 최근 몇 년간 둔화되고 있다.
한국이 앞으로 나아가는 데 있어서의 중요한 시험대는 우리의 경제 발전 단계가 환경, 그리고 실제로는 미래 세대에게 전가하는 부담을 고려하지 않는 “기존 그대로의 행동(Business As Usual)”을 더 이상 허용하지 않는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고 있다는 점을 인식하는 것이다.
우리를 오늘날의 위치로 이끌었던 양적인 경제 성장은 더 이상 실행 가능한 선택이 아니다. 우선 첫째로, 우리나라의 급속한 인구 노령화는 노동과 자본의 양적 투입에 의존하는 경제 전략을 더 이상 뒷받침하지 못한다. 그 대신, 우리는 미래성장의 질을 개선하는 것을 목표로 지식기반경제로의 이행을 촉진할 필요가 있다.
두 번째로 더 중요한 도전이 있다. 한국 경제는 해외 석유 수입에 과도하게 의존하면서도 에너지 집약적인 산업 구조를 가지고 있다. 이러한 점은 한국경제를 국제 유가 변동에 매우 취약하게 만들었다. 우리는 경제 전략을 근본적으로 변화시켜야 한다.
마지막으로 우리는 ‘기후변화’라는 가장 시급한 글로벌 이슈도 외면할 수 없다. 반기문 UN사무총장이 얘기했듯이, 그것은 이 시대의 명백한 도전이다. 산업 혁명 이래 인간 문명의 제약 없는 화석연료 사용은 지구의 기후 시스템에 돌이킬 수 없는 피해를 가져왔다. 국제 사회는 자연 재해로 인한 피해를 방지하기 위해 수십억 달러를 소진하면서도 기후 시스템 안정화를 위해 시급히 온실가스 배출을 감소시킬 필요가 있다.
그러므로 성장에 있어 보다 ‘지속 가능한 길’ 즉, 에너지 안보를 강화하면서도 지속적인 성장을 담보하고 기후 변화 대응이 가능한 길을 모색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그러나, 수년간 기후변화 대응이 경제에 짐이 될 거라고 믿는 사람들이 한국 내의 논의를 주도하였다. 대부분의 기업과 정부 지도자들은 마치 무대응이 장기적으로 한국에 이익이 되는 것처럼 “국제 경쟁력 강화”를 위해 기후변화 대응 조치를 미뤄야 한다고 주장했다.
나는 이러한 교착상태를 타개하기 위해서는 오히려 역설적인 접근방식이 필요하다고 생각하였다. 성장으로 향하는 새로운 길을 피할 수 없다면 우리는 저항해서는 안되며 오히려 이를 전향적으로 받아들여야 한다는 것이다. 바로 이것이 “저탄소 녹색성장” 전략의 배경이 되었다.
녹색성장의 3대 핵심과 ‘녹색 기업가 정신(green entrepreneurship)’
녹색 성장은 기후변화에 적극적으로 대응하는 동시에 기후변화 대응에 필요한 녹색기술 및 산업을 국가 경제 성장의 동력으로 삼는 것을 말한다. 그러나 녹색성장은 좀 더 많은 뜻을 함유하고 있다. 그것은 산업화 시대의 기업 사고방식과 라이프스타일에서 경제 성장, 기업의 사회적 책임, 그리고 환경 보호에 대한 필요를 만족시키는 새로운 길로의 사회·문명적인 패러다임 변화를 수반한다. “녹색”과 “성장”이 더 이상 서로 상충되는 개념이 아니라는 발상의 전환인 것이다.
“녹색”과 “성장”이 양립하기 위해서는 세 가지 필수 요건이 중요하다.
