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이윤재 기자] 영국 은행 업계의 지각변동이 점차 현실화 되고 있다. 금융위기 이후 외국 자본에 넘어간 영국 은행들은 조만간 간판을 내리게 될 것으로 보인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스페인은행인 방코 산탄데르(Banco Santander)가 영국에서 본격적으로 사업을 펼칠 것이라고 4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산탄데르는 2004년 애비 내셔널(Abbey National)은행을 인수하면서 영국에 처음으로 진출했다. 이후 지난해 금융위기를 겪으면서 자금난에 시달리던 알리안츠 리스터은행과 브래드포드 앤드 빙리(B&B)를 인수했다.
영국의 세 개 은행을 확보하고 있는 산탄데르는 이달 11일 애비와 B&B의 간판을 내리고 산탄데르의 이름을 걸어 은행을 재개장할 예정이다. 알리안츠 리스터 은행도 올 4분기 중으로 리브랜딩을 계획하고 있다. 현재까지 영국에 전무했던 산탄데르 은행을 올 연말이 되면 영국 전역 1300곳에서 서비스를 제공한다.
산탄데르는 남미 지역을 포함한 이머징 마켓에 투자된 자금이 많아 금융위기에 비교적 충격을 덜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시가총액 규모로 유럽에서 HSBC 다음으로 2위가는 은행인 산탄데르는 영국 시장의 파이를 점차 키워나가고 있다.
대부분의 영국 은행들은 미국의 은행들과 비슷한 모습을 보이며 무너져 내렸다. 호경기를 구가할 때 모기지 대출을 대폭 늘렸으나 2007년 말부터 나타난 부동산 시장 침체로 영국의 주요 은행들은 주택가격 하락과 함께 대출 부실을 맞았다. 때문에 많은 은행들이 무너졌다.
알리안츠리스터와 B&B도 헐값에 산탄데르에 인수됐다. 노던 록은행은 국유화됐고, 로열뱅크 오브 스코트랜드(RBS)와 로이드 뱅킹그룹도 정부에 지분을 넘기며 생명의 끈을 유지했다. 정부가 보유한 RBS와 로이드의 지분은 각각 84%와 43%에 이른다. 이와 관련, EU경쟁위원회는 불공정한 경쟁으로 평가하며 RBS와 로이드의 자산 및 지분 매각을 촉구하고 있다.
산탄데르는 영국에서 생겨나는 기회를 놓치지 않은 셈이다. 다른 외국계 은행들도 영국에 입질을 보이고 있다. 내셔날 오스트레일리아 뱅크(NAB)가 클라이즈데일은행과 요크셔 은행을 인수했다. NAB는 또 사모펀드 업체와 컨소시엄을 이뤄서 매각이 예상되는 RBS와 로이드, 노던 록의 입찰에 참가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새로 은행업을 시장하는 사업자도 있다. 리차드 브랜슨의 버진 그룹의 버진 머니는 이달 내로 은행사업자 허가를 받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소식통은 "버진 머니는 소규모 인수합병(M&A)을 통해 시장에 진입해 대형은행으로 성장할 계획을 갖고 있다"고 전했다. 미국 자본이 뒤를 받치고 있는 매트로 뱅크도 은행허가를 기다리고 있다.
애널리스트는 영국의 은행업계 재편에서 산탄데르가 승자가 될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정부가 바클 레이스, HSBC, 스탠다드차타드 등 기존의 은행 사업자를 배제한 새로운 사업자를 찾고 있어 외국계 은행이나 신규 자본이 영국의 은행업계를 새로 짜게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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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윤재 기자 gal-ru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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