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로템·KAI·삼성테크윈 등 수출주역 급부상
[아시아경제 양낙규 기자]세계 최첨단의 기술력과 수출노하우에도 불구하고 그 동안 걸음마단계였던 방위산업이 새로운 수출주력산업으로 떠오르고 있다. 한동안 연간 2억달러 수준을 벗지 못하던 방산수출액도 지난해 10억달러대를 최초로 돌파했고 올해는 12억 달러를 돌파할 전망이다.
수출대상국도 지난 2006년 44개국에서 2008년 58개국으로 확대됐다. 한국형 고등훈련기 T-50 한 대를 수출하는 것은 중형차 1000대 이상을 수출하는 것과 맞먹을 정도로 방위산업의 수출전략산업으로의 가능성은 무궁무진하다는 평가다. 특히 민관이 방산수출지원을 위한 범정부 지원기구를 설립한데 이어 방산기업들도 수출에 총력을 기울이면서 방산수출에 새로운 전기가 마련되고 있다.
◆방산수출 올 12억불 돌파 기대··· 범부처 총력지원 체제돌입= 방위산업의 가치를 한 눈에 확인시켜준 것이 지난달 20일부터 25일까지 서울공항에서 열린 '서울 국제 항공우주 및 방위산업 전시회 2009' (ADEX2009)다. 이번 행사에서는 한국항공우주산업(KAI)가 한국형 기동헬기 '수리온'을 처음 공개하면서 큰 화제를 모았다.
수리온은 4축 자동비행제어장치, 상태감시장치 등 각종 최첨단 전자장비와 조종계통을 갖추었으며 현존하는 동급 헬기 중 가장 뛰어난 성능을 자랑한다. 우리나라는 세계 7위의 헬기보유국이었으나 군은 물론 민간에서도 헬기를 전량 수입했다. 수리온 개발로 우리나라는 세계 11대 헬기 개발국가에 진입하는 쾌거를 이룬 것.
KAI는 우리 기술로 만든 최초 기본훈련기 KT-1과 고등훈련기 T-50 을 선보였고 우수한 성능과 국제 경쟁력을 갖춘 K-2 전차, K-9 자주포와 K-10 탄약운반차, 육군의 차세대 전차 K-2 흑표도 관심을 모았다.
이번 ADEX2009 기간 26개국 271개 업체가 참가해 70억달러 규모의 수주, 상담 실적을 기록했으며 우리나라는 총 65억8000만달러의 수출상담을 가졌고 3억6000만달러는 실제 수주하는데 성공했다.
정부도 방위산업의 수출을 독려하고 지원책을 마련하기 위한 대응에 들어갔다. 지난해 11월 방산물자 수출전략을 부처간 논의하기 위해 방산물자수출지원협의회가 구성돼 가동 중이다. 방위사업청은 올해 3월과 5월 방산수출지원추진단과 방사청의 방산진흥국내 수출진흥과를 각각 신설하고 수출전담반을 꾸렸다.
지난 10월에는 지경부, 국방부, 방위사업청 등 관련부처가 모여 ‘수출전담 외인부대’인 ‘방산물자교역지원센터(센터장 허남용)’가 설립됐다. 허남용 센터장은 “방산물자 수출활성화를 위해 민수분야 절충교역, 정부간 거래, 패키지딜 협상안 작성 등을 지원해 조직적이고 전문적인 지원 체계를 구축하고 있다”면서 “방산수출의 협상능력 강화를 통한 수출활성화에 기여하겠다”고 말했다.
◆T-50 ,K2전차 K-9자주포 등 방산수출의 일류상품= 주요 방위산업체들도 그 동안 보유해온 기술력과 상품성에 정부 지원을 바탕으로 주력품목의 수출 확대에도 기대를 걸고 있다. 현대로템은 40여년간 전차생산 노하우로 개발한 최신예 4세대 전차로 알려진 K2 흑표전차에 기대가 크다.
지난 2008년 7월 터키에 4억5000만달러에 이르는 기술수출을 이끌어내 그해 총수출액 10억달러를 넘기는 데 일익을 담당했다. ADEX 2009 기간 동안 중동, 동남아시아 및 남미국가 등과 40억달러의 수출상담을 진행했다. 이는 전차 400여대의 규모로 자동차 2만여대와 맞먹는 금액이다.
현대로템 관계자는 “수출지역을 꿰뚫고 있는 무관출신, 민수수출 전문가를 대거 영입하는 등 전담인력을 보충하고 있다”면서 “K1A1전차의 성능개량을 위한 생산라인이 강화되면 K2전차와 K1A1전차이외의 수요가 창출될 것”으로 기대했다.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은 그 동안 외국에서 직도입에 의존했던 국내 항공산업을 국산으로 전력화하는 핵심주역을 도맡았다. KF-16 전투기, KT-1기본훈련기, T-50 고등훈련기, 군단급무인기가 대표적인 방산물자다. 국내 독자브랜드의 항공기인 KT-1의 경우 인도네시아에 17대를 수출했으며 터키에는 40대를 납품했다.
KAI는 2023년까지 약 800대로 추정되는 항공기시장에서 KT-1을 총 180~200대를 수출해 시장점유율을 25%로 끌어올릴 계획이다. T-50은 2030년까지 800~1000대를 수출해 시장정유율을 30%까지 높일 계획이다. 한국형헬기 수리온은 군작전을 위한 사업은 물론 의무후송헬기, 민수중용헬기 등으로 변형해 2014년부터 10년간 300여대가 수출한다는 목표다.
KAI 관계자는 “KT-1, T-50 훈련기를 수출대상국에 최적화된 파생형 항공기로 개발해 마케팅활동을 추진하고 있으며 개발중인 수리온도 수출을 염두에 두고 사업을 진행 중이다”고 했다.
삼성테크윈은 명품무기로 평가받는 K9자주포 ‘썬더’에 기대가 크다. ‘썬더’는 사정거리가 선진국 동급무기에 비해 10km 긴 40km에 이른다. 이동 중 정차해 첫 포탄 발사까지 걸리는 시간은 30초이며 기동상태에서는 60초로 다른 자주포의 10분과는 비교도 안되는 성능을 자랑한다. 터키와 지난 2000년 5월에 양해각서를 체결하고 터키형 자주포의 시제개발과 양산사업을 진행중이다.
사업규모만 자주포 350문이며 액수로 10억달러에 이른다. 지난 2007년 8월에는 이집트와 9600만달러규모의 수출계약을 체결하고 155mm 장사정 탄약기술이전과 생산설비 현대화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삼성테크윈 관계자는 “터키와는 진행중인 K9자주포 수출사업에 창정비 기술이전분야도 수주할 계획이며 이집트의 견인포 자주화사업 등도 수주를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양낙규 기자 if@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