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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화 · 협력 도전의 DNA...'삼성天下' 새지도 만든다

대한민국 경제영토, 칭기즈칸처럼 넓히고 유대인처럼 지켜라
제3부 영토확장 나선 기업들 <1> 삼성그룹


신경영 · 해외 간담회로 체질개선
주력계열사마다 경쟁자 앞질러
'누가 만드는가 중요한 시대' 선도

[아시아경제 우경희 기자]"서양에 로마의 평화(Pax Romana)가 있다면 동양에는 타타르의 평화(Pax Mongolica)가 있었다."


기원전 1세기 말 제정로마의 아우구스투스시대부터 5현제(五賢帝) 시대까지 약 200여년에 걸친 평화를 뜻하는 팍스로마나는 지중해가 세계의 중심으로 떠오르고 로마가 동서양의 국제질서를 좌우했던 시대다. 그로부터 1000년 이상이 지난 후에야 유라시아대륙은 다시금 하나의 절대적인 힘 아래 평화를 누리게 되는데 이는 바로 몽골제국이 분열을 마치고 연합한 1310년부터 60여년간 계속된 '타타르의 평화'다.

다시 700여년이 지난 현대에는 글로벌 기업들이 저마다 왕좌를 자처하며 용트림하고 있다. 영토를 넓힌다는 점은 예전과 같지만, 이제는 경제영토를 넓히고 있다는 점이 다르다. 경제에서 앞서는 국가가 세계의 패권을 장악하는 시대가 온 것이다. 한국의 대표주자는 역시 삼성이다. 삼성은 이건희 전 삼성그룹 회장의 신경영 선언을 통해 글로벌 기업으로 탈바꿈, 일본과 유럽의 강호들을 제치고 세계 가전업계의 헤게모니를 장악하고 있다. 또 삼성엔지니어링과 삼성중공업 등 거대 장치산업군 역시 유럽은 물론 세계 각지에 삼성 깃발을 꽂고 있다.


◆신경영 선언과 68일간의 해외 간담회, 삼성 체질 바꾸다=1993년 이 전 회장은 프랑크푸르트에서 일갈한다. "마누라와 자식만 빼고 다 바꾸라"고. 이는 이 전 회장의 신경영 선언으로 아직도 세간에 회자되고 있다. 그러나 정작 삼성의 DNA를 바꿔놓은 것은 신경영 선언 이후에 이어진 68일간의 해외 간담회였다. 이 전 회장은 신경영 선언 이후 영국 런던과 일본 오사카, 후쿠오카, 도쿄 등을 오가며 삼성 임직원들과 해외 간담회를 가졌다. 이 전 회장은 이에 대해 "비싼 돈을 들여가며 해외서 간담회를 한 것은 국내라는 우물에서 벗어나 넓은 세계를 보자는 뜻에서였다"고 회고했다.


해외 시장 공략 강화를 주문한 이 전 회장의 지시는 적중했다. 세계 경제는 국경을 뛰어넘는 글로벌 생산체제를 갖춘 기업들을 중심으로 급격히 재편되기 시작했다. 국내 시장을 고집했던 기업들은 가내수공업 수준에 만족하며 글로벌 경쟁에서 도태됐다. 반면 변화를 선택한 기업들은 그야말로 세계시장을 무대로 화려한 비상을 거듭하고 있다.


이 전 회장의 결정이 삼성의 미래를 만든 셈이다. 그는 자서전을 통해 "GM의 이름으로 미국서 판매되는 자동차를 보면 엔진과 전자부품은 일본에서 조달하고 디자인은 독일 회사가 맡는다. 기타 일반부품은 대만회사 제품이며 마케팅은 영국 회사에, 미국에서의 마케팅 전략은 GM과 뉴욕주 변호사가 담당한다. 이 자동차는 과연 어느나라 자동차일까"라고 질문한 후 "이제 어느나라에서 만드는가(made in)는 의미가 없어지는 반면 누가 만드는가(made by)가 중요한 시대가 됐다"고 밝혔다. 그리고 글로벌 경제는 이 전 회장의 예고대로 흘러가고 있다.


◆변화하는 삼성, 숨가쁜 글로벌 영토확장=삼성전자를 비롯한 주력 계열사들이 저마다의 분야에서 글로벌 시장 점유율을 큰 폭으로 끌어올리고 있다. 삼성전자는 메모리반도체 부문 시장 점유율 1위를 유지하고 있으며 평판TV 시장에서도 독보적인 1위다. LED TV 등 차세대 제품 분야에서도 경쟁자들을 크게 앞서고 있다.


특히 선발 브랜드들의 텃밭인 유럽 시장에서 현지 생산기지를 바탕으로 한 정면승부를 펼치고 있어 획기적인 점유율 확대가 기대된다. 슬로바키아(갈란타)ㆍ헝가리(야스페니사루)ㆍ러시아(깔루가) 등 동유럽 3개 삼성전자 생산법인의 생산량은 최근 3년간 4배로 늘어났다. 현지 점유율 확대도 가속화되고 있다. 지난 2006년 430만대에 그친 이 지역 생산량은 올해 1500만대를 돌파했다.


삼성엔지니어링은 한국 산업계의 차세대 먹거리로 떠오르고 있는 플랜트 시장에서 확대 일로를 달리고 있다. 삼성엔지니어링은 플랜트 분야에서 올해 총 9조3000억원어치를 수주, 중동과 북아프리카 플랜트 시장의 총아로 떠올랐다. 중동 현지 기업들 사이에서 평가가 수직상승한 것은 두말 할 나위가 없다. 그간 일본과 유럽 메이저 업체에 밀려 사우디아라비아 아람코 프로젝트 등에서는 입찰 자격조차 얻지 못했었지만 삼성엔지니어링의 분전 덕에 국내 기업들의 위상도 덩달아 높아지고 있다.


삼성중공업 역시 수주 가뭄 속에서도 최근 중국 생산능력 확장 프로젝트를 본격화했다. 삼성중공업은 지난 2007년 산둥성 룽청시에 블록공장을 완공, 연 10만~15만t 가량의 선박용 블록을 생산하고 있으며 오는 2011년까지 이를 최대 30만t까지 늘린다는 방침이다. 삼성중공업은 이미 인근 닝보시에 연 20만t 규모의 블록공장도 가동하고 있다.


◆유대인처럼 굳힌다, 라이벌과도 협력 체결=글로벌 영토확장 뿐 아니라 비즈니스를 위해서라면 경쟁상대와도 손을 잡아 시너지를 낸다. 삼성전자는 이미 지난 2004년 충남 아산에 일본 소니와 합작으로 LCD 패널 공장을 설립했다. 최대 경쟁사이면서도 LCD 패널의 공급 공백을 함께 메우는 돈독한 협력관계를 맺고 있다.


친환경 에너지 기업으로 변신을 선언한 삼성SDI는 최근 세계 최대 자동차 부품업체인 독일 보쉬와 합작법인 'SB리모티브'를 설립했다. 전기자동차용 리튬이온 2차전지까지 사업 영역을 확대해 오는 2015년까지 시장 점유율 30%를 달성한다는 방침이다.


지난 8월에는 유럽 명차 BMW에 전기자동차용 배터리를 단독 공급키로 계약을 체결했다. 이를 위해 9월에는 울산사업장에 전지공장을 기공했으며 향후 지속적인 투자를 통해 울산을 차세대 에너지 사업 메카로 육성키로 했다.

우경희 기자 khwoo@asiae.co.kr
<ⓒ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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