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지애, 오초아 나란히 '3관왕' 등정 "내년 LPGA투어는 양강 구도~"
[아시아경제 김세영 기자] 이제부터는 신지애(21ㆍ미래에셋ㆍ사진)와 '넘버 1' 로레나 오초아(멕시코)의 '양강시대'.
비회원으로 이미 '메이저챔프'에 등극했던 신지애의 본격적인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 입성은 신인왕과 상금여왕, 다승왕(3승) 등 성공적인 성적표로 나타났다. 신지애는 24일(한국시간) 미국 텍사스주 휴스턴의 휴스터니안골프장(파72)에서 끝난 올 시즌 최종전 LPGA투어챔피언십(총상금 150만달러)에서 아쉽게 '올해의 선수' 등극에는 실패했지만 '차세대 골프여제'임을 충분히 과시했다.
신지애는 사실 LPGA투어 루키라고는 보기 어려운 놀라운 성과를 이룩했다. 개막전인 SBS오픈에서 '충격의 컷 오프'를 당해 시즌 초반 지역마다 잔디가 판이하게 다른 미국 코스에 대한 빠른 적응력이 문제가 되기도 했지만 세번째 대회인 HSBC위민스챔피언스에서 보란듯이 우승하며 '신지애 시대'를 열었다. 신지애는 이어 6월 웨그먼스LPGA에 이어 9월 P&G뷰티NW아칸소챔피언십을 제패하며 신인왕을 가볍게 확정했다.
이쯤되자 '신지애 열풍'은 국내를 넘어 LPGA투어 전체의 화두가 됐다. 해외 언론들은 신지애에게 '볼을 분필선처럼 똑바로 날린다'는 의미로 '초크라인'이라는 새로운 애칭을 붙여주기도 했다. 이때부터 신지애의 골프입문과정이나 가족사 등이 연일 뉴스로 다뤄졌고, 한국골프의 강점에 대한 분석도 곁들여졌다.
오초아는 반면 신지애의 기세에 밀려 주춤한 한해였다. 오초아는 아니카 소렌스탐(스웨덴)의 은퇴와 더불어 '여제'에 등극했지만 장악력은 소렌스탐에 미치지 못했다. 2006년 6승, 2007년 8승, 지난해 7승을 거뒀던 오초아는 올해는 3승에 그쳤다. 막판 극적인 역전으로 '올해의 선수'에 등극하면서 베어트로피(최저평균타수)와 공동다승왕 등 '3관왕'을 차지했지만 예년에 비해서는 초라한 성적표였다.
오초아의 부진(?)은 물론 결혼이 가장 큰 걸림돌이었다는 분석이다. 평소에도 "가정에 충실하고 싶다"는 말을 자주 했던 오초아는 시즌 초반 일찌감치 멕시코 최대 항공사인 에어로멕시코의 최고경영자(CEO) 안드레스 코네사와 약혼한 사실을 발표했고, 두 사람은 다음 달 결혼할 예정이다.
결혼과 함께 은퇴설까지 나돌았던 오초아는 '올해의 선수' 등극과 함께 "내년에는 더 잘하겠다"고 밝혀 내년에는 신지애와의 본격적인 '양강체제'가 형성될 전망이다. 신지애로서는 최종 목표인 세계랭킹 1위에 오르기 위해서는 오초아라는 거대한 산을 넘어야하는 셈이다. 지금 추세라면 불가능한 것도 아니다. 오초아가 1위(12.10점)를 달리고 있는 가운데 신지애 현재 2위(9.42점)를 지키고 있다.
'한국낭자군'이 2006년에 이어 역대 최다승인 11승을 합작한 것도 뉴스거리였다. 신지애의 3승 외에도 최나연(22ㆍSK텔레콤)이 2승, 오지영(21ㆍ마벨러스)과 김인경(21ㆍ하나은행), 이은정(21), 지은희(23ㆍ휠라코리아), 허미정(20ㆍ코오롱), 송보배(23) 등 총 8명의 선수가 골고루 승수를 합작해 완벽한 '세대교체'를 완성했다.
재미교포 미셸 위(20ㆍ한국명 위성미)가 로레나오초아인비테이셔널에서 프로 데뷔 4년만에 생애 첫 우승을 차치한 것도 화제였다. 미셸 위는 이 우승 한방으로 '미운 오리새끼'에서 '백조'로 화려하게 부활하는데 성공했다. 미셸 위의 우승소식은 투어규모 위축으로 골머리를 앓고 있는 LPGA투어에는 '가뭄에 단비' 같은 소식이었다.
김세영 기자 freegolf@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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