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텔레콤, 고용 불안에 맞서 노조 설립...3콤 합병 후 노조 통합도 걸림돌 많아
[아시아경제 이정일 기자]
내년 1월을 목표로 LG 3콤(LG텔레콤ㆍLG데이콤ㆍLG파워콤)의 합병이 추진되는 가운데, 이들 3사 노동조합의 행보가 예사롭지 않아 주목된다.
합병으로 인한 구조조정에 대비한다는 차원에서 대대적인 '노조 결집'에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는 한편, 합병 후 노조 통합 과정에서도 갈등이 예상되는 등 노조문제가 향후 3콤 합병의 새로운 변수로 급부상하고 있다.
10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LG텔레콤은 지난달 노동조합을 설립하고 한국노총 전국정보통신노조연 산하 조직으로 본격 활동에 들어갔다. 현재 조합원 수는 100여명이며, 앞으로 전체 직원의 절반 수준인 1500명 안팎으로 늘린다는 것이 노조측의 복안이다.
LG텔레콤 노조는 LG 3콤의 합병에 따라 예상되는 구조조정에 대비하기 위해 출범하게 됐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인상도 LG텔레콤 노조위원장은 "LG텔레콤 직원들이 고용 불안에 떨고 있다"며 노조가 구조조정에 당당히 맞설 것임을 시사했다.
1300여명의 LG데이콤 노조와 500여명의 LG파워콤 노조도 LG 3콤 합병에 따른 인력 조정과 노동 여건 변화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양사 노조는 "유ㆍ무선 통신환경의 변화에 따른 통합은 거스를 수 없는 대세"라고 인정하면서도 "하지만 회사가 일방적으로 합병을 선언한 것은 문제"라고 지적했다.
특히 LG데이콤 노조측은 전국 조합원의 의견을 취합하기 위해 지역 순회 간담회를 갖는 등 조직적으로 대응하고 있어 눈길을 끈다. LG데이콤 노조관계자는 "전국 40여 군데의 주요 사업장을 돌며 노조원들의 의견을 수렴하고 있다"면서 "합병에 대한 조합원들의 의견을 어떤 식으로 표출할 지, 노조는 또 어떤 방향으로 대응할 지 등을 검토하고 있다"며 신중한 입장을 나타냈다.
일각에서는 합병으로 인한 고용 불안 문제가 노조를 자극해 갈등으로 비화될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합병 후 3사의 노조 통합도 논란의 불씨를 안고 있다. 현재 LG데이콤은 민주노총 공공운수연맹 소속인 정보통신노조에 속해 있으며, LG텔레콤과 파워콤은 정보통신연맹에 소속돼 있다. LG 3콤의 한 관계자는 "현행 법상 복수노조가 가능한 만큼 노조 통합을 논하기는 아직은 시기상조"라며 언급을 피했다.
하지만 업계는 데이콤은 민주노총에, 텔레콤ㆍ파워콤은 한국노총에 가입돼 있는 이원화된 조직 문화가 조합원들의 결집된 힘을 표출시키기에는 어려움이 많은 만큼, 조만간 노조 통합 이슈가 수면 위로 떠오를 것으로 내다봤다. 문제는 통합 노조가 민주노총과 한국노총 중 어디에 소속될 것인가 하는 점이다.
업계 관계자는 "민주노총에 소속된 LG데이콤 노조는 노조원의 이익을 최우선으로 하는 강성 노조인 반면, 한국노총에 속한 LG텔레콤과 파워콤 노조는 사측과의 협상을 우선하는 실리주의 노조라는 점이 차이가 난다"면서 "양 노조의 성격이 판이한 만큼 통합을 추진할 경우, 파열음이 적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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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일 기자 jayle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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