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덕여왕' 막장 현대극보다 젊었다! '사극의 재발견'

[아시아경제 박소연 기자]'덕만아' 왕의 이름을 부르는 대역죄를 무릅쓰고 비담이 왕의 이름을 불렀고, 그를 따라 선덕여왕도 운명을 달리했다. 삼한일통의 대업은 춘추와 유신이 이어받았다.

MBC 월화드라마 '선덕여왕'이 22일 62부를 끝으로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

지난 5월부터 전파를 타기 시작해 올 한해 안방극장을 장악했던 '선덕여왕'은 미실 덕만 비담 유신 춘추 등 역사 속 인물들을 입체적인 캐릭터로 되살려내 다양하게 변주하며 정치와 사랑, 인간의 심리에 대해 탁월한 접근을 보여줬다.

'선덕여왕'은 기존 사극의 텁텁한 분위기를 벗어던지고 젊은 층까지 시청대열에 합류시키며 사극의 진정한 의미란 무엇인가를 보여줬다. 미실과 덕만의 정치적 견해, 백성을 보는 눈이 대립하는 지점에서는 어지러웠던 현실과 비교되며 시청자들의 몰입을 유도했다.

특히 인물에 대한 탁월한 심리묘사는 막장 현대극이 넘볼 수 없는 높은 작품성을 보여주며 시청자들의 탄성을 자아냈다. 미실과 덕만 비담 춘추의 어록들이 널리 회자되는 것도 인물들의 캐릭터에 깊은 공감이 있었음을 반증하는 것이다.

엄격한 골품제 아래 성골이 아님에도 색공술과 뛰어난 책략을 무기로 천하를 호령하던 미실이 민초의 뜻을 헤아릴 줄 아는 왕 덕만을 만나 뿌리째 흔들리는 모습, 평민으로 자라 다스림을 받는 자로서의 정체성을 가진 덕만이 백성을 대하는 모습 등은 캐릭터에 강한 힘을 부여했다.

아울러 결정적인 부분에서 비담을 내치지 못하는 미실의 모정, 사랑을 약속한 덕만과 비담이 춘추·염종의 계략에 흔들리는 모습, 귀족세력을 쉽게 규합할 수 있기에 갑자기 비담이 좋아졌는지도 모르겠다는 덕만의 솔직한 고백 등은 볼거리만 풍성한 여타 대작들이 넘볼 수 없는 문학적 가치 보여줬다.

'선덕여왕'의 박상연 작가는 "드라마를 찍으면서 배우들이 나날이 말라가는 모습을 보면서 마음이 아팠다. 반대로 작가들은 모두 합쳐서 13kg이 쪘다. 대본을 쓰면서도 '이런 내용을 쓰면 배우들이 촬영을 하면서 죽어날 텐데'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어쩔 수 없었다. 정말 감사하고 죄송하다"는 종영소감을 전했다.


박소연 기자 muse@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