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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피플&뉴앵글] '인도판 칠종칠금' 모하메드 고리와 쁘리드비 왕

시계아이콘01분 45초 소요

중국 위·촉·오 삼국시대를 배경으로 한 소설 삼국지(三國志)를 읽어 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아는 고사성어가 있다. 제갈량(諸葛亮)이 맹획(孟獲)을 사로잡은 고사에서 비롯된 것으로 '칠종칠금(七縱七擒)' 즉 '일곱 번 사로잡아 일곱 번 놓아 준다' 라는 뜻의 고사성어다.


[영피플&뉴앵글] '인도판 칠종칠금' 모하메드 고리와 쁘리드비 왕 제갈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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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기 223년 4월, 삼국시대 촉한(蜀漢)의 제1대 황제인 유비는 제갈량에게 나랏일을 맡기고 세상을 떠났다. 제갈량은 후주(後主)인 유선을 보필하게 되었는데, 그때 각지에서 반란이 일어났다. 그중 한곳이 남만의 왕 맹획이 일으킨 반란이었다. 제갈량은 반란군을 토벌하기 위해 몸소 남만으로 출전했다. 건녕에서 처음 맹획을 사로잡은 후 마지막 반사곡에서 맹획을 사로잡을 때까지 제갈량은 계속 기회를 주었고 맹획 역시 자신이 반드시 이길 수 있으리라 호언장담하게 했다. 하지만 이후 계속되는 전투에서 맹획은 패배하고 마지막 보루였던 올돌군의 전멸로 인해 제갈량에게 일곱 번 사로잡힌 후 다시 놓아 주려는 제갈량의 관대함에 감복해 진심으로 항복한다는 내용이다.

중국에서 이러한 고사가 내려오듯이 인도에서도 남녀노소 자부심을 가지고 기억하는 비슷한 고사가 있다. 바로 모하메드 고리(Muhammad Ghori)와 쁘리드비 라즈 초한(Prithvi Raj Chauhan) 왕에 관한 이야기다.


10세기 말 가즈니 왕조의 창시자 모하메드 고리가 인도를 공략했다. 모하메드 고리는 1191년 Tarain에서의 전투 이후 16차에 걸친 공략으로 겐지스 강과 야무나 강 사이의 지역을 정복하려 했다. 하지만 침공 당시 인도를 다스리던 쁘리드비 라즈초한 왕이 아프가니스탄에서 침공해오는 모하메드 고리를 매번 패퇴시켰다.

쁘리드비 왕은 명궁으로 알려진 왕으로 16차례 전투 중 11번이나 고리를 생포했다. 쁘리드비 왕의 신하들은 호전적인 고리를 보고 후환을 없애기 위해 처형하자 주장했지만 쁘리드비 왕은 약자나 다친 자를 처치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하여 11번 모두 풀어준다. 그러나 관대한 쁘리드비 왕은 결국 처음 고리를 대적했던 Tarain에서의 두 번째 전투에서 5갈래로 나뉘어져 오는 고리의 군대에 패배해 포로로 잡히게 됐고 고리는 즉시 쁘리드비 왕을 참수했다. 그 후 쁘리드비 왕의 패배로 인해 인도 역사상 처음으로 무슬림에 의한 통치가 시작됐다.


[영피플&뉴앵글] '인도판 칠종칠금' 모하메드 고리와 쁘리드비 왕 모하메드 고리(왼쪽) 와 쁘리드비 라즈 초한(오른쪽)



위에서 주어진 두 고사의 결과는 다르지만 한가지 공통점이 있다. 바로 '승자의 관대함'이다. 제갈량과 쁘리드비 왕의 고사는 상대가 진심으로 항복하는 마음을 얻기 위해 상대를 풀어주는 승자의 관대함을 제시하는 이야기다. 하지만 한편으로 이 사건은 힌두 편에서 힌두의 관대함과 무슬림의 무자비함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역사적 사실로 제시되기도 한다.


특히 1947년 영국연방으로부터의 독립이후 힌두와 무슬림간의 종교 갈등으로 인해 분리·독립되어 현재까지도 갈등의 불씨가 살아있는 인도와 파키스탄간의 미묘한 신경전(?)에 한번씩 오르내리는 고사이기도 하다.


[영피플&뉴앵글] '인도판 칠종칠금' 모하메드 고리와 쁘리드비 왕 인도와 파키스탄간의 관계를 풍자한 만화. 서로를 Enemies, 적으로 표현하고 있다



흥미롭게도 현재는 쁘리드비와 고리, 두 왕의 이름이 인도와 파키스탄 양국 미사일 이름에 쓰이고 있다. 1988년 처음 개발된 쁘리드비 1호를 이후로 2호, 3호를 개발했는데 명궁이었던 쁘리드비 왕의 용맹함과 관대함을 상징하기 위해 이름을 붙였고 이에 대항헤 파키스탄이 개발한 미사일의 이름 또한 고리로 가장 최근에 개발된 쁘리드비 3호보다 더 긴 사정거리를 가지고 있다.


우리나라와 일본과 비슷한 경우로, 인도와 파키스탄간의 스포츠 경기부터 양국사이의 모든 것 하나하나에 열광하는 현재 상황 속에 쁘리드비로 치면 고리로 맞대항 하겠다는 미사일 이름으로부터 양국의 관계를 추정하기 그리 어렵지 않을 거 같다.


글= 여진환
정리= 박종서 기자 jspark@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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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계 분야에 관심이 많은 여진환 씨는 현재 Uttar Pradesh (이하U.P) 주립공대 IEC college 기계공학과 4학년에 재학 중이다. 2006년부터 인도생활을 시작한 진환 씨는 한국인들이 쉽게 오해할 수 있는 인도의 단면을 소개하고자 유학생 칼럼을 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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