먼저, 새로운 패러다임의 전환을 이끌 정치적 의지와 리더십이 필요하다. 한국은 중앙정부에서 지방정부, 기업, 민간에 이르기까지 국가 전체의 녹색 성장을 통합하여 관장하는 대통령 직속 녹색성장위원회를 설립했다. 한국 국회는 여러 관련 정책들 중에서 녹색 성장을 최우선으로 추진하기 위해서 초당적인 합의를 통해 “녹색성장기본법”을 통과시켰다. 한국은 녹색성장 5개년 계획의 수립을 통해, 연간 GDP의 2%를 녹색성장정책 추진에 투자할 예정으로, 이는 다른 어느 나라보다도 높은 GDP 대비 투자 규모이다.
둘째, 국민들이 새로운 패러다임을 받아들이고 구시대적인 사고와 행동방식을 버릴 필요가 있다. 새로운 시민정신과 제도적 혁신 의지가 근시안적인 사리추구와 현재 상황에 대한 맹목적인 고수를 대체해야 한다. 정책적인 관점에서 보면, 이것은 녹색 성장에 대한 국민의 인식 제고와 함께, 국민들이 올바른 선택을 하도록 도와주는, 예를 들면 탄소 가격과 세제와 같은 적절한 유인과 규제를 필요로 한다. 한국 정부는 공공 건물 에너지 절약에 엄격한 목표와 수단을 채택하는 등 모범을 보이고 있다. 또한 국민들 역시 에너지 자원의 절약분에 대해 금전적인 보상을 받는 탄소 포인트 제도 등을 통해 계획에 참여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앞서 명시한 두가지 요건을 뒷받침하기 위한 기술적 혁명이 필요하다. 기술적 돌파구야말로 녹색성장의 길을 가능하게 하고 국민들의 생활을 변화시킬 수 있다. 기업들이 특별하게 “녹색 기업가 정신(green entrepreneurship)”을 고양해야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상당한 위험을 감수하면서도 이익을 위한 사업 시도에 초점을 두는 “기업가 정신(entrepreneurship)“의 전통적 정의와는 달리 ”녹색 기업가 정신“은 녹색성장의 결과를 이끌어내기 위한 혁신과 위험 감수를 동반한다.
이런 점에서, 나는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에너지 및 기후변화에 관한 주요경제국 포럼(Major Economies Forum on Energy and Climate (MEF)) 구성을 환영하는 바이다. 이 포럼에서는 10가지 분야의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전환적 기술로 첨단 차량, 바이오에너지, 탄소 포집·사용 및 저장, 건물 에너지 효율, 산업 부문 에너지 효율, 고효율 저배출 석탄, 해양 에너지, 스마트 그리드, 태양에너지, 풍력에너지를 발표했다. 한국은 특히 스마트 그리드 기술 부문에서 미래 기술 실현을 위해 장애 요인을 발견하고 전략을 모색하는 선도적 역할을 수행함으로써 이와 같은 노력에 적극 동참하고 있다.
원자력은 우리를 저탄소 사회로 이끌어줄 가장 효율적인 발전 방법 중 하나이며, 한국이 이러한 탄소 제로 발전소를 수출하는 주요 국가 중의 하나로 자리매김하기를 바란다. 예를 들어, 한국이 최근 아랍에미레이트(UAE)에 짓기로 한 원자력발전소의 경우, 양적으로 4천만 톤의 탄소 감축 효과를 가져오게 된다. 미래 청정 에너지원으로 원자력을 선택한 아랍에미레이트의 대담하고 통찰력 있는 결정은 실로 고귀하고 존경할만한 것이다.
코펜하겐 회의 후, 우리는 더 많은 국가들이 녹색 기술에 대한 투자를 증대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정부는 연구 개발을 추진하는 데 어느 정도 도움을 줄 수는 있지만, 이러한 기술을 현실로 만드는 것은 바로 기업이다. 기업들은 녹색성장 패러다임을 받아들이고 녹색 기업가 정신이 현실 속에 나타나도록 창조적인 아이디어와 솔루션을 펼칠 수 있는 기회를 포착해야 한다.
