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괴자 영화감독 모간 스퍼록이 패스트푸드의 폐단을 알리기 위해 제작한 영화 〈슈퍼 사이즈 미〉. 모간은 한 달 내내 하루 세끼 맥도날드 음식만 먹으면서 변화하는 자신의 신체를 기록했다. 실험을 시작한지 1주일 만에 모간은 무려 몸무게가 5Kg 늘고, 무기력증과 우울증을 호소하면서 패스트푸드 식단의 위험성을 경고한다.
영화 〈슈퍼 사이즈 미〉 이후 맥도날드는 홈그라운드인 미국에서조차 꺼려지는 음식이 됐다. 대신 건강에 좋은 소위 '웰빙 햄버거'가 하나 둘씩 등장했다. 대표적인 햄버거가 바로 '인 앤 아웃(In-N-Out)이다.
'인 앤 아웃 햄버거'는 맥도날드, 롯데리아 등 일반 패스트푸드점 햄버거와는 달리, 햄버거· 감자튀김 등 모든 음식을 즉석에서 직접 요리해주는 햄버거다. 그래서 '패스트푸드답지 않은 패스트푸드'라는 별칭도 붙었다. 최근엔 미국의 방송프로그램에서 이라크에 주둔 중인 한 미군 병사가 가장 먹고 싶은 음식으로 '인 앤 아웃 햄버거'를 꼽아 화제가 되기도 했다.
즉석에서 만들어진 이 햄버거는 그 맛이 패스트푸드 햄버거와는 차원이 다르다. 햄버거를 딱히 좋아하지 않는 사람들도 이 햄버거만큼은 맛있다고 말한다. 갓 구운 빵 위에 육즙이 흐르는 고기, 그리고 거기에 신선한 상추와 담백하게 구워진 양파까지 더한 햄버거를 한 입 베어 물면 입안에서 '아메리칸 드림'이 이뤄지는 느낌이다.
'인 앤 아웃'은 맛 외에도 흥미로운 점이 많은 패스트푸드점이다. 체인점이지만, 캘리포니아 주에만 있는 '지역 요리'다. 그래서 미국 사람 중에서도 '인 앤 아웃 햄버거'를 맛본 사람은 많지 않다. 단지 소문으로만 듣거나, 아니면 캘리포니아에 올 때 한 번씩 찾아 먹는 관광 상품이다. 메뉴는 그냥 햄버거와 치즈버거 딱 두 개 뿐이다. 처음 오는 사람은 메뉴판을 보곤 당혹스러움을 감추지 못한다.
무엇보다 흥미로운 것은 이 음식점만의 '비밀 메뉴'다. 이는 실제 메뉴판에는 없지만 사람들 사이에서 입소문으로만 전해지는 메뉴를 말한다. 덕분에 '인 앤 아웃'에서는 정형화된 햄버거가 아닌, 자신의 기호에 맞는 햄버거를 시킬 수 있다.
잘 알려진 비밀 메뉴로는 '애니멀 스타일 햄버거'라는 게 있다. 굳이 의역하자면 '짐승을 위한 햄버거'쯤 되겠다. 이 '애니멀 스타일 햄버거'를 주문하면 녹인 치즈와 마요네즈를 잘게 썬 양파에 범벅 된 소스가 햄버거와 같이 구워져 나온다. 처음 맛보는 사람은 조금 느끼할 수 있으나, 정말 짐승이 된 것처럼 야만적이고 원시적인 맛을 느낄 수 있다.
인 앤 아웃은 미국에 있는 많은 햄버거 가게 중 하나에 불과하다. 하지만 미국 캘리포니아에 오게 된다면 인 앤 아웃은 지나쳐서는 안 될 '맛집'이다. 목적지가 캘리포니아가 아니라 해도 실망할 필요는 없다. 미국 어디서든 수십년 전통의 '원조'를 내세운 허름한 햄버거 가게에서 맛있는 햄버거를 맛볼 수 있을 테니까…. 마치 한국의 '원조 장충동 족발'· '원조 무교동 낙지'처럼 말이다.
글= 강기석
정리= 윤종성 기자 jsyoon@asiae.co.kr
◇ 강기석 씨는 현재 미국 UC버클리대학교 4학년에 재학 중이다. 6년 전 미국으로 유학간 기석 씨는 고등학교 2,3학년을 미국에서 마치고 대학에 입학했다. 1년 간 중국 북경대로 교환학생을 다녀오기도 했다. 사진에 관심이 많으며, 학생 신문사에서 사진 기자로 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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