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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 경제 불씨 다시 지핍니다"

일관제철 꿈 이룬 정몽구 회장의 思父曲


[아시아경제 채명석 기자] 행사시간 내내 그의 입가에서 미소가 떠나지 않았다. 축하의 인사를 건내는 사람들에게 "고맙다", "기쁘다"며 인사를 나누기도 했다.

2010년 1월 5일 오전 10시 13분. 정몽구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이 현대제철 당진 일관제철소 제1고로에 화입봉을 넣은 시간이다. 이 세리머니를 위해 그는 자신의 인생(73)의 절반에 가까운 무려 32년 7개월 5일을 참고 기다려왔다.


정 회장에게 고로 건설은 특별한 의미가 있다. 1986년 인천제철 사장을 역임하면서부터 아버지 고 정주영 명예회장의 제철사업에 대한 의지를 바로 곁에서 바라본 그는 제철사업을 아버지를 위해서라도 이뤄내야 할 최고의 과제로 삼게 됐다.

현대의 고로사업 도전은 좌절의 연속이었다. 지난 1976년 국내 최초의 국산 승용차인 '포니'로 자동차 수출시대를 연 정 명예회장은 강판의 품질이 자동차의 품질을 결정한다는 사실을 깨닫고 안정적인 강판 공급을 위해 제철사업에 진출키로 했다.


1978년 5월 제2제철소공사를 현대가 하겠다고 선언했다. 앞서 인천제철(현 현대제철)도 인수했다. 하지만 정치적 이해관계가 맞물리면서 결국 1984년 제2제철소 사업은 포항제철(현 포스코)에 넘어가 정 명예회장은 고배를 마셨다.


와신상담하며 10년을 보낸 정 명예회장은 1994년 부산 가덕도에 제3제철사업을 하겠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정부는 철강공급 과잉이 우려된다며 반대했다. 결국 정 명예회장은 고로를 짓지 못한 채 1996년 아들 정몽구 회장에게 그룹 수장 자리를 물려줬다.


그는 회장 취임사에서 "2000년대 국내 철강 공급 부족을 메우기 위해서 우리의 일관제철소 건설은 불가피하다"며 고로 건설의 의지를 강력하게 밝히고 곧바로 종합제철사업 프로젝트팀을 발족하고 비선조직까지 가동하면서 제철사업을 추진했다.


하지만 정부는 사업계획서를 보지도 않은 상황에서 제철사업 진출을 불허했다. 네 번째 실패. 정 회장은 그냥 물러서지 않고 하동을 포함해 범경남 지역단체들과 함께 제철소 건설 캠페인을 벌였다. 제철소 건립을 요구하며 서명을 한 국민만 280만명에 달했다. 1997년 독일 티센제철소와 제철업 합작투자 제의까지 받고 경남도와 고로제철소 건설을 위한 기본 합의서까지 체결했다. 이번에는 가능할 것 같았다.


하지만 그해 말 외환위기 사태라는 전혀 예상치 못한 사태가 발생했다. 김대중 대통령의 국민의 정부가 출범하기 직전인 1998년 2월 중순, 정 회장은 결국 건설 추진을 중단키로 했다.


정 회장 스스로 침통한 마음을 달래는데 많은 시간을 보내야 했다. 2001년 포스코와 갈등을 빚었던 핫코일(열연강판) 전쟁, 2003년 철강 원자재 품귀현상을 겪으며 매번 "그때 하동에 제철소를 지었다면 지금쯤 쇳물을 볼 수 있었을텐데"라며 안타까워했다고 한다.



오랜 기다림 끝에 드디어 기회가 왔다. 2004년 한보철강을 인수하면서 충남 당진에 제철소를 지을 수 있게 된 것. 이후 정 회장은 울산보다 당진공장을 더 자주 방문할 정도로 애정을 보였다. 2006년 착공을 시작한 후에는 1주일에 2~3번 서울 양재동 본사에서 헬기로 공사 현장을 드나들며 공사 과정을 꼼꼼히 챙겼다. 자신의 꿈이자 아버지가 이루지 못한 한이었기에 더욱 정성을 들였다.


그리고 지난 5일 그가 밝힌 데로 제1고로가 가동을 시작했다. 600여명의 참석자들이 정 회장에게 기립 박수를 보냈다. 이들 속에는 정 회장의 아들인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도 있었다. 정 부회장도 정 회장을 통해 제철사업을 알게 된 후 현대제철 임원들에게 사업구조를 배워 전문가급 수준의 지식도 쌓았다고 한다.


내년 완공될 제2고로까지는 정 회장이 챙길 것으로 보인다. 2015년 이후로 예정된 제3고로의 주인공은 아마 정 부회장이 될 것으로 보인다. 할아버지의 의지를 이어받아 아버지가 실현한 제철사업을 정 부회장이 꽃피울 때가 머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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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진=채명석 기자 oricms@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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