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벨 경제학상' 엥글 교수, 국내 '키코재판' 증인 채택

[아시아경제 김효진 기자]환(換)헤지 파생상품 '키코(KIKO)' 투자손실을 둘러싼 국내 수출기업과 은행 사이 법정 다툼에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로버트 F. 엥글(67) 미국 뉴욕대 교수가 기업 측 증인으로 나설 전망이다. 엥글 교수는 키코가 처음부터 은행에 유리하게 만들어진 상품인지 여부 등에 관한 전문가로서의 견해를 내놓을 예정이다.

현재 전망대로 엥글 교수가 증언을 할 경우, 그의 증언 내용은 법원에 계류중인 유사사건 재판에서 증거 자료로 폭넓게 활용 될 가능성이 높다. 현재 서울중앙지법에 제기된 '키코 소송'은 140여 건이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32부(변현철 부장판사)는 면도기 개발 및 수출로 유명한 도루코가 키코 투자손실을 책임지라며 우리은행과 외환은행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도루코 측 신청에 따라 엥글 교수를 오는 17일 재판의 증인으로 채택했다고 1일 밝혔다.

도루코 측은 자사가 투자한 키코 상품이 처음부터 기업에 불리할 수밖에 없는 구조로 설계됐다는 점을 엥글 교수 증언을 통해 입증한다는 방침이다. 이와 관련, 은행 측은 지난 해 갑자기 환율이 급등하는 바람에 문제가 생겼던 것이므로 배상 책임이 없다는 입장을 고수해왔다.

현재 엥글 교수는 원고 측 요청에 따라 문제가 된 상품 구조 등을 분석중이며, 오로지 재판 출석을 위해서만 방한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법원 관계자는 "엥글 교수가 증언을 할 경우 증인 신문 조서가 유사 사건 재판에서 기업 쪽 증거 자료로 활용될 수 있다"며 "학자로서 객관적인 얘기만을 할 수도 있겠지만, 원고 측이 요청한 증인인 만큼 기업 쪽에 유리한 증언을 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고 했다.

엥글 교수가 증인으로 나서는 재판은 17일 오후 2시20분 서울중앙지법 360호 소법정에서 열린다. 법원은 이날 재판에 모일 관심 등을 고려해 표준법정이나 대법정 등 보다 규모가 큰 법정에서 재판을 진행하는 방안도 검토중이다.

엥글 교수는 경제통계학 및 파생금융상품 시장 발전에 기여한 공로로 지난 2003년 노벨 경제학상을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