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이윤재 기자] 아프리카와 남미지역의 농장에 세계적인 투자자본이 몰리고 있다. 새로운 투자처 확보에 사활을 건 투자가들이 기후변화 등으로 농산물 공급이 수요보다 줄어들 것이라는 전망 속에 아프리카 행을 택한 것.
미국 경제 주간지 비즈니스위크 최신호는 골드만삭스, 모건스탠리 등 대형 투자사가 아프리카와 남미의 농업펀드에 수억 달러의 자금을 투자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현지에 농장을 운영하는 기업들은 농작물 생산비용을 줄이고, 아프리카와 남미의 빈국에 일자리를 창출하고 경제를 활성화 시키는 두 마리 토끼를 잡는다는 계획아래 투자를 늘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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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상반기 들어 투자는 더욱 활기를 보였다. 농업 투자 전문 업체 애그캐피타에 따르면 올 상반기 사모펀드의 농장 투자금액은 20억 달러(약 2조3640억원)에 이른다. 미국의 사모펀드 블랙록은 5억 달러의 자금을 농장에 투자했다. AIG에서 상품거래를 하던 필립 헤일버그가 세운 자르츠 캐피탈은 투자금액은 밝히지 않았지만 수단에 100만 에이커의 땅을 임차해 쌀과 밀 등의 농작물을 재배 수출한다고 전했다.
일본과 중국 등 아시아 국가들도 아프리카에서 20년 이상 농장을 운영해온 것으로 확인됐다. 사우디아라비아는 지난해 1억 달러의 에티오피아에 투자했고, 올 3월에 풍년을 기념하는 기념식도 성대하고 열었다.
투자가 늘어난 원인은 여러 가지다. 그 가운데 2007년에 유가가 크게 오르면서 농작물 생산과 운송에 드는 비용이 크게 늘어난 것을 주요인으로 꼽을 수 있다. 동유럽과 호주에 극심한 가뭄이 들면서 농작물 가격이 크게 올라간 것도 아프리카 남미 지역에 투자가 늘어난 이유다. 올 들어 인도와 동남아시아 지역에 나타난 몬순기후로 인한 생산량 저하도 한몫했다.
농장 운영업체는 저렴한 비용으로 케나와 수단, 탄자니아, 에티오피아 등에 대규모 토지를 임대해 농장운영을 시작했다. 다른 지역에 비해 노동력이 매우 저렴한 것도 기업의 입장에서는 장점이다. 각국 정부와는 현금 지원과 도로, 학교 등 인프라산업에 대한 투자약속이 더해졌다.
그러나 이 같은 투자에 따른 부작용도 적지 않았다. 미국의 농장업체 도미니언 팜스는 6년 전 케냐에 1만7000에이커(6880만㎡)의 대지를 임대해 농장 운영을 시작했다, 생산한 쌀은 아프리카 정부에 팔고, 양식 생선은 유럽지역으로 수출했다. 운송비용을 크게 줄이면서 도미니언은 상당한 비용절감을 할 수 있었다.
하지만 농장업체가 이익을 보는 만큼 현지인들에게 혜택이 돌아가지는 않았다. 오히려 갈수록 외국 업체들에 대한 반감이 쌓여갔다. 케냐 남쪽 시아야 지역 주민은 "도미니언이 들어오고 나서 수질오염이 심각해졌고, 동물들도 병들었다"고 주장했다. 주민들은 당초 도미니언이 내세웠던 만큼 일자리도 늘어나지 않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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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미니언은 케냐 정부와 계약을 통해 연간 14만 달러에 25년간 땅을 빌렸다. 계약은 20년간 임대를 연장할 수 있는 옵션도 포함됐다. 그러나 어떤 이유에선지 대금 지불은 올바로 이루어지지 않았다. 비즈니스위크는 케냐 정부도 임대료 미납을 용인하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뿐만 아니라 계약에 따르면 300에이커를 주민 자치에 활용할 수 있도록 하고, 학교와 병원 등의 시설물도 지원하기로 했다. 그러나 6년이 지난 지금까지 제대로 지켜진 것은 하나도 없다고 전했다.
결국 글로벌 업체들이 아프리카, 남미의 빈국으로 진출해 폭리를 취하면서 개별 기업의 잇속만 챙긴 셈. 글로벌 투자자금가 남발한 공수표에 아프리카 최빈국을 두 번 울린다는 비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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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윤재 기자 gal-ru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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