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이규성 기자]금융감독위원회는 올 들어 본격화될 우리금융의 민영화 방법과 시기 등을 놓고 적지 않은 고민에 빠진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가 보유한 우리금융 지분 66% 가운데 50% 초과 지분은 이른 시일안에 블록세일을 통해 매각을 해야 하는데, 자칫 헐값 매각 시비 등에 휘말려 '제2의 외환은행사태'꼴이 나지 않을까 걱정이 앞서기 때문이다.
계열사 11개, 그 자회사 33개를 보유한 거대 덩치를 인수할 국내 금융기업이 많지 않아 해외자본에 넘기면 국부유출이라는 비판이 쏟아질 게 불을 보듯 뻔하다. 가격과 물량을 미리 정해 놓고 특정 주체에게 일정 지분을 파는 블록세일을 진행할 경우, 대상자를 구하기 쉽지 않기 때문에 특혜시비는 단골 메뉴다.
'우리금융'의 민영화 건은 최근들어 공직사회에 퍼지고 있는 '변양호 신드롬'의 사례로 꼽힌다. 변양호 신드롬이란 지난 2003년 외환은행 매각을 담당했던 변양호 전 재정경제부 금융정책국장이 헐값 매각시비에 휘말려 감사원과 검찰의 조사를 받고 재판정에 선 이후로 공직사회에서 뒤탈이 날 것을 우려해 정책결정을 꺼리는 현상을 일컫는다.
변 전 국장은 무죄가 선고돼 뒤늦게나마 명예를 회복했다. 그러나 외환은행 매각이라는 정책적 판단에 대한 수사와 재판과정을 지켜본 공직사회에서는 "나도 수사를 받고 법정에 설 수 있다"는 생각에 '소신 있는 일처리 기피'라는 후유증이 생겨나고 있는 것이다.
이같은 현상에 대해 정부 고위 관계자는 "고위 공무원이 되면 가장 먼저 듣는 말이 '나중에 문제가 될 만한 일에 대해서는 어떤 결정도 하지 말고 가능하면 아예 개입하지 않는 게 상책'이라는 말"이라고 귀띔했다.
민원과 밀접하게 연결돼 있는 부처에서는 '잘 해야 본전' , '모난 돌이 정 맞는다'라는 말이 나돌고 있는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감사원도 이 같은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지난해 최초로 '적극행정 면책제'를 실행했지만, 1년이 지난 요즘 실효성 논란에 처해 있다. 특히 면책 기준이 모호하다는 주장도 적지 않다.
정부부처의 한 고위 관계자는 "공무원의 업무 추진 동기와 배경에 관계없이 일률적으로 결과만 따지는 감사원 감사 방식을 탈피하지 않으면 면책제 도입과 상관없이 일을 회피하고 미루는 소극적인 보신행태가 없어지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적극행정 면책제는 업무 처리 과정에서 불가피하게 발생한 절차 위반, 예산 낭비 등에 대해 공무원의 징계 책임을 감면해주는 제도로 감사를 받는 기관도 감사원에 면책을 청구할 수 있다. 감사원도 면책기준이 모호하다는 지적 때문에 적극행정면책제도의 재정비를 추진하고 있다.
때문에 흙탕물이 튀는 것을 감수하며 궂은일도 마다하지 않는 공무원에게는 다양한 인센티브를 주고, 고의나 중대한 과실이 없다면 사법적 책임을 면해주는 방안을 적극 강구할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가 공직사회에서 높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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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규성 기자 bobos@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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