녹색 기업가 정신이 세계를 진정으로 변화시킬 수 있는 세 가지 주요 분야가 있다. 첫째, 우리는 화석연료 의존을 완전히 대체하기 위해 새로운 에너지원을 사용하면서도 안전하고 풍부한 새로운 녹색 제품이 필요하다. 둘째, 그러한 기술을 보유하게 될 때까지 화석 연료 사용의 효율성을 향상시키는 제품이 필요하다. 마지막으로, 우리는 대기 중의 온실가스를 포집하고 전환할 수 있는 제품이 필요하다. 국제 사회는 이를 실현하기 위해 녹색 기업가 정신을 함양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세계적 파트너십의 필요성
2009년 6월, 세계적인 경제 선진국을 대표하는 OECD는 회원국들이 녹색성장을 향해 나아갈 것이라는 내용의 선언문을 채택했다. 코펜하겐 기후변화 회의 이후, 일부 언론에서는 녹색 성장을 우리 시대의 지배적인 경제 모델이라고 칭한 바 있다. 국제 사회가 이 새로운 패러다임을 포용하기 시작했다는 것은 반가운 소식이다. 왜냐하면, 어떤 국가도 혼자서는 이룰 수 없기 때문이다. 전 지구적인 노력이 전개되어야 한다. 모든 국가들은 녹색성장 실현을 위한 그들만의 고유한 전략을 찾아야 한다. 그리고 녹색성장의 길은 확실한 이정표가 없기 때문에, 우리는 같이 가면서 서로를 도와야만 한다.
이러한 전 세계적 협력 관계 속에서의 한국의 역할과 관련해, 나는 세 가지 주요 분야에서 한국이 리더쉽을 발휘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첫째는 코펜하겐에서 발표했던 “글로벌 녹색 성장 연구소(GGGI)”를 창설하는 것이다. 우리는 이 연구소를 통해 녹색 성장 계획에 대한 아이디어, 신기술, 정책 등의 “글로벌 허브”로서 역할을 할 수 있다. 둘째, 한국은 국제 원조 수혜국에서 공여국으로 발전했던 독특한 경험을 바탕으로 기후변화에 있어 선진국과 개도국 간에 가교 역할을 할 수 있을 거라 믿는다. 우리는 개도국들과 새로운 기술과 제도 개선을 공유하는 데 주도적인 역할을 할 것이다. 기후변화 대응 격차를 해소하고 모두를 위한 미래 번영을 위해 많은 정부에서 이러한 세계적 파트너십을 형성하는데 동참할 것으로 예상된다. 올해 활동을 시작하게 될 글로벌 녹색 성장 연구소(GGGI)는 서로 다른 경제적 상황에 있는 많은 국가들과 광범위한 네트워크를 형성하고 전 세계 대학, 국제기구, 연구소 및 민간단체들과 함께 일하게 될 것이다.
마지막으로, 한국이 내가 일컬었던 “미 퍼스트(me first)” 정신을 채택함으로써 촉매적인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 믿는다. 과거에 다른 국가가 먼저 행동하기 전까지는 먼저 행동하기를 주저하는 국가들 때문에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세계적인 행동이 좌절된 예가 너무 많았다. 어렵거나 비용이 많이 든다 할지라도 누군가는 먼저 행동해야 한다.
나는 이제 한국이 먼저 행동해야 할 때라고 믿는다. “其身正 不令而行 其身不正 雖令不從(자신의 몸이 바르면 명령하지 않아도 행하여지고, 자신의 몸이 바르지 못하면 비록 명령을 내려도 따르지 않느니라)”는 공자 말씀을 기억해야 할 것이다. 우리는 모두 함께 협력하여 녹색 성장의 길로 나아가야 한다. 그리고 먼저 행동을 취하는 사람이 새로운 녹색 세계의 열매를 수확하게 될 것임을 확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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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곤 기자 skzer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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